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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예술세계의 만남

기사승인 2021.10.25  1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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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훈과 KBS교향악단, 개릭 올슨 협연

코로나 이후 국내에서 공연을 하는 연주자는 반드시 입국 후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이 중에서도 피아니스트는 자가격리가 어려웠다. 다른 악기와 달리 지정된 시설에 악기를 휴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바이올린이나 플롯 등 항상 휴대가 가능한 악기의 연주자들은 2주간의 자가격리를 감수하고 국내에 와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예술가들의 처우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어, 예술가들에게도 자가격리 면제 혜택이 주어지기 시작했다. 개릭 올슨 역시 대상자였다. 그는 자가격리를 면제받았고, 외국인 피아니스트가 간만에 국내에 들어오게 되었다.

 

1부에서 연주될 작품은 슈만 피아노 협주곡이었다. 개릭 올슨이 가지고 나온 컨셉은 확실했다. 개릭 올슨은 슈만 본래의 텍스추어에 집중했다. 담백했으며 절대 간드러지지 않았다. 슈만이 가진 작품 본연의 맛에 집중했다. 슈만의 작품은 마법의 샘물처럼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잘못 손대면, 손댈수록 탁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릭 올슨의 연주로 슈만의 악곡은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작품을 연주하며 신선한 아이디어도 선보였는데, 이는 감상자들보다도 배우는 사람들에게 큰 공부가 되었을 것 같다.

앙코르로는 쇼팽의 왈츠를 연주했다. 디저트처럼 느껴져야 하는 앙코르지만 이 날 연주회에서 가장 멋진 순간이었다. 이 소품에 이렇게 많은 아이디어와 연출이 있었다는 사실에 관객들은 감탄했다. 기술적인 완성도뿐만 아니라 곡에 다채로운 성격을 부여했다. 반복되는 부분은 새로운 옷을 입고, 매번 다른 이야기를 했다. 단지 5분의 소품도 스토리가 탄탄한 파인다이닝이 되었다. 개릭 올슨은 곡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앞서 연주한 슈만 피아노 협주곡과는 달리 무척 달콤했다. 개릭 올슨이 이번 쇼팽콩쿠르엔 심사위원으로 들어가지 않지만, 콩쿠르 참가자들은 한번쯤 이 특별한 쇼팽 연주를 들어보면 어떨까?

 

 

다채로운 팔렛트로 그려낸 ‘전람회의 그림’

 

2부에서 연주된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에서 KBS교향악단의 집중력은 더욱 부각되었다. 사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정명훈 지휘자는 다채로운 색깔을 가지고 그림들을 채색해 나갔다. 마치 다채로운 팔렛트로 정교하게 작업을 해나가는 마에스트로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KBS교향악단 역시 충실히 정명훈의 지시를 따라 주었다. 라벨이 관현악 버전으로 편곡한 ‘전람회의 그림’ 은 정명훈 지휘자 손에서 다시 한번 그 가치와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정명훈 지휘자는 폭발적인 사운드가 펼쳐질 때도, 끝없이 절제하며 작품을 채색하는데 더욱 힘을 쏟았다. 그리고 과장되지는 않지만, 적당한 지점에서 설정한 서스펜스는 딱 알맞아 보였다. ‘닭발 위의 오두막’에서 이 서스펜스는 극대화되었다. 익살스럽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장면을 그려 낼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질서였다. 질서 있게 잘 설계된 음악만이 이런 혼란을 효과적으로 묘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반부 ‘카타콤’ 역시 과장된 진행보다도, 섹션간 밸런스에 더 무게를 두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키예프의 대문’ 까지 이어졌다. 굉장히 드라마틱한 전개보다도, 소리가 객석까지 얼마나 잘 균형 잡혀 들릴지를 우선순위에 두었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전람회의 그림’을 궁금해했던 관객들이라면 충분히 궁금증을 해소할만한 공연이었다. 이제 KBS교향악단은 마지막 분기 공연만을 남겨두고 있다. 얍 판 츠베덴,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그리고 KBS교향악단의 새로운 상임지휘자인 피에타리 잉키넨의 공연이 이어진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huhmyeong11@naver.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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