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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현의 감성회로찾기] 가을은 브람스의 계절일까?

기사승인 2022.09.13  14: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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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문턱에서 듣는 브람스 교향곡 4번의 도입부를....

Johanes Brahms,1897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는 열린 창 앞에서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들,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조금은 씁쓸한 남녀사이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소설의 제목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지만, 비극적인 결말이 예상된다. 실제로 클라라 슈만과 브람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너무 잘 알려져 있듯이, 브람스가 사랑한 클라라 슈만은 바로 브람스의 스승인 로베르트 슈만의 아내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흔히 브람스의 음악은 고독하고 쓸쓸하다고 묘사된다. 그리고 가을의 정서를 담고 있다고도 표현된다. 그렇다면 가을은 브람스의 계절일까?

 

가을이 다가왔다. 이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이 다시 유효한 계절이다. 브람스는 분명 가을의 분위기를 닮았다. 브람스 음악이 가진 애상적인 정서 때문이다. 그의 감정은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표현되지 않지만, 안간힘을 써서 참으려는 그의 슬픔은 우리를 더 슬프게 만든다. 또 클라라 슈만과의 사랑 이야기는 음악을 듣는 내내 떠올릴 수밖에 없다. 브람스 음악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브람스는 죽기 직전 평생동안 사랑한 유일한 사람이 클라라 슈만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브람스 말년에 작곡된 피아노 소품들을 들어보면 이런 정서를 쉽게 느낄 수 있다. 브람스 세 개의 간주곡 op.117, 여섯 개의 피아노 소품 op.118, 네 개의 피아노 소품 op.119이 그 작품들이다.

 

그렇지만 브람스에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론 나도 브람스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가을은 브람스의 계절이라고들 하지만, 가을이든 아니든 브람스는 그렇게 좋아하는 작곡가는 아니다. 개인적으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작곡가이기 때문이다. 이 음악이 정말 아름다운 음악이다 정도는 느낄 수 있지만, 딱 이거다 싶은 음악은 잘 없었다. 표현할 때 형식에 얽매이는 경우가 많고, 무슨 생각인지를 알기 힘들 때가 많다. 이것이 브람스 음악의 최대장점이지만 반대로, 그의 음악을 온전한 마음으로 느끼기 어렵다. 내가 느끼는 모차르트와 정반대 지점에 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어린아이처럼 정말 솔직하다.

 

그래서인지 브람스는 작곡가의 의도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예술에 대해 가끔 풍자가 되는 부분인데, 귀에 붙이면 귀걸이 코에 붙이면 코걸이 식의 해석이 많은 세계다. 그러다보니 작곡가의 의도보다도 해석이 중요시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결국 이 해석이 정말 맞는가 하는 걸 진지하게 뜯어보기가 어렵다. 자기 머리와 가슴만 믿고 해석을 해야하는데 브람스는 이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다. 누군가가 음악을 분해하면 컬러와 상상력 그리고 사유라고 말을 했는데, 브람스는 거기서 컬러의 비중이 적다. 하나하나의 색상이 전체 그림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점묘법 같은 느낌도 든다. 이게 브람스의 음악을 조금 더 어렵게 하는 요소 같다.

 

그래서 브람스의 음악이 매력적일지도 모르겠다. 호기심을 가지게 하고, 브람스라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추측하게 만든다. 그의 내면을 전부 드러내지 않는 그의 음악은 쓸쓸하고, 깊어보인다. 그래서 가을과 닮았다.

 

 

가을 문턱에서 듣는 브람스 교향곡 4번의 도입부를 참 좋아한다. 슬픔을 참아보려 안간힘을 쓰지만, 손 틈 사이로 눈물이 새어나오는 것만 같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huhmyeong11@naver.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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