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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테호의 음악[Teho2]

기사승인 2022.01.23  14: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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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반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뮤지션 네 명이 함께 만든 연주 음반이라고만 이야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기타리스트 이태훈과 드러머 민상용이 2019년에 밴드 테호를 결성했고, 스튜디오 로그에서 정기공연을 시작했으며, 2020년에 재즈 색소포니스트 김성완과 건반 연주자 진수영이 참여해 4인조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음반 소개 글에 적힌 대로이다.

소개 글을 조금 더 인용하자면, ‘훵크, 록, 재즈, 월드 뮤직의 영향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즉흥 음악 퍼포먼스, 그리고 라이브 공연 중 포집된 몇 가지 오리지널 멜로디에 제목을 붙여 매번 다르게 변주하는 탈 장르 밴드’라는 설명을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밴드의 절반은 재즈 뮤지션이지만, 멤버 대부분은 장르의 경계에 매어 있는 편이 아니다. 이들은 각자 주요하게 몸을 담근 장르가 있음에도, 다른 음악의 물줄기를 향해 곧잘 다이빙해왔다.

 

이 음반은 그동안 테호가 벌였던 20번의 공연 가운데 11회부터 20회까지의 라이브 공연 하이라이트를 모아 만들었다. 수록곡은 7곡. <손에 닿을 만큼 가까운>, <불타는 호수>, <해가 지지 않는 날>, <구조역학>, <다르게 보기>, <기울어진 어깨>, <그렇게 되었다>로 이어지는 일곱 곡의 제목만으로는 일관된 주제의식을 발견하기 어렵다. 멤버 가운데 곡을 주도하는 누군가의 경험이나 순간적인 영감을 기반으로 했을 곡들은 즉흥연주라는 방식과 맞물려 자유로운 감상과 연상과 추리의 시간을 펼쳐놓는다.

대부분의 재즈 음악이나 연주음악이 그러하듯 실마리가 되는 것은 ‘반복과 차이’의 경계이다. 테호가 반복하는 멜로디와 리듬이 테호가 말하려는 어떤 것이 아닐 리 없다. 테호가 변형하는 변화무쌍한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이다. 테호의 음악은 반복하면서 완성되고, 변형하면서 다시 완성된다. 연결되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본 없는 드라마가 테호의 음악이다.

가사가 없다고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말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는 표정으로 말하고, 태도로 말한다. 속도로 말하고 침묵으로도 말한다. 그래서 사람을 만날 때면 상대가 보내는 모든 신호를 흡수하려고 애쓰지 않나. 그렇게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들으면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음악이다. 음악을 연주한 이들의 의도가 있지만, 즉흥연주 음악은 일관된 서사를 구현하기 위해 연주하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연주하고, 변화하기 위해 연주한다. 사람의 생각이나 삶도 그렇게 흘러가지 않나. 테호는 다른 연주자에 의해 침범당하기 위해 연주하고, 서로 개입하기 위해 연주한다. 만나고 충돌하고 융합하는 것, 엇갈리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것. 소리가 펼치는 운동의 무한한 가능성이 테호의 두 번째 음반의 지향이며 핵심이다.


음반을 들어보면 반드시 신경을 곤두세우고 듣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첫 곡 <손에 닿을 만큼 가까운>을 열어 끌고 가는 일렉트릭 기타는 느슨하고 나른하다. 이태훈의 멜랑콜리한 기타 연주에 이어 민상용의 드럼이 조용히 뒤따를 때 테호의 음악은 근사하고 편안한 BGM이 된다. 진수영의 건반과 김성완의 색소폰이 녹아들면 더더욱 안락하다. <불타는 호수>를 시작하는 드럼의 불안한 정조에도 불구하고 색소폰에 어린 우수는 테호의 음악으로 금세 진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물론 진수영의 건반이 곡의 파장을 바꾸기 시작하면, 우리는 테호의 또 다른 진면목을 마주 해야 한다. 테호가 이지리스닝에 가까운 음악, 멜로디만으로 돋보이는 음악을 연주하는 팀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자유로운 소리의 방출이 이어지는 것처럼 들리는 순간에도 테호의 멤버들은 순간의 작곡으로 아름다움을 반복하고 새로움을 직조한다. 템포가 빨라지고 소리의 높낮이가 격해졌다고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지는 않는다.

 

<해가 지지 않는 날>에서도 테호는 순식간에 그윽하고 사이키델릭한 무드를 창출한다. 현세의 상념들을 죄다 버리고 침잠해야 할 것 같은 여운이 깊은 곡이다. 이 곡에서도 서로 다른 악기들은 유사한 정서를 발현해 축조하면서 시시각각 변화한다. 고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럼으로 더 풍성해지는 음악은 정해진 악곡을 반복하는 보통의 음악에서는 맛볼 수 없는 세계로 인도한다. 반면 <구조역학>이나 <기울어진 어깨> 같은 곡은 다른 속도감으로 굴러오고 폭발한다. 먼저 들었던 곡으로 익숙해진 사운드와 다른 연주가 끊이질 않는다. 음반이 끝나는 순간까지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다. 이런 음악이 있어 우리는 겨우 자유롭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Teho2

https://www.youtube.com/watch?v=d65o4Ap3ndA&list=OLAK5uy_klnFutEgpt0wBLI4U6RSpUzD2LA-MI6gA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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