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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지금 좋은 음악 6 -[Hegemony Shift]

기사승인 2021.09.17  07: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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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심포닉 메탈 음반, 아그네스(AGNES)의 [Hegemony Shift]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듣기 위해 과거의 명반만 반복할 필요는 없다. 물론 처음 그 장르로 이끈 음반의 위력은 이후의 어떤 음반도 쉽게 대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음악은 명반 이후로도 계속 이어진다. 명반은 명반을 낳는다고 해도 될 정도다. 그러니 자신이 좋아했던 과거의 음반들만 금지옥엽처럼 싸고도는 건 어리석다. 몰라서 듣지 않더라도 요즘에는 이만한 음악이 없다고 말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헤비메탈 음악, 그 중에서도 한국 헤비메탈 음악 역시 마찬가지이다. 1980년대나 1990년대보다 팀이 훨씬 많아지지는 않았다. 시나위나 크래쉬 같은 스타 밴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누군가 좋은 음반을 계속 만들고 있다. 램넌츠 오브 더 폴른, 로스 오브 인펙션, 메써드, 에이틴 에이프릴, 다크 미러 오브 트래지디 같은 팀들 덕분이다. 이 밴드들만이 아니다. 더 많은 밴드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명감으로 버틴다고 생각하지 마라. 작은 신 안에서도 좋은 음악을 만들면 귀 기울여주는 이들이 있다. 박수쳐 주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서로를 믿고 즐기며 오늘의 역사를 이어간다.

한국의 헤비메탈 팬들은 올해 또 한 장의 걸작을 마주했다. 지난 7월 20일 출시된 밴드 아그네스(AGNES)의 [Hegemony Shift] 음반이다. 낯선 이름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릴 필요는 없다. 국내의 전문가들과 팬들은 이미 조우를 마치고 환호성을 터트린 음반이다. 이 음반의 주인공은 메빈 김(Mevin Kim), 김성훈이다. 밴드의 보컬은 한국인이지만 아그네스의 멤버 중에는 일본의 멤버들이 더 많다. 김성훈이 한국에서 활동하다가 2014년부터 일본의 헤비메탈 밴드 RACHEL MOTHER GOOSE에 결합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상황과 과정은 알 수 없지만 국내 활동의 어려움과 무관하지는 않은 결단처럼 보인다. 김성훈은 밴드 RACHEL MOTHER GOOSE에서 두 장의 음반을 발표한 후, 이어서 일본/미국 연주자들과 함께 이 음반을 내놓았다.

이 음반에서 김성훈의 역할은 밴드의 보컬만이 아니다. 자신의 솔로 프로젝트 음반답게 김성훈은 12곡의 노래를 모두 작사, 작곡했을 뿐 아니라 키보드 연주까지 해냈다. 그 결과물로 완성한 음반은 우리가 심포닉 메탈 음반을 들을 때 원하는 사운드의 부피와 화려함, 강렬하고 드라마틱한 서사를 황홀하게 충족시킨다. 코러스와 드러밍으로 장엄하게 시작하는 음반은 변화무쌍한 속주와 명쾌한 멜로디를 결합시키고, 김성훈의 싱싱한 보컬을 더해 질주한다. 곡의 길이가 긴 편이지만, 연주를 주도하는 악기를 연거푸 바꾸고, 수시로 흐름을 전환하며 나아가는 곡은 몰아쳐 압도하고 묵직하게 짓누르면서 선연하게 찔러대는 장르의 무궁무진한 아름다움을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노래로 들려주는 곡의 중심은 호쾌하고, 가지 치듯 뻗어가며 피어나는 키보드, 기타, 드럼의 협연은 눈부시다. 서로를 위해 양보하지 않으며 소리를 더하고 덮는 악기의 앙상블은 상승과 비상, 승화라는 심포닉 메탈의 마력을 활활 불태운다.

많은 심포닉 메탈 밴드의 노랫말들이 그러했듯 디스토피아적이거나 종교적인 세계를 보여줄 뿐 아니라 현실 비판적이기도 한 아그네스의 노랫말은 김성훈과 일본/미국 연주자들이 함께 한 연주를 통해 두려움과 극복의지까지 표현해냄으로써 인간의 편에 선다. 과거를 계승하고 오늘의 발언을 더한 음악에는 장르에 대한 존중과 경애 이상의 열망이 넘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쏟아 붓겠다는 결의이며, 오늘의 음악을 오늘의 음악답게 만들어 내일로 연결하겠다는 사명감이다.

이 음반에 담긴 곡들은 그만큼 갈고 닦은 소리의 연속이다. 이 음반을 들으면 한 곡 한 곡의 곡들이 얼마나 다채로운 흐름으로 선명하게 뻗어나가며 폭발하듯 펼쳐졌다가 다시 돌아오는지 추적하듯 들어야 한다. 이 모든 역할을 김성훈 혼자 다 해낸 것은 아니지만 곡을 쓰고 노래했으며 키보드 연주를 절묘하게 더한 김성훈의 지분은 음반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다. 인상적인 몇 곡의 노래와 상투적인 노래 몇 곡으로 조합한 음반이 아닌 탓이다. 노래와 연주, 각각으로 매혹적이며 그 합산과 메시지로도 특별한 순간들이 줄줄 흐르는 음반은 오늘의 음악에 귀 기울여야 할 설명으로 충분하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AGNES / 「HEGEMONY SHIFT」(lyrics video)

https://www.youtube.com/watch?v=ocBVkcoZey8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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