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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낭만논객, 35년 무용판의 기억_장승헌

기사승인 2019.12.20  15:2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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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승헌 공연기획자(무용)

 

무용계의 ‘낭만논객’을 자처하며 35년 무용 공연이 있는 곳에 늘 함께 해 온 그는 오늘도 춤의 시간을 걷고 있다

 

 

 

물들여서 피어내던 꽃

꽃 진 자리에 오래 앉아 봄볕에 몸을 데울 때

텅 빈 몸으로 공중에 떠서

풍문처럼 떠돌고 싶었다

......

- 장승헌, 박경랑의 춤 <동행> 대본 중

 

 

어느 공연 기획자의 ‘애정과 애증’ 이 뒤섞인 보고서

시간과 공간의 예술이라 불리는 춤, 그것이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소통의 매개체라고 말하는 사람. 춤이 있는 무대에는 늘 그가 있었고, 대한민국 무용계에서 무용하는 사람치고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무용이 있는 곳이라면 달려가 늘 공연장에서 만나게 되는 무용 공연기획자 장승헌.

그가 올해 나이 60세를 맞아 춤 공간과 무용인들 곁에서 서성거리며 누빈 35년 여 시간의 기억을 소환해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시간의 지문, 몸의 기억_장승헌, 춤 戀書>라 이름 붙은 500 페이지 가량 분량의 묵직한 책에는 지난 시간들의 기억들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다. 무용 잡지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 기고한 칼럼과 프리뷰 & 리뷰, 자신이 쓴 무용 대본과 평론 등 각종 글, 그리고 국내 최초의 무용전문공연기획사 ‘MCT & Design FEEL’을 차려 기획해 온 무대들, 춘천아트페스티벌과의 오랜 인연과 성과들, 각종 기념할만한 공연과 행사들의 뒷이야기들, 시인 김영태와의 만남, 피나 바우쉬 와의 인터뷰 등 지나온 시절에 대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편집되어 있다. 그 사이 사이 한국 무용계의 민낯들이 보이며 그 안에서 가능성을 탐색해 온 숱한 시간과 수많은 무용인들에 대한 애정의 흔적이 묻어난다.

그는 책 서문에서 “공연 현장에서 나름 동분서주하던 젊은 시절의 고해성사를 담아 보았다. ‘춤’이라는 인간 본연의 커뮤니케이션 매체로서 바라본 어느 공연 기획자의 ‘애정과 애증’;이 뒤섞인 보고서라 생각하며, 나를 기억하고 춤을 사랑하는 이들이 틈날 때마다 한 장씩 들춰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한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그가 국립극장에서 기획홍보위원으로 8년여 시간을 지낸 후 1995년, 장충동 어귀에 작은 사무실을 차려 국내 최초의 무용전문기획사 ‘MCT & Design FEEL’을 차린 후 15년간 수장 자리를 맡아오며 해낸 일들은 한국 무용계의 역사를 담고 있다. 이종호(시댄스 예술감독)은 MCT가 창립 5주년을 맞았던 당시 축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동안 기획 부재의 우리 무용계에서 기획과 진행의 품질을 월등히 높였고 프로그램과 포스터의 촌스러움에 대한 확실한 종지부를 찍었으며, 대관신청서 하나 쓰려 들지 않는 무용인들을 위해 온갖 궂은일 도맡아하는 안내 초소 겸 사랑방 구실을 해왔다.”

2000-2009년까지의 MCT 제작 공연 레퍼토리만 해도 <우리 시대의 무용가2000-2009> <우리춤 스타 초대전 2003-2008> <춤으로 클릭하는 동화 2004-2007> <오늘의 무용가 초대전 2006> <오늘의 춤작가 Big4 초대전 2005> <한국남성안무가 초대전 2003> <오늘의 춤작가 초대전 2002> 시리즈 등이다. 국내 중견 무용수들의 대부분이 이 MCT의 기획무대에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가 연출, 감독 등으로 참여한 행사 기획 공연으로 무용인한마음축제, 광주 민중항쟁 무용3부작, 정동극장 원가가사 설립 100주년 기념 기념공연, <배정혜 창작춤 20년> <취봉 김백봉 춤 60년 아! 김백봉> 등 중요 행사의 공연무대는 한국 무용사의 방점을 찍는 순간들이다.

오랜 시간 춤에의 열정과 애정은 어디서 기인했던 것일까?

그 자신 사랑하는 무용인들, 그 와중에 부대낌이 있는 우리 무용계. 그 언저리에서 기웃거릴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스스로 고백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춤 동네 어귀에서 이즈음까지 나름대로 호흡할 수 있었던 것은, 피나 바우쉬 못지않은 뜨거운 가슴과 열정을 불사르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이 땅의 우리 무용가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고.

1994년 그에게 찾아온 독일문화원 연수프로그램의 기회는 베를린에 머문 체류기간 3개월 동안 뒤셀도르프와 에센, 부퍼탈 등지를 돌아보던 중 피나 바우쉬와의 조우는 깊은 인상을 새겼다. 그는 피나 바우쉬의 탄츠테아터 공연을 보며 공연예술이 이렇게 사람의 모든 감정을 몸짓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아 피나 바우쉬와 인터뷰를 하며 한국에 소개하겠다는 꿈을 꾸었고, 그 꿈은 2000년 LG아트센터 개관기념작으로 피나 바우쉬의 <카네이션>을 초청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피나 바우쉬의 춤을 꼭 한국의 관객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었어요. 내가 이렇게 좋은데 우리 무용가들이 본다면 얼마나 좋아할까? 무용뿐만이 아니라 연극계에도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더욱 간절해졌어요.”

그의 지난 시간 중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1987년 결성된 ‘매초토’(매월 첫째 주 토요일 모임) 인데, 지금 한국 무용계에서 이름을 올리는 굵직한 인물들이 이때 모였다. 그들은 <매초토 보고서>를 발간하며 무용인들을 소개했다.

또한 그가 프로그래머로, 예술감독으로 2002년 시작해 지금까지 17년째 이어오고 있는 ‘춘천아트페스티벌’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기부(donation)’축제로 공연기획자, 무대 스탭, 아티스트들이 십시일반 재능기부로 뭉친 축제다.

그는 “기획자에서 관객까지 다양한 참여를 통해 진정한 축제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꿈이 이 축제가 갖는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는 춘천아트페스티벌의 모델을 다른 지역에서도 성공시키면 좋겠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주인으로 참여해서 즐기는 축제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아티스트나 전문 스탭 모두 장인 정신으로 무대를 살리는 축제. 축제 후에는 자원봉사자와 아티스트, 스탭들이 무박2일 밤새 이야기하고 술 마시는 새로운 힐링의 시간. 모두 배를 타고 휴양림으로 가서 마무리하는 페어웰 파티. 춘천막국수와 닭갈비를 뜯으며 한여름밤의 꿈같은 축제, 17년을 공들여 매진해 온 축제는 어쩌면 그가 지난 35년여 시간 동안 무용계를 맴돌며 꾸어 온 꿈의 결실을 향한 실천의 씨앗이 아닐까. 평생을 무용을 사랑하며 무용인들과 함께 하며 좋은 작품을 만날 때마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의 기억의 기록들이 그의 바램처럼 우리 무용계의 진일보를 위한 지침서로 오래 기억되었으면 싶다.

 

임효정 기자  themove99@daum.net

<시간의 지문, 몸의 기억_장승헌, 춤 戀書>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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