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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무용가적 자서전_ “나에게 춤은 무엇인가?”

기사승인 2019.07.17  19: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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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아도취(NARCISM)>

이근수의 무용평론: <자아도취(NARCISM)>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네 명의 여성무용가가 한 무대에 모였다. 현대무용, 발레, 한국무용 세 분야에 포진된 이들은 모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30대 후반부터 50대 중반까지에 이르는 한국의 중진 현역무용가들이다. 이들이 공통의 주제인 Narcism(자아도취)을 각각 20분에 걸쳐 풀어나간다. 무용가들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며 ‘나에게 춤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춤을 추고 있는가?’ ‘나의 춤은 과연 의미가 있는가?’를 끊임없이 자문할 것이다. ‘자아도취’(6.8~9, 성남아트센터앙상블시어터)는 연극의 형식을 빌어 그려낸 이들의 자화상이며 기승전결(起承轉結)의 구성을 갖는 무용가적 자서전이라 할 수 있다, 연출가(최교익)가 먼저 등장하여 대본을 읽어가며 작품의 전개를 암시한다. 폭우가 쏟아지는 밤, 허름한 창고를 닮은 그의 작업실은 연극의 세트와 같은 역할을 한다.

 

현대무용가 장혜주가 첫 무대를 연다. 새장을 닮은 정8각형의 다면체는 그녀가 깨치고 나와야 할 세계다. 투명한 알 속에서 한 여인이 탈출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 몸부림이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며 새롭게 태어나려고 하는 자아에 대한 욕구라면 거미줄처럼 그녀를 얽어매고 있는 끈들은 인연이며 제약이며 외부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다. 알은 깨어지고 그녀는 태어났다. 탈출에 성공한 그녀는 무대 가운데로 나아온다.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는 피라미드모양의 조명을 받으며 흰 빛의 그녀가 그 중심에서 춤춘다. 무대 뒤쪽에서 터져 나온 빛이 스펙트럼처럼 갈라져서 무대를 휩쓸고 무대에서 객석으로 전파된다. 장혜주의 색깔은 흰색이고 무대의 포인트는 조명이다.

두 번째 장은 승(承)에 해당된다.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발레리나 이고은이 무대 뒤 깊은 곳에서 신비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는 사라진다. 커다란 풍경화 두 점이 배경이 된 무대에 무용수가 등장하여 듀엣을 춘다. 여인은 흰 색이고 남자는 정장 콤비를 입었다. 태어난 자아가 싹을 틔우고 바람과 비를 맞으며 성장하고 있는 것을 암시한다. 천둥과 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나무는 쑥쑥 자란다. 그 곳에서 욕망도 함께 자란다. 남과 여는 서정적인 대사를 교환한다. 자아도취 4개 장면 중 가장 서정적인 부분을 이고은이 보여준다. 이 장의 포커스는 붉은 색과 영상이다.

기승전결의 세 번째 장은 현대무용가 김영미의 몫이다. 무대에 도구들이 등장한다. 감색 원피스차림의 여인 둘이 탁자와 의자를 이리 저리 옮기고 탁자 위에 의자를 쌓아 올리는 작업을 되풀이한다. 형체를 바꾸고 다시 이동시키고...의자들은 마주 보고 혹은 등을 대고 멀어졌다가 가까워지는 등 무용수의 손길에 따라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인다. 구성과 해체를 반복하는 이들의 작업은 단순한 것 같지만 그 때마다 무대 위에 기하학적인 미를 창조해낸다. 무용가들의 삶도 이런 것인가. 연습과 연습, 반복과 반복,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이뤄내고자 하는 욕망이랄까, 이렇게 여인의 젊음도 지나고 무용가로서의 꿈도 시들어갔다. 몸속의 나팔꽃은 이미 시들어 더 이상 빨간 포자도 생산하지 못하는 여인의 몸, 삶은 주름을 만들었고 세월은 얼굴에 쓰여 지고 추억은 뇌 속에 저장되어 있다. 김영미의 춤은 50대 여성무용가의 남아있는 꿈을 그려간다. 그녀가 무대 위에서 마지막으로 불태워야할 무용가의 꿈 이야기다.

결(結)에 해당하는 작품은 최원선의 ‘취(醉)하다’이다. 커다란 달이 떠 있고 그 아래 서 있던 4명의 무용수가 규칙적인 북소리에 따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술의 투로를 연상케 하는 규칙적이고 일사불란한 동작들은 아마도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현대판 코르셋을 상징할 것이다. 남색 한 복 차림의 여인이 등장한다. 최원선의 솔로가 이어진 후 4인의 무술체조가 그녀의 춤과 어우러진다. 사회의 왜곡된 시선과 마주 서는 무용가의 운명을 논리적으로 풀어가려는 안무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25분간이나 반복되는 동작들이 결론의 긴장감을 떨어뜨린 것은 아쉬웠다.

 

이근수(무용평론가, 경희대명예교수)

 

THE MOVE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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