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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를 감상하는 방법

기사승인 2021.01.30  01: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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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한歲寒 - 한겨울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

‘세한歲寒’은 설 전후의 혹독한 추위를 이르며 인생의 시련과 고난을 뜻한다. 추운 겨울 황량한 분위기의 추사 김정희 <세한도>(국보 제180호)는 겨울이면 떠오르는 그림이다. 특히, 조선 시대 형벌 중에서 사형 다음으로 무거운 유배형에 처한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의 고난과 이를 견디게 해준 벗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 다각도의 생각거리를 전한다. 마침,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2020년 특별전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歲寒·평안平安”전을 통해 세한도를 다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시대 ‘세한’과 ‘평안’을 대표하는 19세기 두 그림 <세한도歲寒圖>(국보 제180호)와 <평안감사향연도平安監司饗宴圖>를 전시하여 한겨울 추위인 세한을 함께 견디면 곧 따뜻한 봄날 같은 평안을 되찾게 될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도 던진다. <평안감사향연도>는 조선시대 관리들이 선망했던 평안감사로 부임한 영예로운 순간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잔치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이 두 작품은 삶의 고락(苦樂)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겨내고 기뻐할 수 있다는 평범한 일상의 풍경과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상설관 2층 서화실에서는 테마전“김정희와 그의 벗”(2020.10.13.~ 2021.2.14.)이 진행된다. 테마전에는 김정희의 대표작인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 등 김정희의 글씨 5점과 그의 벗들이 그린 서화 16점 등 총 21점이 선보인다.

 

 

 

석학 3인이 들려주는 김정희와 세한도 온라인 강연

김정희金正喜(1786-1856)를 연구해온 석학 유홍준(명지대학교), 최완수(간송미술관), 박철상(한국문헌문화연구소)의 강연이 4차례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4차례의 강연을 들으며 김정희의 평생 이룩한 학예일치의 경지를 이해하고 그가 유배라는 세한의 시간을 겪으며 어떻게 변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강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되며, 국립중앙박물관 유투브 채널로 송출한다.

 

 

https://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EA%B5%AD%EB%A6%BD%EC%A4%91%EC%95%99%EB%B0%95%EB%AC%BC%EA%B4%80

 

 

유홍준-김정희의 삶과 예술2

https://www.youtube.com/watch?v=iS1dQDPxTo8

 

 

최완수-김정희와 세한도

https://www.youtube.com/watch?v=Pt2isYPne7w&t=140s

 

세한도-박철상

https://www.youtube.com/watch?v=rr7eL2UPjIw

 

 

연계 테마전, “김정희와 그의 벗”

김정희의 벗들은 김정희와 교유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평생지기인 권돈인權敦仁(1783-1859)의 <세한도>(도3)는 ‘세한’이라는 주제를 표현하면서 김정희의 <세한도>와는 구별된 그림을 제작했다. 권돈인은 메마르고 쓸쓸한 김정희의 그림과는 달리, 세한 속에서 지조를 지키는 세한삼우(소나무와 대나무, 매화)를 물기 있는 먹을 써서 담담하게 표현했다. 나아가 김정희의 애제자인 허련許鍊(1808- 1893)이 스승의 글씨를 모아 목판에 새긴 『완당탁묵阮堂拓墨』은 김정희가 후대에 미친 영향을 볼 수 있다.

1844년 <세한도>를 선물 받은 이상적은 그해 겨울 사신으로 중국에 가면서 이 그림을 가져가 중국 문필가들에게 선보였고 16명이 이 그림에 시를 붙여 예찬했다. 이후 오세창 등이 가세해 원래 69.2cm 였던 그림은 가로 10m가 됐다. 이후 <세한도>는 이상적을 손을 떠나 1930년대 경성제국대학 교수이자 미술품 수집가인 후지쓰카 지카시의 소유가 됐다. 서예가 손재형이 일본에까지 찾아가 몇 달 동안 팔 것을 간청한 결과 그 정성에 감동한 후지쓰카는 돈을 받지 않고 후지쓰카에게 건넸다. 손재형은 나중에 문화재 수집가인 손세기에게 <세한도>를 팔았고, 그의 아들 손창근이 2020년 2월 정부에 기증했다.

