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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지금 좋은음악] 영혼으로 이어진 빛을 비추는 음악_박지하

기사승인 2022.05.17  09: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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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크로스오버 전통음악인 박지하의 [The Gleam]

세상에 케이팝과 트로트만 존재하진 않는다. 진지한 음악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아직 신비로운 음악이 있긴 하냐고 고개를 흔드는 이들에게 박지하의 음반 [The Gleam]을 들려주고 싶다.

젊은 여성 전통음악인 박지하가 올해 2월 25일 발표한 세 번째 정규 음반이다. 8곡의 연주곡을 담은 이 음반에서 박지하는 모든 곡을 다 썼고, 피리/생황/양금/글로켄슈필을 연주한다. 음반의 프로듀서도 자신이다. ‘더 글림’이라고 정한 음반 제목처럼 박지하는 ‘하루 종일 시시각각 다른 방식으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빛의 다양한 형태’에서 착안한 음악을 들려준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깨어 있어본 경험을 떠올려보자. 온통 깜깜하기만 했던 대기에 박명(薄明)이 스미고, 이윽고 해가 뜨는 순간의 경이로움을. 푸른 빛에서 순식간에 노랗고 붉게 바뀌어가던 빛의 향연을. 해사한 빛이 쏘아대던 강렬한 침입과 서서히 저물며 불태우는 느린 명멸을. 우리는 매순간 빛이 펼치는 드라마를 마주하며 살아간다. 빛의 강도와 채도와 방향에 따라 마음은 물들고 흔들린다. 박지하가 쓰고 연주한 여덟 곡은 박지하에게 닿은 빛의 물결이며, 빛의 자국이다.

음반을 제대로 듣기 위해 블라인드를 걷고 커튼을 열어보자. 전등은 모두 끄는 편이 낫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는 속도처럼 음악이 밀려올 것이다. 피리의 고즈넉한 선율이 들어차는 새벽을 지나면 해가 떠오른다. 생황과 피리가 들숨과 날숨처럼 호흡한다. 음악에 집중하면 먼 곳에서 찾아오는 빛이 보이고, 오르내리는 자신의 숨소리가 처음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지극히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일들이 반복되면서 시간이 흐르고, 아침이 오고, 삶이 이어진다. 그 신비로움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듯 <Sunrise: A Song Of Two Humans>이 흐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LyCC3XnLQPg

삿된 생각이 물러나고 음악으로 투명해진다. 내면이 빛으로 밝아온다. 박지하의 어떤 곡은 영혼의 가장 맑은 부분을 대면하게 한다.

 

그리고 또 다른 타이틀곡 <Light Way>에 이르면 급기야 고요하고 경건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rzEoQznlClk

현으로 양금을 긁고 손으로 건드려 만드는 음률과 사운드는 미니멀한 사운드만으로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발휘한다. 음반의 수록곡들 대부분 빛이 농도만으로 세계를 장악하듯 적은 악기만으로 음악을 채운다. 이 곡은 그저 감당할 뿐 어찌할 수 없는 빛의 눈부신 변화에 바치는 경의처럼 울려 퍼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h0XePHSAWLI

<A Day In...>에서야 비로소 리드미컬해지는 곡은 ‘정중동’에서 ‘동’을 담지한 곡처럼 튄다. 그 속도감으로 음반의 서사가 생동감을 얻게 되지만, 이 곡에서도 피리가 불어넣는 신비로움은 끝내 음악의 시공간을 비우지 않는다.

 

제목에서부터 영적인 <The Way Of Spiritual Breath>까지 들으면 박지하가 전통음악인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크로스오버 뮤지션으로, 앰비언트 뮤지션으로 자신의 길을 가고 있음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전통음악이 오늘과 만나 뻗어나가는 길 가운데 박지하의 길이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흥겹고 유쾌한 음악, 격렬하거나 로맨틱한 음악만이 전부가 아님을 수긍하게 될 것이다. 기실 세상의 모든 음악은 역할분담을 한 것처럼 제각기 다른 세계를 만들고 부려놓는다. 박지하는 신경과 감각에서 마음과 영혼으로 이어진 길을 비춰준다. 눈부시기만 한 세계는 아니다. 때때로 안절부절 흔들리기도 하는 세계다. 그 세계조차 내밀하고 아름다운 음악 언어로 채집하는 음악이다.

<Nightfall Dancer>의 애잔한 멜로디는 저무는 빛을 따라 쓸쓸해지는 인간의 실체를 외면하지 않는다. 설레고 들뜨고 날뛰었다가 시무룩해지고 초라해지는 모습 또한 진실이다. 그래서 <Temporary Inertia>에서 다시 침잠하는 곡의 흐름은 순리처럼 자연스럽다. 듣는 것은 한 장의 음반이지만, 보이는 것은 하루의 흐름이고, 그 흐름에 실려 가는 마음과 영혼이다. 어딘가에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구현하는 음악가의 존재이다.

그러므로 이 음반을 듣는 일은 도피이거나 안식일 수 없다. 걸핏하면 잊어버리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탐구이며 발굴이고 확인이다. 한국 대중음악의 현재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며, 박지하와의 낯선 만남이다. 최소한 이 음반을 들은 만큼 하루는 달라진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 가운데 하나라고 믿는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The Gleam(반짝임)   track

 

 1.

새벽 05:32  
 

2.

일출: 두 사람의 노래 07:19

   
 

3.

라이트웨이 05:55

   
 

4.

하루 ... 05:28

   
 

5.

영적인 호흡의 길 06:35

   
 

6.

06:08 을 향해 쉴 새 없이

   
 

7.

나이트폴 댄서 04:15

   
 

8.

임시 관성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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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하  Jiha Park _뮤지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국립국악고등학교, 국립국악학교

'2017 한국대중음악상 (재즈&크로스오버-크로스오버 음반 부문' 최우수 연주부문 노미네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3azzNZaFgU4

스스로 새로운 장르가 된 뮤지션 · 박지하 인터뷰

뮤지션 박지하 (국악 연주자. 피리, 생황, 양금 등)

 

[라이징 스타: 뮤지션 박지하] 

해외가 먼저 주목한 국악기 연주자, 스스로 장르가 되다

https://blog.naver.com/allthat_art/221505475545

 

 

2집: PHILOS를 말하다

"시간의 레이어가 굉장히 많은 곡인거죠"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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