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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댄스포에지] 사람과 사람, 예술과 예술을 이은 시간

기사승인 2022.05.29  16: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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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태의 전통춤, ‘이어지다’

선살풀이

 

전통(傳統)은 유산(遺産)이다. 이는 ‘이어짐’이란 속성이 결부될 때 가능하다. 전(傳)하여 통(統)하고, 통(統)하여 전(傳)해질 수 있는 것이 전통이다. 4월 23일, 대구 봉산문화회관 가온홀에서 개최된 이번 공연은 전통에서 요구되는 지점을 의미있게 담아냈다.

현 구미시립무용단 김현태 안무자가 대표로 있는 정길무용단의 열 두 번째 무대. ‘이어지다’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전통 춤향은 객석에 편안하게 스며들었다.

김현태는 프로그램북 인사말에서 춤과 사람, 사람과 춤을 이어주는 인연을 강조했다. 신체 각 부분이 만나 몸을 구성하듯 끈끈한 인연에 감사하며, 무대를 준비했다고 말한다. 특히 스승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마음은 무대에서 열정적인 춤 에너지로 배가시킨다. 총 5작품 중 김현태는 군무 1작품과 솔로춤 3작품에 출연했다.

 

처용무

첫 문을 ‘처용무’가 연다.

출연자 전원은 처용무 이수자들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이기도 한 김순주 대구시립국악단 한국무용수석, 구미시립무용단 훈련장인 편봉화, 대구시무형문화재 살풀이 이수자인 임차영, 계명대 강사인 이수민, 그리고 김현태 등이다.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국가무형문화재 제39호인 처용무는 현존하는 정재 중 가장 오래된 춤이다. 이 춤을 오프닝으로 설정한 것은 전승과 계승의 가치를 환기시킨다는 측면도 있다. 벽사진경의 의미를 담아 다섯 명의 처용무 이수자들이 풀어 낸 오방의 기운은 ‘이어지다’의 출항에 순풍 역할을 한다.

 

북춤

이어진 춤으로 분위기가 반전된다. ‘북춤’이다.

이 춤은 이어짐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1963년 김백봉 선생의 안무작 ‘소녀의 꿈’에서 만들어진 소품에서 출발해 1971년 ‘북춤’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단독 초연됐다. 이후 계명대 장유경 교수로 이어져 1979년부터 ‘북춤’은 여러 공연을 거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북은 신의 소리라 하기도 한다. 그 소리에 사람은 이끌린다. 천상과 지상이 하나되는 자리다. 김현태의 독무로 보여진 이번 ‘북춤’은 큰 박수로 화답했듯 힘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춤 전개, 여유와 경륜을 동시에 엿볼 수 있었다. 파워, 회전, 도약 등 그의 주특기는 창작작품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춤적 요소이자 자산이다. 전통에 담겨져 웅숭깊게 건져내는 모습은 창작공연 때와 필적할 만하다. 북춤의 잔향이 가시기도 전에 ‘승무’가 이를 받쳐준다. 특별출연한 백경우 선생의 이매방류 승무는 장삼놀음의 유유함과 북가락의 휘몰아침이 직조돼 우아미 속 숭고미를 한껏 끌어올린다. 그의 장기인 묵직하되 유려하게 풀어내는 깔끔함은 이번 무대에서도 유효했다.

이달 초 서울 공연에서 장유경 교수는 ‘입-입소리에 춤을 얹다’ 작품을 선보였다. 그날 공연에 대해 필자는 ‘자아와 타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유의 입춤’이라 평한 바 있다. 이 춤은 故 김소희 명창의 ‘입소리(구음)’에 춤을 얹힌 것이다. 장유경 교수는 이 소리에 맞춰 춤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소리와 춤의 만남이자 또 다른 이어짐이다. 예술과 사람 모두가 연결된다. 공연이 시작되면 구음이 공간을 채워 나간다. 큰 움직임없이 춤이 소리에 자연스럽게 얹힌다. 동화(同化)의 순간이다. 애조띈 선율과 가락, 장단이 살풀이 수건을 동여맨다. 구음이 깊어질수록 춤 수면도 자연스럽게 상승된다. 2021년 첫 선을 보인 이 작품은 여성춤이 출발이다. 이번 무대는 남성춤으로 앉은춤사위, 수건사위, 즉흥적 움직임 등을 통해 보강했다.

피날레 무대는 ‘선살풀이’가 장식한다. 김현태의 홀춤이다. 굿거리와 자진모리 장단으로 이루어지는 이 춤은 부채의 반원과 명주수건이 곡선과 직선으로 또 하나의 이어짐을 형성한다. 대구시무형문화재 살풀이춤 보유자인 권명화 선생 특유의 춤사위가 반영돼 장유경-김현태로 다시 이어진다. 앞서 춘 ‘입’춤과 ‘선살풀이’는 무용가의 내면성을 반영해 즉흥성을 효과적으로 발현하는 게 관건이다. 절도 있으면서도 간결하게 때론 유장하게 풀어낸 무대다.

대구시립국악단, 경북도립국악단 멤버 중심으로 이루어진 반주단의 라이브 음악속에 이루어진 전통춤 다섯 마당은 ‘사람과 사람(스승과 제자)’, ‘예술과 예술(소리와 춤)’이 직조된 무대였다. 의미있게 이어진 날이다.

 

 

 

김현태

김현태 _안무

구미시립무용단 안무자

계명대학교 무용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 무용학과 박사

계명대학교 음악공연예술대학 무용전공 강사

정길무용단 대표

국가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이수자

PAF 올해의 안무상 수상

제19회 전국무용제 대통령상, 무대미술상, 연기상 수상

대구예술상 ‘대구를 빛낸 청년예술인상’ 수상

2020 대전무용제 양찬희무용단 주역 ‘최우수연기상’ 수상

2021 한국춤비평가협회 춤비평가상 ‘30초의 기적’ 춤연기상 수상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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