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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라만상' 展, 4년 만에 파낸 무덤에서 찾아낸 것

기사승인 2017.04.09  18: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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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2013년부터 ‘16년까지 미술관이 수집한 작품 932점 중 주요작품 121점을 <삼라만상>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한다. 전시를 기획한 박미화 학예연구관을 만나 작품 소장과 전시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Q. 서울시립미술관에서도 소장품전을 하던데, 요즘 미술관들이 소장품전을 하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신소장품전은99년부터 매년 해왔어요. 2년만에 할 때도 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4년만에 하게 됐어요. 서울관을 오픈 하고 나서 전시가 너무 많이 생겨서 그동안 전시장이 여의치 않았어요. 그래서 4년치 소장품이 모인 거예요.

Q. 작품을 해마다 사면 언젠가 수장고가 가득 찰 텐데 소장품을 팔기도 하나요?

아니요. 사립미술관은 자기 재산이니까 팔아서 다른 좋은 작품을 살 수도 있어요. 그런데 국립기관은 그렇게 할 수 없어요. 한 번 들어오면 작품 입장에서는 무덤이에요.

국립현대미술관은기관이 갖고 있는 무게 때문에 한국 미술을 이끌어가는 조직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전시에 나온 소장품들을 보고 든 느낌은 흐름을 따르며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었지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가고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어요.정확하게 보셨어요. 미술관은 보수적인 기관이에요. 작품 소장은 기본적으로 나와있는 것들을 조사하고 정립하는 과정이에요. 모험적인 작품은 절대 사지 않죠.

Q. 그럼 투자라는 개념은 없겠네요?

그렇지는 않아요. 지금 구매하는 시점에서도 투자가 될 수 있어요.

Q. 현대미술관 소장품 중에 성공적인 소장이라고 할 만한 작품은 어떤 게 있나요?

대표적인 게 박수근이죠. ‘할아버지와 손자’를 72년도에 100만원에 샀는데, 그 당시에는 꽤 큰 돈이었죠.당시에 작품구입 예산이 800만원이었는데 1/8을 투자했어요. 작품 크기나 완성도나 작가 기량을 따지면 지금 시가로는 100억이 될 수도 있는 작품이죠.

Q. 미술관에서 작품을 살 때는 개인 소장가가 사는 가격보다 더 싸게 사나요, 비싸게 사나요?

작품 수집절차로는, 수집할만한 가치가 있나 평가하는 가치회의,그 다음에 가격이 적정한가 평가하는 가격평가회의,마지막으로 앞에서 점검한 가격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보는 심의회의가 있어요. 첫 번째 단계는 관내 학예직들만, 두 번째 단계는 미술시장에 있는 사람들, 세 번째는 미술계 평론가들, 보는 눈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더 비싸게 주고 사겠어요?

두 번째 단계에서 작품이 1억 이면 4~5천만원은 기본으로 깎아요. 작가들 입장에서는 국립에서 소장 되는 게 좋다가도 가격을 너무 깎으니까 거절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요. 그러면 학예직이 계속 설득을 하는 거죠.

전시실 구성을 보면, 1전시실은 시대에 따라서, 2 · 3전시실은 주제에 따라서, 4전시실은 매체에 따라서 분류돼있고, 5전시실은 한 작가 작품이에요.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줄기를 찾을 수 없고, 각각의 분류가 서로 간섭하면서 각 전시실의 분류를 모호하게 하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소장품은 주제를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전시를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신소장품전을 없애자는 의견도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세금으로 작품을 사놓고 한 번도 대중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1전시실은 고전적인 스타일로 전시했고, 2, 3, 4, 5전시실은 동시대의 형태예요. 1을 뿌리로 2, 3, 4, 5가 나올 수 있어요. 실제로는 1, 2, 3, 4, 5가 아니라 1, 2-1, 2-2, 2-3, 2-4인거죠.

Q. <삼라만상>이라는 주제는 비겁하게 들려요. 

비겁할 수도 있죠. 모든 것을 다 아우르는, 그런데 사실 그거니까. 방향을 가지려면 작품을 전시 목적으로 모아야 돼요. 그렇게 하진 않거든요. 작품이 미술사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중요할지를 모르니까. 관람객들이 개별 작품들이 갖고 있는 다양함 속에서 점점 강조되는 개인의 존재성을 발견하실 수 있기를 바래요.

Q. 이번 전시를 기획하면서 염두에 두신 관람객 층이 있나요?

전부 다요. 엄마가 오셨어요. “야, 서울관에서 뭘 보냐? 볼 게 없다.” 그러시는 거예요. 원래 근대는 몇 작품만 하고 동시대 미술로 다 채우려고 했는데 우리 엄마가 한 말이 딱 생각이 나는 거예요.

1전시실 작품들은 일반적인 미술애호가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었는데, 아래층에 내려가니까 비전공자들한테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작품들도 있었어요. 1전시실을 좋아하는 관객들은 2, 3, 4, 5 전시실을 따라가면 동시대 흐름을 알 수 있어요.

2, 3, 4, 5를 좋아하는 관객들은1전시실에서 동시대 작품들의 뿌리를 알 수있죠. 19금이 몇 개 있어서 걱정이긴 해요. 양푸동 작품이 끔찍해요. 흑백이어서 그렇지 소 목 따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다 나오니까. 그래도 양푸동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선배들이 전부 미국이나 유럽에 정착할 때 자기는 중국에 남아서 중국을 위해 살고 그림 그리겠다고 한 사람이에요. 우리나라가 잃어버린 게 그거 아닌가 해요.

 

인터뷰 이기호 객원기자

THE MOVE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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