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이주영의 댄스포에지] 젓대소리에 춤 춘 音과 舞의 향연

기사승인 2023.03.15  14:46:38

공유
default_news_ad2

- 박경랑의 ‘吟味(음미)’

살풀이춤

맛도 멋도 음미(吟味)다. 예술에서의 음미는 진중하되 세세하고, 고요하되 자유롭다. 예혼(藝魂) 그 자체가 되기 때문이다. 춤과 음악을 깊게 음미할 수 있는 무대가 2023년 2월 3일, 한국문화의 집 코우스(KOUS)에서 개최됐다. 주인공은 박경랑, 이를 받쳐주는 이는 이생강 명인이다. 명성에 기대지 않는 두 명인의 예술적 하모니는 ‘음미(吟味)’라는 공연 타이틀에 날개를 달아줬다. 1993년 박경랑의 첫 개인발표회를 시작으로 예술적 교감을 더욱 짙게 나누는 사이가 된 이들의 호흡은 시종일관 무대에 감흥을 주었다. 대금산조 예능보유자 죽향(竹鄕) 이생강의 젓대소리와 영남교방청춤보존협회 이사장 운파(雲波) 박경랑의 춤은 콜라보(collaboration) 이상의 예술적 가치를 더했다. 50년의 세월을 길어올려 무대라는 공간에 분사시킨 시간이다. 공연 중간 중간 토크콘서트가 진행돼 정겨움과 깊이를 더해줬다. 1부 ‘담담여수(淡淡如水)’는 수묵화처럼, 2부 ‘풍류야흥(風流夜興)’은 수채화처럼 무대를 채색했다.

 

1부의 첫 문은 ‘대금시나위와 살풀이춤’이 연다. 어릴적 춤에 빠진 딸에 대한 어미의 글과 박경랑의 어릴적 사진 영상을 배경으로 대금소리가 공간을 유영한다. 이성준의 장단과 이생강의 대금소리에 박경랑의 살풀이는 ‘사모곡(思母曲)’ 그 자체가 된다.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모정은 그렇게 살풀이 수건에 동여매 훨훨 난다. 절제 속 자유함을 보여준다. 어머니 사진 앞에 꽃 하나를 바치며 마무리 된다. 시나위의 즉흥성에 춤이 화답한 무대다. 이어진 ‘팔도아리랑’은 팔도강산을 누비듯 각 지역 아리랑이 지닌 고유의 맛을 이생강 명인 특유의 대금독주가 뽑아낸다.

지성승무

고성오광대 조용배 스승에게 배운 ‘지성승무(至誠僧舞)’. 지극 정성으로 공덕을 닦아 회향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2005년 국립국악원 초연 이후, 여러 곳에서 춤춘 레퍼토리다. 박경랑이 승무북을 돈 후 춤이 시작된다. 장삼 속 두 손에 든 연꽃이 승무의 시작을 알린다. 북가락을 든 두 손의 정성이 모아진다. 두드림, 울림은 떨림의 고개를 넘어간다. 힘있되 정교하다. 바라를 모으며 춤은 마무리된다. 사찰승무와 지성승무의 상관성도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진 이생강의 ‘대금산조’는 춤을 그리는 느낌이 완연하다. 중중모리에서 자진모리 중심의 독주는 기(技)와 예(藝)를 모두 충족시켜 소리 밀도가 높다.

 

영남교방청춤

2부는 박경랑 춤의 본향이라 할 수 있는 교방청춤 중심으로 무대를 이어나간다. 소리꾼 정은송의 소리가 ‘영남교방청춤’의 문을 연다. 무대는 퍼포먼스를 단단히 준비한 모습이다. 느릿함 속 춤적 기운이 살아난다. ‘음미’ 글자가 쓰여진 부채를 든 박경랑의 춤이 영남지역 교방계열의 춤 특질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악(樂)도 흥을 더한다. 객석과의 호흡, 무대 매너까지 보여준 무대다.

교방소반춤

마산권번 김애정 선생의 사사로 박경랑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인 ‘교방소반춤’. 난이도가 높다. 잔을 올린 접시를 머리에 인다. 이어 잔을 권주한 후, 접시를 들고 소고놀음 형식으로 전개된다. 정은송의 구음과 함께 무대는 달구어진다. 사물장단과 태평소에 맞춰진 접시춤은 교방기예춤의 현장성을 객석에 전달한다. 이생강의 대금독주는 춤의 잔향을 그리며 풍류야흥을 운치있게 그리며 마무리 된다.

젓대소리와 춤이 하나가 된 ‘吟味’. 대나무에 불어 넣은 음의 숨결은 운파의 춤을 통해 춤맥의 가치와 정신, 멋과 흥을 동시에 음미할 수 있게 했다. 박경랑이 지닌 문화유산으로서의 춤맥이 더욱 확장되길 기대해본다. 문화재청 등 관계기관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