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서정민갑의 지금좋은음악] 고전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증명하는 일

기사승인 2021.12.14  13:38:40

공유
default_news_ad2

- -재즈 피아니스트 겸 보컬리스트 마리아킴의 [Dream of You]

우리는 우리가 음악을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음악이 우리를 선택하는지 모른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음악을 받아 안을 여백이 있는 사람인지 확인될 때 비로소 우리에게 다가오는지 모른다. 만약 음악이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는다면, 행여 담을 쳐둔 것은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 음악은 음악이 아니라거나, 옛날 노래가 더 좋았다거나, 특정 장르만 좋아한다고 담을 쳐버리면 음악이 다가서지 못한다. 설레는 얼굴로 기웃거리다가 금세 풀이 죽어 돌아선다. 이미 곁에 편애하는 음악이 있으니 나 같은 건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라고 걸음을 돌린다. 사랑이 그렇듯 언제 어떤 음악과 불꽃이 튈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 다 안다고 확신하지만, 내 안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내가 너무 많다. 그러니 마음과 귀를 함께 열어두고 기다려보자.

다행히 재즈 피아니스트 겸 보컬리스트 마리아킴의 음반 [Dream of You]는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쉽게 열 가능성이 있다. 8명의 현악 연주자와 4명의 재즈 뮤지션이 함께 만든 음반은 고전적이고 보편적인 음악에 가깝기 때문이다. 마리아킴은 이 음반에서 재즈 스탠다드 곡을 비롯한 노래 10곡을 함께 연주하고 노래했다. 이 노래들에서는 2021년의 대중음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시도는 없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결합시킨다거나 크로스오버한 도전을 하지는 않는다. 재즈를 좋아한다면, 재즈 보컬리스트들의 음악을 꾸준히 들었다면 숱하게 들었을 곡들이다. 곡들마다 좋아하는 버전을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사랑받은 곡들의 연속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리아킴은 좀처럼 기존의 수많은 버전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의 수많은 버전을 잊고 앞으로는 이 음반을 가장 먼저 들어도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풍요롭고 균형 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마리아킴은 무리하지 않는다. 미니멀하게 접근하지도 않는다. 첫 곡 <Dream of You>에서 리버브 사운드를 부각시킨 마리아킴의 목소리는 자욱한 안개처럼 밀려온다. 층간소음 문제가 생기지 않을 만큼 음반의 볼륨을 최대한 올리고 들어보라. 베이스와 드럼, 기타는 모두들 은근하면서도 노래가 늘어지지 않도록 생동감 있는 활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스트링 연주가 더해지는 순간의 그윽함은 고전의 가치를 확인시킬 뿐 아니라, 고전적인 음악을 오늘로 되살려낸 마리아킴의 편곡과 연주자들의 연주력에 박수를 보내게 이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jkEVyiRATw

마리아킴의 목소리는 늘 노래의 매끄러운 멜로디를 타고 흐른다. 연주보다 부각되어 흘러가는 목소리는 톤을 높이지 않고 조곤조곤 노래하면서도 음악의 순간을 독식하지 않는다. 마리아킴은 오히려 자신의 역할만 끝나면 다른 연주자들을 위해 선뜻 자리를 비켜주는 쪽에 가깝다. <Almost Like Being in Love>의 간주에서 연주자들의 인터플레이를 맛보는 순간이나, <You Don’t Know What Love Is>에서 1분 가량 현악기 연주만 이어질 때, 주인공은 마리아킴만이 아님으로 인해 더 묵직해진다.

그리고 보컬리스트이자 피아니스트인 마리아킴은 찰랑거리는 피아노 연주로 현의 화음과 다른 물기를 불어넣는다. 보컬이 고즈넉하다면, 현악은 그윽하고, 기타는 농염한데, 피아노는 맑아 앙상블의 균형이 맞는다. 그러다보니 이 음반은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반이자, 예상하지 않은 순간 멋을 부리는 연주의 진면목을 만끽하는 음반이기도 하다. 편안하고 알려진 곡들의 모음이라 해도 느슨하지 않고 나른하지 않다.

누군가는 지금껏 하지 않았던 소리의 창조와 조합에 골몰한다면, 누군가는 이렇게 알고 있는 소리를 더 정교하게 갈고 닦아 더 우아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만약 이 음반이 마음에 든다면 마리아킴이 참여한 다른 음반도 들어볼 일이다. 이 음반만 좋은 게 아니다. 조윤성과 함께 한 음반도 좋고, 허성과 함께 한 음반도 좋다. 음악에 계절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가을이 끝나가는 지금 이 음반을 틀어두면 모닥불을 피운 것처럼 따스해질 것이다. 이 또한 음악의 선물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