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이주영의 댄스포에지] 솔뫼에 분 행복한 슬픔

기사승인 2021.12.14  12:16:35

공유
default_news_ad2

- 댄스컬 <안드레아 김대건>

26세에 순교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2021년 유네스코 세계 기념 인물이다. 김대건 탄생 200주년을 맞이해 지난해 초연된 창작무용극 댄스컬 <안드레아 김대건>. 2021년 11월 12~13일 당진문예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업그레이드된 이번 공연은 인물을 중심으로 하되 역사와 문화, 사회, 종교를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무대다. 한국 최초 카톨릭 사제인 김대건을 무용을 통해 의미 있게 예술적으로 재조명했다. 당진문화재단과 당진문예의전당이 주관하고, 포텐아트컴퍼니 최석열 예술감독의 연출, 김진희 단장이 안무한 이번 작품은 지역 문화콘텐츠를 넘어 대한민국 문화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당당하게 입증했다.

김대건의 출생지는 충청도 면천군 송산리다. 지금의 당진시 솔뫼로 132번지다. 총 12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의 시작인 프롤로그가 ‘솔뫼성지’에서 시작되는 이유다. 그의 음성이 오늘에 이름을 알 수 있는 공연 줄거리가 자막으로 소개된다. 관객 이해를 돕는 데 유용하다. 4대에 걸쳐 11명이 순교한 ‘소나무가 많은 산(松山)’, 솔뫼는 인트로 영상을 통해 십자가 속 안드레를 포근하게 품는다.

오케스트라 피트가 올라간다. 당진시소년소녀합창단 천사의 노래가 시작된다. 노래하면서 피트가 서서히 내려간다. 성스러움이 조용히 울려 퍼진다. 군무가 풍요로움을 더한다. 무대 우측에서 김대건(김동훈 역)이 삿갓을 쓰고 등장한다. 고뇌에 찬 김대건의 솔로춤이 마리아(김민정 역) 앞에서 이어진다. 징소리 나다. 대주교(김병조 역)와 김대건이 만난다. 엎드린 김대건 앞으로 대주교가 나와 마중한다. 마카오 유학이란 새로운 길로 접어든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남녀 군무가 이를 받쳐준다.

합창단 노래소리가 성스러움을 더한다. 푸른 물결을 가르고, 고국에 당도하다. ‘라파엘호’를 타고 천신만고 끝에 1845년 10월 12일, 전북 익산 나바위에 도착하게 되는 역사적 순간을 보여준다. 여자무용수 7명의 장고춤이 귀국을 환영한다. 남자 소고춤도 가세하다. 흥을 돋우다.

동화풍 강강술래가 이어진다. 심각할 수 있는 부분을 재미나게 담아낸다. 발레의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 격이다. 김대건이 등장한다. 어머니(이다인 역)와의 재회다. 따뜻한 눈물이 무대를 적시다. 김대건이 모인 사람들에게 세례를 준다. 희열 넘치다. 하지만 선교활동은 고난을 맞는다. 갇힌 모습이 영상, 조명 처리로 밀도가 높아진다. 검은 복장의 남자 무리들에 의해 고초 받는 장면이 이어진다. 긴장, 초조, 고독이 점철된 분위기다. 격렬한 음악이 그를 강하게 내리쬔다. 어머니를 위한 기도가 슬프고도 슬프게 들린다. 아들과의 영영 이별을 고하는 어머니의 애절함이 가득하다. “사랑합니다. 나의 어머니”. 고통스런 간구가 조용한 가운데 일어난다. 붉은 조명 받으며 생을 마감한다. “교우들아 보아라. 우리 벗아, 생각하고 생각할지어다....” 김대건 신부의 마지막 회유문이 나레이션으로 객석에 울림을 더한다. 김대건은 무대에서 내려온 자기 옷을 입는다. 촛불든 아이들 속으로 김대건이 나온다. “나는 행복합니다.”를 연신 반복한다. 슬픔이 희망으로 치환한다. 어머니와 천상에서 만나며 막이 내린다.

2020년에 초연해 수정・보완된 이 작품은 한국 최초 조선인 신부, 김대건의 일대기를 고스란히 담았다. 인물 조명을 시의성에 맞게 이루어냈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획득함은 소기의 성과다. 출중한 기량을 갖춘 주역들의 움직임과 연기, 신도들과 사제 역할을 한 군무 앙상블은 솔뫼성지에 온기를 더했다. 각 장면에 부합되는 음악은 춤 밀도를 높였다. 재단과 극장이 이를 단단히 받쳐주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명제를 우리나라 최초 사제인 안드레아 김대건의 무대화를 통해 보여주었다. 솔뫼에서 분 바람이 유장한 세월을 노래한다. 장르를 ‘댄스컬(dancecul)’로 명명했듯 대중과의 교감을 높인 극장레퍼토리로 안착되길 기대한다. 또 하나의 웰 메이드(well-made) 지역 문화콘텐츠로 손색없다.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