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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지금 좋은음악] 김오키표 발라드의 완성_색소포니스트 김오키의 '안부'

기사승인 2022.05.29  18: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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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키는 여전히 특별하다. 2013년 데뷔작에서 음악을 전공하지 않고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사운드를 난사하며 충격을 던졌던 그는 이제 괴물 같은 창작력으로 특출한 뮤지션이 되었다. 그가 발표한 정규 음반 수는 진작 10장을 넘겼다. 다른 뮤지션들이 대개 2~3년 간격으로 새 음반을 발표하는데 반해, 김오키는 해마다 1~2장의 음반을 발표하고 있다. 김오키는 공연도 쉬지 않는다. 한 달이면 몇 번씩 클럽/소공연장 공연 소식이 올라온다. 요즘 김오키는 직접 영화까지 찍고 있다. 이 정도면 예술적 영감과 창작력이 고갈되지 않는 천상 예술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뷔작에서 강렬하게 분출하는 연주로 음악마니아들을 사로잡았던 김오키의 연주는 언젠가부터 발라드로 선회했다. 부드럽고 달콤하거나 침잠하는 김오키의 연주는 예술가가 살아 움직이는 존재이며,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달라진 소리의 세계가 갈수록 깊어질 때, 김오키의 세계가 숙성중이라고 말해도 좋지 않을까.

색소포니스트 김오키가 올해 4월 8일 발표한 새 음반 [안부]를 들으면 누구든 이 물음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이 음반 역시 오래도록 호흡을 맞춰온 뮤지션 이시문, 이태훈, 전제곤, 정수민, 진수영 등과 함께 만들었다. 이 음반에서도 김오키는 낮고 느리고 부드러운 소리를 발산한다. <달빛>부터 <노모어러브>까지 이어지는 10곡의 음악은 다시 만날 수 없는 누군가를 향해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들린다. 김오키는 직접 곡을 쓰고 색소폰을 연주하며 아이패드를 만졌다. 그리고 이하이와 DAYE, 이태훈에게 노래를 청했다.

김오키

김오키와 동료 뮤지션들이 함께 치고 불고 두드리며 만든 곡들은 하나같이 느리고 흐리며 축축해 우수에 차 있다. 앞으로 나아가기보다는 멈춰있는 음악이다. 아니 주저앉은 음악이다. 자리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그리워하는 음악이다. 그 순간 마음의 소용돌이를 따라가는 음악이다. 누군가가 떠오르고, 그리워지고, 그를 향한 말들이 차오를 때 마음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 김오키와 동료 뮤지션들은 그 때의 흔들림을 음악으로 재현한다. 불타오르지 않아도 애틋한 마음을 고운 연주와 서정적인 멜로디로 들려준다. 흐름은 유려하고 소리는 물큰하다. 이전의 음반들 역시 그러했지만, 이번 음반은 더욱 그렇다.

느린 사랑노래라는 발라드의 정의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곡들은 한 순간도 넘치지 않는다. 어렵지도 않다. 그래서 통속적이라 해도 좋을 정도지만, 김오키의 즉흥연주와 다른 뮤지션들의 인터플레이는 재즈다움을 잃지 않고, 영원처럼 아득한 그리움의 세계로 곧잘 미끄러져 들어간다. 모든 곡들은 음악을 듣는 이의 마음이 얼마나 오래 이어지고, 얼마나 멀리 흘러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임상실험처럼 울려 퍼진다. 상념이라고 해도 좋을 마음의 파장을 밑도 끝도 없이 되살리는 음악은 심란하고, 안타깝고, 보고 싶은 마음의 복잡한 결을 좀처럼 놓치지 않는다. 그리움은 단일한 감정이 아니다. 그 안에 수많은 사연들과 복잡한 감정이 얼키고 설켜 있다. 그래서 눈물겹고 때때로 꼼짝할 수 없다. 김오키의 음악은 소리를 연결해 그리움의 애잔함과 서글픔을 담아냄으로써 듣는 이들이 그러했던 순간을 복기하게 하고, 묻어둔 이야기를 오랜만에 꺼내 훌훌 털고 봄볕에 말리게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3btBcsVaS8M

김오키의 음반 가운데 수작이 아닌 음반이 없지만, 이 음반은 그 중에서도 손꼽을 만큼 아름다운 작품이다. 김오키표 발라드의 완성이라도 해도 좋을 음반이다. 좋은 음악은 마음이 깊어지게 한다. 마음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것을 알게 한다. 내 안에 얼마나 많은 기억이 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지 깨닫게 한다. 새롭고 획기적인 연주로 소리의 세계에 눈 뜨게 만드는 음악도 훌륭하지만, 순정한 마음을 일깨우는 음악 또한 소중하다. 이제 각자의 그리움과 대면할 시간이다. 김오키가 시작한 이야기가 나로 이어진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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