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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댄스포에지] 장소 특정적 무용으로 풀어낸 신동엽의 시

기사승인 2021.02.18  00: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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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수정, Site Specific Dance Festival - 춤추는 인문학여행 ‘몸에 시가 흐른다’>

시가 춤추다. 신동엽문학관에 관객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든다. 공연 전 살짝 내린 비는 시적 여운을 더한다. 무용과 문학이 특정 장소에서 만나 공간성과 지역성을 이채롭게 발현한 무대. 사비댄스프로젝트의 <Site Specific Dance Festival – 춤추는 인문학여행 ‘몸에 시가 흐른다’>공연이다.(2020.7.24., 신동엽문학관)

장소 특정적 공연(Site Specific Performance)은 무용보다 미술 분야가 활발하다. 조형성강한 미술이 무용보다는 접근이 쉬우리라 본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1960년대 장소 특정적 미술은 시작된다. 1970년대 제도 비평을 통해 완성되고, 1980년 이후에는 장소와 작품에 대한 인식이 담론적 성격을 띠게 된다. 이 공연을 기획 및 연출한 임수정 사비댄스프로젝트 대표는 2016년도에 장소 특정적 무용공연 <존재>를 대상으로 지역 특성화 시도와 그 효과를 연구하였다. 지역의 역사적 가치, 장소 이미지가 무용을 통해 부각됨으로써 역사 인식과 지역 정체성 확립에 효과적임을 입증한 것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현대무용가 차진엽은 작품 <Rotten Apple>에서 마치 미술 전시같이 관객이 움직이며 보는 능동성을 부여한 바 있다. 비슷한 예로 현대무용가 김남식은 <검은 사각형 – 의미없음의 의미>를 통해 갤러리 공간의 회화성을 무용의 입체성으로 치환했다.

임수정의 이번 공연은 앞서 소개한 두 무용 작품과는 또 다른 면모를 보인다. 즉, 장소 특정적 무용이 지녀야할 내밀함을 더하고 있다. 특정한 장소, 지역 사회 기반, 특정 장소의 역사, 정치, 문화와 결부된 작품이라는 세 요건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공연은 부여 출신 신동엽 시인의 생가와 신동엽문학관이라는 장소성, 충남 부여라는 지역 사회, 시인이 백제의 역사적 장소를 산책하며 시를 짓고 생가 뒤에 그의 시 <산에 언덕에>를 모티브로 해서 문학관이 건축됐다는 점이다. 일제 강점기, 6.25 전쟁, 4.19 혁명 등 역사적 현장과 함께한 시인의 시어는 역사와 시대를 공존케하는 힘을 지닌다. 장소 특정적 공연에서 요구되는 역사적인 장소의 해석, 해당 장소에 담긴 스토리의 무용 표현을 키워드로 잘 포착했다. 특히 그가 살았던 생가는 무대를 넘은 역사의 현장이자 문학의 풍요로운 대지로 다시금 향하게 한다.

이 공연은 신동엽 시를 소재로 총 5장의 옴니버스 형태로 관객들과 함께 떠나는 춤 여행이다. 프롤로그는 신동엽문학관 해설사의 설명으로 시작된다. 시인의 철학과 삶이 문학관을 감싼다. 문학관 내 좌우에 사람들이 둘러 앉아 있다. 댄스 필름(Dance Film)과 댄스 필름에 바탕한 작품인 시 ‘빛나는 눈동자’(1장)가 제목처럼 빛난다. 이 장면 후 관객은 밖으로 나간다. 새로운 세상과의 조우다. ‘산에 언덕에’(2장)가 춤춘다. 그 언덕은 신동엽이 되고, 부여가 되고, 우리가 된다. 시인에 대한 그리움이 춤에 절절히 묻어난다. 시인의 삶을 잉태시킨 그의 철학을 생생하게 마주하게 된다. 배경이 된 초록빛 잔디는 발의 세포까지 담아낸다. ‘발’(3장)은 이렇게 고통, 저항, 갈등의 목소리를 군무로 뿜어낸다. 낭송하는 시어 음절 하나 하나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채운다. 에필로그의 시 ‘좋은 언어’가 조용히 세상을 응시하며 마무리된다.

이 작품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댄스 필름’이다. 아직 국내에서 보편화된 상황은 아니지만 점점 활용도가 높아질 분야다. 영상을 위한 안무 작업, 무대작품의 영상화 작업 등 다채롭게 구현된다. 이번 공연에선 이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춤 영역 확장에 기여했다. 기록을 넘어선 미학의 기억을 현장에 남겼다.

시와 무용의 만남이 지역 특정 장소와 어우러져 인상깊었던 공연. 신동엽 시인이 시를 지었던 곳에서 역사, 추억, 철학을 함께한 무대다. 임수정은 어릴적 부여문화원에서 이중섭의 <소> 연극 작품을 본 것이 작품 기획 동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추억의 담지다. 지역 문화콘텐츠는 지역을 담되 지역을 넘어서야 한다. 장소 특정적 무용 공연의 역할이다. 이번 공연은 이를 증명했다. 몸에 시가 흐른 날이다.

 

* 임수정

 

사비댄스프로젝트 대표

대덕대 영상연기콘텐츠과 겸임교수

충남대 글로벌문화콘텐츠 박사과정

댄스&미디어연구소 이사

2014-2015 차세대artiStar 선정

대전무용제 안무상 수상

대전 춤 작가전 연기상 수상

전국대학무용콩쿨 금상 수상

한국무용협회 신인무용콩쿨 차석상 수상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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