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준호 <가장 완벽한 선 The perfect line >展
“버려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 온전한 모습이 보입니다”
작가는 버려진 사물에 한번 더 유용하게 쓰임을 주고 싶었던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편의상 혹은 미관상 잘려서 땅 위로 내려온 나무들을 전시장으로 들여왔다. 크고 작은 나뭇가지들이 여러 형태로 특별한 조형을 형성하고 있다. 휘어지고 뒤틀린 기다란 가지는 퇴적된 시간 속 풍상과 자연을 품고 있다. 제 그림자가 드리운 선(line)들이 합해져 사물의 인상을 깊이 각인한다.
“최근 입주한 작업실 인근은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사람들이 빠져나간 공가(空家)들이 많다. 이 빈 집들 안과 밖, 건물 사이사이 골목으로 버려진 사물들에게 시선이 간다. 사람들이 어느 한 공간에서 밀려나듯 사물들도 사람들에게서 밀려난다. ... 사람의 취향과 그 주변 환경이 바뀌는 속도는 사물이 변하는 속도와 다르기에 남겨진 사물들의 모습을 볼 때면 늘 마음이 씁쓸하다. 결국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기 전 이 낡고 버려진 집기들은 누군가에 의해 치워지고 사라질 것이다. 그러기에 사물들이 담고 있는 기억들을 형상화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유추해보고자 한다.” - 작가노트
영은미술관은 영은아티스트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되는 영은창작스튜디오 11기 장준호 작가의 ‘가장 완벽한 선 The perfect line’ 展을 영은 20주년 기념 프로젝트 ‘영은 기억을 잇다’ 마지막 전시로 지난 1월 한달 간 진행했다.(1.9-31)
장준호 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환경과 그 속에 존재하는 사물을 관찰하고,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둘 사이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드러내어 작품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영은창작스튜디오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아, 미술관 주변의 자연 환경 속 나무를 소재로 한 새로운 작업을 선보였다. 지면이라는 기준선을 만나 사람의 손맛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유려하고 감각적인 선을 지닌 나무들을 ‘가장 완벽한 선‘으로 가정하고 그 에 대한 작품을 전시장에서 펼쳤다.
특히 이번에는 ’선’에 집중해서 나무의 겉표면을 긁어내어 한 가지 색으로 보여주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것을 표현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시간의 쌓아올림이고, 나무는 스스로를 두껍게 함으로 세월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런 의미에서 나무의 겉을 깎아내는 것은 시간을 역행하는 행위이다.
유연한 자연 |
전시장에는 나무의 가운데를 파낸 것과, 벗겨내고 파낸 나무의 잔해를 다시 나무 위에 쌓아올린 여러 형태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나무들은 유연하게 변모했다. 작가는 이처럼 반복적인 행위와 그 결과물로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 삶의 여정을 추상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전시장 안 한쪽 벽에 쓰여진 ‘자연은 유연하다’는 인공적 네온사인의 불어 문장이 나무 설치 작품과 묘하게 대비를 이루고 있다.
임효정 기자 / 영은미술관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