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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지금 좋은음악] 한국 재즈의 현주소ㅡ서수진

기사승인 2021.06.11  14: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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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드리스 퀄텟 [ROOTS TO BRANCHES]

https://youtu.be/M8LmvrlxkGA


우리의 취향과 관심은 만날 수 있을까. 너무 많은 정보와 콘텐츠에 짓눌리는 시대. 이제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것을 읽고 보고 듣는다. 집에 TV가 여러 대 있는 경우는 흔하다. TV가 없어도 상관없다.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장비를 활용해 뭐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누군가에게는 공중파의 프로그램이 가장 핫한 아이템이겠지만, 다른 이는 유튜브 채널 몇 개만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대중음악 역시 마찬가지이다. 더 이상 ‘국민가수’가 존재하지 않는 시대. 누군가는 “요즘 노래가 노래냐”고 비웃을지 몰라도, 날마다 3000곡 이상의 신곡이 나오는 세상에서는 모두들 다른 음악을 좋아하는 게 당연하다. 물론 지금 브레이브 걸스, 아이유, 방탄소년단이 인기라는 것쯤은 다들 안다. 하지만 하루 종일 그 음악만 들을 수는 없지 않나. 누군가는 많은 이들이 듣는 음악이 지겹고, 사람들이 모르는 음악에 더 설렌다. 게다가 공짜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이다. 음반 한 장 사는 정도의 비용이면 한 달 내내 무제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한국에는 없는 음악이 없다. 모든 장르의 음악이 다 있다. 과거부터의 현재까지의 스타일도 다 존재한다. 다만 음악에 대한 관심이 고르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어떤 장르에 대해서건 기준과 판단이 다르다. 한국 재즈라면 어떨까. 나윤선, 웅산, 말로 정도만 알고 있어도 음악을 꽤 듣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서수진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재즈 드러머로 2015년 첫 음반을 발표한 서수진은 한국 재즈의 가장 생생한 현재이다. 서수진이 2021년 한국대중음악상 재즈&크로스오버 부문 최우수 연주를 수상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솔로와 팀으로 종횡무진하는 서수진은 작품의 양과 음악의 깊이, 그리고 창작자의 열정으로 군계일학 같은 존재이다.
서수진이 지난 해 발표한 음반에 이어 서수진 코드리스 퀄텟의 이름으로 올해 발표한 새 음반 [ROOTS TO BRANCHES]는 서수진의 4집으로 서수진이 주도한 또 한 장의 역작이다. 더블베이스 연주자 김영후, 색소폰 연주자 이선재/고단열과 함께 한 음반은 2021년 한국 재즈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이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이 음반을 듣기 전에 재즈를 들을 때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경쾌한 리듬의 맛인지, 아니면 우아한 분위기인지, 혹은 자유분방한 즉흥연주의 충격인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https://youtu.be/M8LmvrlxkGA

 

https://youtu.be/M8LmvrlxkGA

 


서수진 코드리스 퀄텟의 새 음반은 이 모든 요청을 수용하고, 자신의 사유를 더한다. 서수진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유기적 연결을 형상화하고, 루즈 긴스버그를 추모하며, 인지혁명에 대해 논한다. 10곡의 음악에는 지적이고 치열한 사유의 결과물이 단단하게 묶여 있다. 평이한 곡은 없다. 평이한 메시지도 없다. 지금 가장 날카로운 질문과 대답이 서수진의 음악에서 펼쳐진다. 그 질문은 과거를 추억하는 사람들의 안일한 질문이 아니다. 세상의 변화를 계속 지켜보면서 문제의식을 싹틔운 예술가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어디선가 누군가 생각을 쌓아올릴 때, 우리는 그 성채 위에서 세상을 볼 수 있다.


서수진은 세 명의 동료 연주자와 함께 소리의 온도와 밀도, 흐름과 변화로 음악을 구성한다. 선명하고 매력적인 테마를 던지기도 하고, 그만큼 도전적인 앙상블을 수행하기도 한다. 한 방울의 물방울이 떨어지며 파장이 시작될 때, 서수진의 재즈는 그 순간의 매혹을 끌고 예고하지 않았던 세계로 나아간다. 예상하지 못했던 목적지로 향하면서 예측하지 않았던 풍경을 만날 때, 눈 감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눈을 번쩍 뜨고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어디에 도착하는지만이 아니라 어떻게 가는지,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나는 소리의 풍경들은 얼마나 다르면서도 적확하게 목적지와 연결되어 있는지 파악하면서 듣다보면 깨어나는 것은 감각만이 아니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이합과 집산의 드라마를 따라가며 만나는 즐거움은 듣는 일의 기쁨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친절하면서도 낯선 세계의 문을 열어보시길.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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