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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현의 감성클래식] 흐르는 음악은 봄소리 처럼

기사승인 2021.07.13  09: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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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봄소리 바이올린 리사이틀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바이올린 온 스테이지’ 와 함께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돌아왔다. 앨범에 실은 아홉 곡 중 여섯 곡을 무대음악으로 구성했다. 비에냐프스키의 ‘구노의 파우스트 주제에 의한 환상곡’, 차이콥스키의 발레극 ‘호두까기 인형’ 중 파드되(2인무) 등이 실렸다. 그리고 이번 리사이틀에선 음반에 수록된 곡들과 또 가장 자신있어하는 작품들을 골랐다. 그리고 마침내 김봄소리는 한국 관객들 앞에 섰다.

 

이 날 김봄소리 옆에 함께 한 피아니스트는 그녀의 오랜 파트너인 라파우 블레하츠가 아닌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였다.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최근 많은 연주자들의 반주를 도맡아 하며, 반주 1순위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이 날 1부 부터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단순히 반주 뿐만 아니라, 필요한 부분은 주도적으로 음악을 전개하며 작품에 색깔을 입혔다.

 

첫 곡은 본인의 이름처럼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이었다. 시작은 다소 불안했다. 반주를 하는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호흡이 엉키고, 프레이즈간 연결도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2악장부터는 이내 김봄소리의 진가가 드러났다. 또 오늘 무대를 위해 준비한 모습들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바이올린으로 노래를 하는 기술이 이전보다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과장되지 않고, 호흡하듯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는 노래했다. 마치 봄이 오는 소리 같았다.

 

사실 이날 연주된 비에냐프스키의 ‘전설’, ‘파우스트 주제에 의한 환상곡’ 역시 그런 방향이었다. 중심을 노래에 두었다. 곡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던 관객들조차도 부담 없이 달콤하게 들리는 멜로디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생상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는 조금 아쉽게 들렸다. 음색을 기민하게 변화시키며 드라마를 빌드업하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김봄소리는 조금 더 노래를 정교하게 만드려는 시도에 집중했다. 그래서 오히려 피아니스트가 만드는 드라마에 바이올리니스트가 끌려가는 느낌도 들었다.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능숙하게 색채를 변화시키고 농도를 조절하며 짙은 드라마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앙코르로 연주한 생상의 '삼손과 데릴라' 중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는 이날 공연 중 가장 완성도가 높았다. 음반으로도 녹음해서 이미 능숙했고, 안정된 톤은 정말 듣기가 편했다. 이미 노래하고 있는 선율에 김봄소리는 자신의 호흡을 덧붙여 아주 자연스럽게 음악을 만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피아노 솜씨도 작품의 완성도를 더했다. 극한의 피아니시모 속에서도 목소리를 뚜렷하게 내며 음악을 표현하는데, 쇼팽 연주에도 적합한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의 노래에 찰싹 붙어서 서포트하는 모습은, 앞으로 일리아 라쉬코프스키의 가곡 반주 역시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날 본 김봄소리는 몇 년 전보다도 훨씬 성장한 모습이었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보다 예술적인 성취를 이루고 있는 아티스트로 보였다. 점점 미래가 궁금한 바이올리니스트로 변해가는 모습이었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huhmyeong11@naver.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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