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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댄스포에지] 화이트 속 블랙의 고독과 분열

기사승인 2022.03.21  1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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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연수 안무, ‘White Sound’

서연수의 ‘Black’ 시리즈는 또 하나의 브랜드로 주목할 만한다. 최근 일련의 작업을 통해 한국창작춤의 지평 확장에 기여하고 있는 안무자는 국립국악원 무대에서 춤발자국의 선명도를 높였다. 국립국악원이 주최한 기획공연 <공감시대 – 무용, 이 시대 춤꾼>은 전통과 창작의 교집합이자 합집합이다. 과거, 현재, 미래를 통시적으로 아우르면서도 춤적 밀도를 조망할 수 있는 무대다. 2021년 10월 27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이루어진 ‘White Sound’는 이날 네 번째 출연자 중 세 번째 무대로 순서를 이어갔다.

서연수의 ‘Black’ 은 연작(連作)이자 독립작이란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초연 ‘Black’은 역사 속 짙은 기억을 옹골차게 담아내며 탄생했다. 시리즈 2탄 ‘Black Vol.2’는 블랙을 통한 화이트를 역설(力說)하고, 역설(逆說)했다고 평자는 언급한 바 있다. 역사와 삶을 통찰해 담아낸 연작은 창의적 진화를 거듭한다. 세 번째 무대인 이번 공연은 ‘화이트 속 블랙의 고독과 분열’이란 명제를 만들어냈다. 블랙(Black)이 지닌 내밀함을 화이트(White)라는 순수함으로 치환시킨다. 보이지 않는 역사를 ‘White’로, 그 속의 민중의 함성을 ‘Sound’로 연결시켰다. 보이지 않는 역사 속에 담긴 민중의 함성을 노래한 맑고 깊은 소리다. 역사 속 어두움을 어둡게만 바라보지 않고, 대비와 대조라는 기법을 통해 표현했다. 담백하게 처리하되 춤과 소리의 연결을 통해 동작언어와 조형언어의 교감도를 높인 것은 수확이다.

무대와 객석에 조명이 환하게 들어온다. 흰옷 차림의 강요찬이 들고 있던 부채를 무대 왼쪽부터 하나씩 내려놓는다. 무대 가운데에 하나를 세운다. 중앙에 위치한 부채 앞에 작은북을 세운다. 북에 소리를 가한다. 북을 두드리고, 뜯고, 튕긴다. 흰옷 입은 여자 한 명이 등장한 후, 초록색 의상을 입은 서연수가 등장한다. 여자의 구음과 징, 북소리가 연이어 피어난다. 무대 앞에 부채 하나를 펼쳐 놓는다. 강요찬은 부채로 바닥을 긁는다. 징소리가 이에 답한다. 두 명 동시에 부채를 편다. 시원하게 펼쳐진다. 타악 사운드와 슬픈 구음 속에 서연수는 부채와의 대화를 이루어 나간다. 상대 무용수는 펼친 부채를 들고 서 있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오브제 부채는 무대장치이자 장신구가 된다. 판소리에서 소리꾼이 발림할 때 부채를 소리 대목에서 적절하게 사용하듯 작품 흐름속에서 배우의 독백, 방백뿐 아니라 지문과 대사 역할까지 넘나든다.

무대가 죽은자의 넋이 잠들어 있는 묘지 앞이 되기도 하고, 고요하게 엎드려 있을 때는 새로운 숨을 머금고 싶은 모습도 보인다. 타악 소리가 잔잔히 번진다. 서연수가 머리에 부채를 인다. 두 무용수가 서서히 앞으로 나간다. 응시의 눈빛을 보인다. 다의성 강하다. 구음과 피리 소리가 함께 번진다. 잔잔한 울림이다. 하지만 큰 숨이다. 역사를 노래하고자 하는 안무자의 의도다. 정가(正歌) 소리가 커진다. 큰 부채 속 작은 부채를 든 서연수가 나온다. 잠든 용기의 표출이다. 민족과 삶을 향한 외침이다. 강요찬이 큰 부채로 상대방을 가린다. 악기 소리, 구음 또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화이트 속 블랙의 고독과 분열이 거세게 인다. 큰 부채 5개로 서연수를 두른다. 부채로 인해 산이 되고, 바다도 된다. 오브제(부채)와 사람(무용수) 형상이 새로운 조형언어를 만들어내는 순간이다.

이 연작은 매 작품마다 고유한 질감을 지닌다. 이번 무대에서는 정제된 연출과 구도로 춤적 층위를 높였다. 라이브 음악 연주는 소리나는 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작품 ‘White Sound’는 소리와 무용을 연결하고, 블랙의 심장부에 화이트가 있음을 증명했다. 그 춤소리가 ‘White Sound’다.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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