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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의 풀어쓴 정가] 알고 듣는 우리 노래➉

기사승인 2021.02.17  2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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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겨울, 봄을 기약하는 매화처럼; 가사 <매화가>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매화쌍조도>(梅花雙&#40304;圖), 고려대박물관 소장

매화야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를 온다

옛 피었던 가지마다 피염즉도 허다마는

춘설(春雪)이 하 분분(紛紛)허니 필지 말지 허노매라

북경사신(北京仕臣) 역관(譯官)들아 당사(唐絲)실을 부붙임을 하자

맺세 맺세 그물을 맺세 오색당사(五色唐絲)로 그물을 맺세

치세 치세 그물을 치세 부벽루하(浮碧樓下)에 그물을 치세

걸리 걸리 걸리소서 정든 사랑만 거걸리소서

물 아래 그림자 졌다 다리 우에 중이 지나를 간다

중아 중아 거기 잠간(暫間) 섰거라 너 가는 인편(人便)에 말 물어를 보자

그 중놈이 백운(白雲)을 가리키며 돈담무심(頓淡無心) 허는구나

성천(成川)이라 통의주(通儀紬)를 이리로 접첨 저리로 접첨 저무러 접첩 개어 놓고 한 손에는 방추들고

또 한 손에 물박 들고 흐르는 청수(淸水)를 드립덕 덤석 이리로 솰솰 저리로 솰솰 출렁 축척

안 남산(南山)에 밖 남산에 개암을 개암을 심거리 심거라 못다 먹는 저 다람의 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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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해묵은 등걸에 봄철이 돌아온다

옛 피던 가지마다 필 만도 하다마는

봄눈의 어지럽게 날리니 필지 말지 하는구나

북경으로 사신 가는 역관들아 중국 명주실을 붙이자

짜세 짜세 그물을 짜세 오색 중국 명주실로 그물을 짜세

치세 치세 그물을 치세 부벽루 아래에 그물을 치세

걸리 걸리 걸리소서 정든 사람만 걸리소서

물 아래 그림자 졌다 다리 위에 중이 지나간다

중아 중아 거기 잠깐 섰거라 너 가는 편에 말 물어보자

그 중놈이 흰구름을 가리키며 무심히 가는구나

성천(지방)의 통의주(비단)를 이리로 접첨 저리로 접첨 겹겹이 접첨 개어 놓고 한 손에는 방추 들고

또 한 손에 물바가지 들고 흐르는 맑은 물을 들입다 듬뿍 이리로 솰솰 저리로 솰솰 출렁출렁

안쪽 남산 바깥쪽 남산에 개암을 개암을 심어라 심어라 못다 먹는 저 다람쥐의 마음과

 

부벽루: 평양 모란봉 밑 절벽 위에 있는 누각

성천 통의주: 평안남도 성천에서 생산하는 통의주 비단

접첨: 접어서 포개는 모양

방추: 물레로 실을 뽑을 때 고치솜에서 풀려나오는 실을 감는 쇠꼬챙이

개암: 개암나무 열매

(국립국악원 『풀어쓴 정가』 2018:166)

 

 

12가사 <매화가>는 <매화타령>으로도 불리우는 곡이다. 12가사는 <춘면곡> <백구사> <황계사> <죽지사> <양양가> <어부사> <길군악> <상사별곡> <권주가> <수양산가> <처사가>의 12곡이다. 작자미상의 <매화가>는 봄이 오기 전에 피기시작하는 매화꽃을 기대어 봄날의 사랑을 기약하는 노래이다. 비단으로 짠 그물을 맺고 푸는 은유적 시어로 사랑의 마음을 풀어냈다. 12가사는 문학 가사체의 긴 사설을 장단 틀에 담아 노래하는 장르이다. 문학장르인 가사와 구별하기 위해 노래 곡은 12가사라 부른다. 가곡, 가사, 시조를 함께 정가(正歌), 즉 바른 노래라고 지칭한다. 그러나 같은 정가 안에서도 가곡과 시조에 비해 가사는 형식이 자유로와 감정표현은 진솔하고 자유롭다.

가곡과 시조는 엄격하게 정해진 형식이 있는 반면 가사는 사설도 가곡과 시조에 비해 매우 길뿐만 아니라 일정하지 않고 음악적으로도 음역이 좁고 대부분 계면조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단조로운 가락이 반복되는 등 가곡에 비해 세련되어 있지 않다. 현재 전하는 12가사 중 <수양산가> <양양가> <처사가>와 함께 전문가의 민요인 잡가의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매화가>의 요성은 서도소리와 매우 유사하다. 갖춘 음악으로 관현악기의 반주를 곁들이는 가곡과 달리 가사는 기악반주가 없어도, 장구장단 하나만 가지고도, 단잽이 선율에만 얹어도 노래가 가능하다. 엄격한 반주 선율의 규칙이 정해져있는 가곡과 달리 노래의 선율을 그대로 따르는 수성(隨聲)가락으로 연주하게 된다. 또한 고정된 선율에 시조시를 얹어 부르는 가곡과 달리 가사는 하나의 선율에 하나의 사설로 노래한다. <매화가>는 『청구영언』과 『남훈태평가(南薰太平歌)』에 사설이 실려있다. 가사의 창법은 대개 가곡과 유사하지만 여창 가곡이나 경제(京制)시조창에 사용하는 속청 혹은 세청을 빈번하게 사용한다. 가사가 언제부터 불리웠는지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대략 영조 이후라 추측하며 일제강점기 이왕직아악부의 하규일(1867∼1937), 임기준(1868∼1940) 선생을 통해 전승되었다. 현재에도 가곡창과 겸해 전승되고 있는데 197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로 이주환 선생이 지정되었고 이후 정경태, 이양고 선생으로 전승되었으며 타계후 현재는 이준아 보유자와 김호성 명예보유자가 지정되어 있다. 정경태- 이양교의 12가사는 2장의 LP <국악의 향연>에 전곡이 수록되어 있다.

매화를 주제로 그린 다산 정약용의 <매화쌍조도>는 유배시절, 외동딸에게 전해주기 위해 부인 홍씨의 낡은 치마폭에 그린 그림으로, 매화 나뭇가지에 앉은 한 쌍의 새, 봄을 기다리는 매화꽃의 그윽한 향기와 절절한 부정이 그대로 담겨있다. 매화는 선비의 정신적 지향을 상징하는데 특히 한겨울에 피어나는 동매(冬梅)와 설중매(雪中梅)는 지조있는 선비의 모습같다. 어느 꽃보다 화려하지 않지만 추운 겨울 가장 먼저 깨어나 어느 덧 단아한 꽃을 피우는 매화는 그런 점에서 깊은 품격의 성정과 닮아있다.

추운 겨울, 그 청초한 꽃망울을 터뜨려 봄을 기약하는 매화처럼, 어서 우리도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본다.

 

가사 <매화가> 노래: 박진희, 김현정, 강조은, 임상숙

https://www.youtube.com/watch?v=tMszTQQmG80

김희선 국민대학교(교양대학)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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