손창근 선생이 나라에 기증한 것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은 특별전 “한겨울 지나 봄 오듯”의 1부 “세한 – 한겨울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이란 타이틀로 전시 중이다.

 

세한도에 담긴 인생의 성찰과 예술의 완성

1부 “세한歲寒-한겨울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에서는 <세한도>의 모티프인 『논어論語』의 ‘세한연후歲寒然後 지송백지후조知松柏之後凋’, 즉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는 구절의 의미를 ‘세한의 시간’과 ‘송백의 마음’으로 나누어 감성적으로 전달한다. 손창근孫昌根(1929년생) 선생이 2020년 기증한 <세한도>을 비롯하여 2018년 기증한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와 <김정희 초상화> 등 15점을 전시하고 <세한도>의 제작 배경과 전래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영상 5건을 상영한다.(도1·2·3)

첫 번째 ‘세한의 시간’ 공간에서는 먼저 김정희가 겪은 세한의 경험과 감정을 이방인의 눈으로 해석한 7분 영상 <세한의 시간>을 상영한다.(도4) 영화 제작자 겸 미디어 아트 작가 프랑스인 장 줄리앙 푸스(Jean-Julien Pous)가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한 제주도 풍경에 김정희의 고통과 절망, 성찰에 이르는 과정을 녹여냈다.

 

이어서 김정희의 <세한도>와 청나라 문인 16인과 한국인 4인의 감상 글로 이루어진 세한도 두루마리(전체 크기 33.5×1,469.5cm) 전모를 14년 만에 공개한다. 20명의 문인들의 <세한도> 감상 글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군자의 곧은 지조를 지키는 행동의 가치를 칭송한 내용이다. 이전 전시 방식과는 달리 두루마리 앞쪽의 바깥 비단 장식 부분에 있는 청나라 문인 장목張穆(1805~1849)이 쓴 ‘완당세한도阮堂歲寒圖’ 제목을 볼 수 있도록 전시했다.(도5) 또한 <세한도>를 초고화질 디지털 스캐너로 스캔하여 그림 세부를 자세히 보여주는 영상에서 눈으로 볼 수 없었던 김정희의 치밀한 필력을 확인할 수 있다.(도6·7) 건조하고 황량한 ‘세한’을 그림 에 녹여내기 위해 물기 없는 마른 붓에 진한 먹물을 묻혀 사용한 필법은 그가 오랜 시간 갈고 닦은 필력에서 나온 결과이다. 그리고 김정희와 <세한도>의 의미를 전문가 3인 즉, 최완수, 유홍준, 박철상의 인터뷰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한도를 지킨 사람들

두 번째 ‘송백의 마음’ 공간에서는 세한 시기 송백과 같이 변치 않은 마음을 지닌 김정희의 벗과 후학의 이야기를 다룬다. 8년 4개월의 제주 유배 기간 동안 편지와 물품을 주고받으며 김정희에게 빛이 되어준 동갑내기 친구 초의선사草衣禪師(1786-1866), 역관이자 제자 이상적李尙迪(1804-1865), 애제자 허련許鍊(1808-1893)과의 따뜻한 인간관계를 보여준다. 김정희는 초의선사에게 편지를 쓰며, 서화를 제작해달라는 허련의 청에 시달리고 있는 소소한 일상을 전했다.(도8) 이처럼 김정희는 제주에서 허련, 전각가 오규일吳圭一 등을 통해 서화 주문 요청을 받아 많은 작품을 제작하면서 세한의 시간을 예술적 승화의 시간으로 만들어나갔다.

김정희의 예술과 학문은 20세기에 서예가 오세창吳世昌(1864-1953)과 서예가이자 국회의원을 역임한 손재형孫在馨(1903-1981), 김정희 연구자 후지쓰카 지카시藤塚鄰(1879-1948) 등에 의해 계승되었다. 후지쓰카가 1940년 일본으로 가져간 <세한도>를 1944년 손재형이 폭격의 위험을 무릅쓰고 무사히 되찾아온 감명 깊은 일화를 영상으로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불이선란도>와 기증의 의미를 돌아보는 공간을 마련하여 고故 손세기孫世基(1903-1983) 선생과 손창근(92세) 선생이 소중하게 모은 문화재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한 숭고한 뜻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도9·10)

 

 

 

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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