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영 | 시와세계
짤막한 시들은 새벽의 기운처럼 맑고 한 낮의 젊음처럼 유쾌하다.
“새벽을 깨우는 소리/ 샛별./ 이아침 한 상” 짤막한 단문의 시어가 주는 여운은 다하지 못한 일에 대한 미련이 아닌, 일상의 통찰에서 오는 투명함이다.
향산 박준영 시인의 6번째 단시집 ‘하루는 쿠키와 아메리카노다’는 그의 일상 속 단상이 절제된 단시에 미학적 시어들로 가득하다.
“툭!/ 가슴이 철렁/ 우주가 떨어진다/ 빠알간 햇홍시 하나/ 제 색깔 못 이겨/ 그 우주 통째로 삼키는/ 이 가을”(홍시)에서 가을을 통째 감지하고, “ 아메리카노를 마시니 쿠키가 먹고 싶다./ 쿠키를 먹으니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다./ 이아침 뭘 먹을까?/ 하루는 쿠키와 아메리카노다” 라고 읊조리는 팔순의 노시인은 젊은이마냥 하루의 일과를 그리며 현대를 살아간다.
그런가하면, “슬픔 하나/ 연민도 타버린/ 그림자 하나/”라고 회한의 자화상을 보이는 동시에 “돌 속에 미소/ 허공을 삼키듯 / 천년의 적정”이라고 자연의 세월을 유유히 노래한다.
돌부처
돌 속에 미소
허공을 삼키듯
천년의 적정
독도
홀로 있는 섬
혼자가 아닌 우리,
가슴의 섬
하루
아메리카노를 마시니 쿠키가 먹고 싶다
쿠키를 먹으니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다
이아침 뭘 먹을까?
하루는 쿠키와 아메리카노다
홍시
툭!
가슴이 철렁
우주가 떨어진다
빠알간 햇홍시 하나
제 색깔 못 이겨
그 우주 통째로 삼키는
이 가을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