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다섯까지 색깔을 위한 다섯가지 작품

기사승인 2021.06.26  08:23:04

공유
default_news_ad2

- _경기필과 마시모자네티 ‘Five For Five’

경기필하모닉은 지난 달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 시리즈인 ‘Five For Five’를 진행했다. 밀레니엄 세대인 피아니스트 선율, 정지원, 윤아인, 박재홍, 임주희와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싸이클을 완주했다. 이들은 경기아트센터, 성남아트센터, 고양아람누리,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을 순회하며 각각 가진 고유의 색깔을 보여주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은 그 매개가 되었다.

피아니스트 선율과 정지원이 이 시리즈의 첫 공연을 맡았다. 각각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을 연주했다. 우선 선율은 피아니스트 자신이 아닌 작품에 충실한 연주를 보여주었다. 연주를 통해 스스로를 부각하기 보다는 작곡가 그 자체를 보여주려 노력했다. 지금껏 생각해보지 못한 변칙적인 연주로 관객들로 관객들을 놀라게 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안정적으로 작품을 이끌어 간다는 장점이 있었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 정지원은 그만의 특별한 연주로 빠르게 무대를 장악했다. 미리 준비해온 신선한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무대 위에서의 즉흥성도 돋보였다. 잘 연주해보지 않았다는 피아노 협주곡 2번에 대한 걱정과는 달리 연주자는 무대를 즐기고 있었다. 피아니스트가 작품에 충분히 몰입한 덕에 관객들도 연주에 덩달아 끌려 들어갔다.

 

그 다음 무대에서는 윤아인과 박재홍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과 4번을 연주했다. 먼저 윤아인은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 경제적인 방식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연주를 보여주었다. 전반적으로 절제된 연주를 보여주었고, 소리를 만드는 능력은 훌륭했다. 연주를 잘라서 어디를 들어봐도 소리의 균형이 완전했다. 특히 프레이즈마다 이야기를 부여하는 방식은 나이답지 않게 진중해 보였다. 같은 날 피아니스트 박재홍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했는데, 화성에 대한 예리한 감각으로 도입부를 연주하는 자세부터 남달랐다. 또 톤에 대한 뛰어난 센스로 작품을 섬세하게 빚어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연주자였다. 오케스트라 악기별 톤에 맞춰 대화를 이어가기도 하고, 반응했다. 자신의 연주를 이어가면서도 오케스트라에 늘 귀를 열어두고 있었다. 앙코르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에튀드에서는 다시 한번 이 연주자의 화성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라흐마니노프가 강조한 코드들을 확실히 짚어내고, 잘 설계된 페달 컨트롤로 객석까지 라흐마니노프의 텍스추어를 그대로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대망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는 피아니스트 임주희가 협연했다. 이미 이 작품을 많은 연주를 해본 것처럼 안정적이었다. 익숙한 작품에 대한 익숙한 기대를 충분히 채워주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그리고 오케스트라에 대한 경험이 많은 연주자인 만큼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능숙한 모습을 보였다. 즉각즉각 지휘자의 요구에도 민첩하게 반응했으며, 한층 성숙한 연주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지난 한달 간 신예 피아니스트 5명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개를 들을 수 있었다. 다섯 명의 개성이 모두 달랐고, 그 중에서는 정말 다음 무대를 기다리게 만든 연주자도 있었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 많던 영재들은 어디갔을까? 일찌감치 어른들에게 재능을 발견 당한 아이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기대대로 성장했을까? 어른들은 얼마나 도와주었을까?

 

이제 막 꽃을 피우고 있는 젊은 예술가들이 당장 눈 앞의 성과보다 지치지 않고 더 멀리 바라봤으면 한다. 반짝 받은 관심을 추동력삼아 남은 예술세계를 어영부영 이어가는게 아니라, 모두가 시간을 무게 삼아 귀한 예술가들이 되길 바란다. 그러면 이들을 지켜본 관객들에게도, 연주를 함께한 경기필에게도, 이 시리즈를 기획한 마시모 자네티에게도 이 날들이 더욱 값어치가 있을 것이다.

 

허명현(음악칼럼니스트)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huhmyeong11@naver.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