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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비탄과 낭만의 교차로 울린 실내악의 정수

기사승인 2022.05.19  13: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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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SEMBLE OPUS

앙상블오푸스와 함께하는 산책

촉촉이 비가 내리는 저녁, 3월 17일 대전예술의전당이 앙상블오푸스의 실내악 연주로 힘차게 2022년 봄을 열었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40만을 넘는 상황임에도 연주회장은 그동안 음악에 갈증을 눌러온 청중들로 채워졌다. 앙상블 참가자 전원이 코로나에 무사히 무대에 오르고, 오랜만에 열린 실내악 연주회를 찾은 청중들은 기대에 부푼 분위기다. 앙상블오푸스는 2010년 작곡가 류재준이 예술감독,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이 리더로 취임하여 창단된 이래 국내외 뛰어난 솔로 연주자들과 함께 서울국제음악제를 비롯하여 독일, 프랑스 등 유럽 무대에서 연주활동을 하는 단체다. 이번 연주는 그간 여러 차례 연주회로 대전 클래식애호가들과 만나온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를 비롯하여 비올리스트 김상진, 첼리스트 심준호, 피아니스트 김규연,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함께 했다.

프로그램에서 강한 인상을 준 연주는 첫 곡, 크리슈토프 펜데레츠키 (1933-2020)가 2005년 서거한 폴란드 태생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추모하며 쓴 ‘샤콘느’다. ‘샤콘느’는 총 연주시간 100분이 넘는 대작 <폴란드 레퀴엠>의 마지막 파트에 해당한다.

현악기로 편성된 오케스트라 연주곡을 펜데레츠키의 제자인 류재준이 피아노 삼중주곡으로 편곡하여 새롭게 선보였다. 연주시간 6분 남짓으로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의 연주는 마치 내면에 무겁게 엉겨있는 응어리를 터트리듯 강렬하게 풀려나오며 마지막에 아주 짧게 피아니시시모로 여음을 남긴다. 연주를 듣는 동안 전쟁의 참화가 휩쓸고 간 우크라이나의 도시들과 비탄하는 사람들이 눈앞을 스치고, 바르샤바의 유대인 게토와 나치독일에 점령당했던 폴란드와 소련의 지배, 이후 동유럽에 퍼진 폴란드의 자유주의 물결, 그리고 우리의 고통스러웠던 근현대사 장면이 스쳤다. 펜데레츠키 원곡에서 현악의 비가적인 깊은 선율로 흐르는 샤콘느와 다르게 류재준의 편곡은 김규연의 피아노와 백주영의 바이올린, 심준호의 첼로가 연주장을 꽉 채우며 이런 역사의 시공간적 중층을 느끼게 했다. 펜데레츠키는 국내에서 잘 연주되지 않지만, 한국과의 인연이 남다른 작곡가다. 1991년 한국 정부 (당시 이어령 문화부 장관)의 위촉으로 일제강점기에 죽어간 사람들의 영혼을 위한 진혼곡으로 교향곡 5번 <KOREA>를 작곡하여 1992년 광복절을 즈음하여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직접 지휘봉을 잡았었다.

‘샤콘느’에 이어지는 앙상블오푸스의 연주곡들은 낭만적인 실내악의 정수를 선사했다. 드뷔시가 열여덟에 작곡한 피아노 3중주 G장조, 그리고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세자르 프랑크의 피아노 5중주 f단조이다. 앙상블의 풍성한 음색과 열렬한 연주에 이어서 앵콜곡으로 쇼스타코비치 5중주 3악장이 힘차고 신나게 연주회를 장식했다. 곳곳에서 발을 구르며 환호하는 관중들. 밖으로 나오니 오렌지 불빛으로 예술의전당이 환하다.

 

대전예술의전당 2022년 라인업은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연주로 구성되어 클래식매니아들에게 기대감을 준다. 3월 4일 크리스티안 짐머만의 피아노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오늘 오푸스앙상블 연주가 있었고, 피아니스트 유자 왕 (6월), 레이 첸 & 선우예권, 양성원 & 엔리코 파체의 듀오 (9월), 용재 오닐 & 타카치 콰르텟 (10월), 노부스 콰르텟 (11월)의 연주를 만날 수 있다. 5월에는 프랑스 메츠 국립오케스트라가 내한하여 2015년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 양인모의 협연으로 대전예당 무대에서 연주하며, 10월 초에 정명훈 지휘로 대전시립예술단과 함께하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10월 15일에는 드디어 사이먼 래틀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 대전을 찾는다. 10월은 대전시에서 공들여 유치에 성공한 세계지방정부연합총회(UCLG)가 열린다. 이를 기념하여 대전예술의전당에 특별무대가 마련되고, 대표적인 지역예술축제인 <스피링페스티벌>와 <대전국제음악제> 등등 그동안 코로나19로 취소되고 위축되었던 연주와 공연들이 제대로 날개를 펴고 관객들과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코로나를 무사히 극복하고 움츠리고 불안했던 일상을 떨쳐내고 다시 예술의 온기로 건강한 삶의 자리로 되돌아오기를 다시 예술을 향유하며 일상의 삶을 회복하고 자유롭게 상상을 펼치는 12월에는 이안 보스트리지의 <겨울나그네>가 기다리고 있다. 이런 고품격 세계적인 연주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대전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벌써부터 설레는 일이다. 대전시가 유치에 성공한 세계지방정부연합총회(UCLG)가 10월 10일에서 14일까지 열리는데 대전시민의 긍지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위축된 공연계가 이제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무대 위에서 자유롭고 아름다운 역량을 펼쳐 보이고, 관객들 또한 그간 참아온 공연에 갈증을 풀 수 있으면 좋겠다.

류은희 객원기자(독문학자)

 

류은희 객원기자 (번역가. 독문학자)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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