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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예인과 시민, 길 위에서의 마주침 <장단의 민족 ; 바우덕이 트랜스포머>

기사승인 2022.05.29  22: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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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란 연행하는 예인들과 그것을 보는 비(非)예인들의 맞닥뜨림에 다름아니다. 그렇다면 공연장이란 예인들의 출근길, 그리고 관객석으로 닿는 시민들의 걸음이 그리는 길이 맞부닥치는 자리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맞부닥침은 예인들이 흘린 땀이 시민들의 설렘 및 기대와 만나는 자리가 된다.

 

지난 5월 20~21일, 이틀에 걸쳐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장단의 민족-바우덕이 트랜스포머>는 길, 시민, 예인의 땀과 같은 이러한 키워드들이 무대 곳곳에서 묻어난 공연이었다. 길 위의 대표적 전문 예인집단인 “남사당”의 여러 연행들이, 다양한 연출과 꽉 짜인 음악으로 관객에게 다가갔다.

 

공연은 <K-덧뵈기>, <처녀총각 줄타기>, <버나, 정가>, <이시미 놀음>, <경기아트센터 길놀이>라는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섹션들은 바우덕이의 이름을 누가 물려받을지 결정하는 콩쿨이라는 개념으로 한데 묶였다. 각 부분마다 줄타기, 버나, 꼭두각시놀음, 길놀이 등 남사당놀이의 요소들이 하나씩 등장하는, 일종의 옴니버스형 공연이 되었다.

이러한 형식 속에서 섹션마다 다른, 다양한 음악적 선택과 전환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면 두 번째 섹션인 <처녀총각 줄타기>에서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관현악과 안성시립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의 타악이 교차하며 때로 함께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바로 다음 순서인 <버나, 정가>에서는 제목 그대로 정가음악이 등장하여 버나놀이(접시돌리기)와 함께 긴장과 집중도를 높이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관현악 연주의 편성 역시 섹션별로 다르게 이루어졌으며, 이는 이동식 단상의 활용을 통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한 공연 안에서 다채롭고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음악의 색채들을 감상할 수 있었고 또한 그 결과도 멋지었다. 다만 이렇게 변화가 많다 보니, 제목 및 사전 미디어들에서 강조된 ‘장단’에 기반한 실험이라든가 ‘풍물오페라’적인 시도가 일관된 음악적 테마로서 두드러지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여러 연출적 장치를 통해 예인들을, 무대 위에만 있는 존재가 아닌 한 명의 사람, 시민으로서, 일하며 땀흘리는 몸이자 노동자로서의 모습으로 비추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처녀총각 줄타기>에서 풍물패가 연주하던 소리가 순간 사라지고 역동적인 몸짓으로만 남으며 관현악 연주 속에서 이어질 때, <버나, 정가>에서 접시를 돌리는 이의 집중하는 얼굴과 그에 맺히는 땀이 클로즈업되어 무대 우측의 영상에 현시될 때, <이시미 놀음>의 꼭두각시놀음 무대가 회전하면서 꼭두를 움직이는 이들의 뒷모습이 관객들에게 보여질 때 등은, 치열하게 몸을 부리는 그들의 노력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이러한 테마는 마지막 섹션인 <경기아트센터 길놀이>의 무대 위, 그리고 영상 속에서 예술가들이 경기아트센터로 향하는 아침 출근길의 이모저모를 마스킹테이프로 그려내는 퍼포먼스를 통해 맺어졌다. 각자의 사연과 길을 걸어 마침내 한 지점에서 만나 인연이 되는 모습이 테이프로 그려진 선들을 통해 드러났다. 이를 통해 예인들은 관객과 마찬가지로 지역사회의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로 비추어지고, “길놀이”의 “길”이 무대 위 예인들의 연행을 넘어서서 예인과 관객을 포함한 모든 삶들이 각기 또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궤적들 사이에 위치하게 되었다.

 

이처럼 옴니버스 형식을 통해 다양한 연행과 음악적 면모를 보여주되 인상적인 주제와 서사로 한데 이어지는 점을 보는 것이 즐거웠고, 사이사이 진행자들이 등장하여 일반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는 동안 무대 배치를 재구성하는 것도 수긍이 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첫 번째 섹션을 제외한 네 개의 섹션을 인터미션 없이 하나로 묶고, 군데군데 삽입된 관객 참여 요소들을 제거한 보다 전형적인 무대예술로 재편한다면 더 몰입도있는 작품으로 재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무대 좌우, 상단 화면과 이동식 스크린 등 여러 시각장치를 활용하기보다는 하나만을 사용하는 것이 음악과 몸짓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게도 되었다. 일회적인 공연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보다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종현 뮤지션, 월드뮤직센터 기획팀장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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