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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현의 감성회로찾기] 조성진의 '헨델' 효과, 클래식 대중화인가?

기사승인 2023.03.19  18: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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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델로 돌아온 조성진

SEONG-JIN CHO(조성진) - THE HANDEL PROJECT [헨델 프로젝트] / DG(2023.2.3 출시)

이젠 최정상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조성진이 새로운 음반으로 팬들을 찾았다. 도이치 그라모폰 음반으로는 6번째다. 이 음반은 조성진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다름 아닌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는 조성진을 볼 수 있다. 바로크 작곡가들 중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리는 바흐가 아닌 바로 헨델이다.

 

헨델은 클래식 애호가도 즐겨 선택하는 음악이 아니다. 바흐에 비하면 오히려 비인기 작곡가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조성진은 과감하게 헨델을 골랐다. 음반의 이름도 ‘헨델 프로젝트’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을 잘 연주하는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노력으로도 볼 수 있다. 사실 조성진이 클래식 팬들에게 본격적으로 널리 알려진 건,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라는 타이틀이 항상 따라 다니기 때문에, 조성진은 운명적으로 쇼팽과 멀어질 수 없는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이번 음반으로 조성진은 클래식 팬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음반엔 1720년 런던에서 처음 출팔된 헨델의 하프시코드(피아노 전신) 모음곡 2권 중에서 조성진이 아끼는 세곡이 수록되었고,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가 담겨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빌헬름 켐프 편곡 버전의 미뉴에트 G단조로 음반이 마무리 된다.

 

우선 조성진과 참 잘 어울리는 매칭이다. 헨델이 조성진에게 평생을 녹여내야 할 이유가 있는 작곡가는 아니지만 일단 잘 어울린다. 조성진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성부들을 컨트롤 하는 능력이다. 다른 시간대에 놓여 있는 성부들이 조성진을 중심으로 질서가 잡힌다. 별 의미 없이 지나가는 성부들이 비로소 의미를 찾고, 서로 인연을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헨델 건반 모음곡’에서는 특히 조성진의 강점이 잘 발휘된다. 바로크 시대가 의외로 조성진과 어울리는 옷인 것이다. 헨델에서 새로운 색깔의 성부가 끼어 들어올 때조차, 기존의 성부들이 톤을 잃지 않는다. 당연한 효과로 헨델에서 입체감이 느껴진다. 또 스토리가 따라온다.

 

거기에 현대 피아노의 장점도 적절히 살렸다. ‘헨델 건반 모음곡’ 은 당초 하프시코드로 작곡되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굳이 그걸 그대로 재현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조성진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조성진은 하프시코드를 연상하게 하는 표현들과 현대 피아노에서만 가능한 표현들을 자유롭게 오갔다. 이건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가진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작품에 적당한 온기를 불어넣는데, 기계처럼 차가워보이는 이 작품이 따뜻하게 느껴지는건 이 때문이다. 헨델은 이토록 매력적이었다. 현대 피아노가 아니었으면 헨델이 이토록 따뜻한 작곡가인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음반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그리고 브람스가 작곡한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을 같이 음반으로 구성한 것도 탁월하다. 앞선 헨델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헨델 화성의 흐름이 그대로 스며든다. 브람스-헨델 변주곡 그 기원은 어디이며, 변주곡 장르에서 천재 소리를 듣는 브람스가 얼마나 대단한 변주곡을 만들었는지 더 효과적으로 보여줬다. 단순히 음악의 형태가 변주되는 걸 넘어서, 다양한 캐릭터들까지 색깔을 새로 입고 변주가 된다. 부피가 커져도 모든 성부가 균형 잡혀 들린다. 이건 피아노가 아니라 오히려 오케스트라에 더 가까웠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조성진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헨델을 찾아 듣고 있다. 조성진의 압도적인 아우라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헨델은 클래식을 자주 듣는 사람들에게도 주요 선택이 아니다. 예전에 조성진의 베르크 피아노 소나타 음반을 발매했던 적이 있다. 웬만한 클래식 애호가들도 잘 찾아 듣지 않는, 쉽게 감흥을 느끼기 어려운 작품이다. 하지만 조성진이 연주한다는 사실 그 자체로도 많은 클래식 팬들이 베르크의 소나타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클래식을 들어오면서 처음 목격한 현상이었다. 이것이 조성진이 말한 ‘대중의 클래식화’ 인가.

 

 

https://www.youtube.com/watch?v=H8EXXVlMQig&list=PL8Yz_Wq0sb2sysolzEcYXxfnPMI6zM47o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huhmyeong11@naver.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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