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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악으로 그리는 상생과 회복_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기사승인 2023.10.02  21: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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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 공연 참관기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 공연

 

 

우리의 전통을 훼손하지 않으며 동시에 대중성을 가진 세련된 음악을 태어나게 하는 것. 한국음악작곡과에 재학 중인 나는 국악에 뿌리를 둔 곡이 어떤 형태와 수단으로 뻗어나가야 하는지 수없이 고민한다. 대중성만을 좇는다면 국악이라는 정체성을 잃게 되고, 전통에 얽매인 노래는 결국 앞으로 전진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생긴다. 나는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개막공연 '상생과 회복'에서 이런 고민의 일각을 타파할 수 있었다.

2023년 9월 15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제22회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상생'과 '회복'을 키워드로 삼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주한옥마을에서 다양한 공연을 개최한다. 우리 국악부터 베트남, 중국, 우주베키스탄, 폴란드, 호주 등 여러 국가의 음악과 공연을 직접 감상할 수 있으며, 여러 형식으로 재창작된 국악 공연도 열린다. 내가 감상한 개막공연 '상생과 회복'으로 9월 1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그 시작을 알렸다.

 

'상생과 회복'은 팬데믹, 기후 위기, 전쟁 등 인류가 마주한 어려움을 음악과 축제로 이겨내고 동, 서양의 다양한 장르와 연주자들이 만나 상생하고 조화를 이루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국음악사에서 당악이 향악화되었듯, 양악의 향악화를 추구한다.

소프라노 서선영과 바리톤 김기훈

이날 모악당에는 최성환 작곡가의 '아리랑 환상곡', 채동선 작곡가의 '새야 새야 파랑새야', 진규영 작곡가의 '밀양아리랑', 이건용 작곡가의 오페라 '박하사탕' 중 '나뭇꾼과 선녀', 조두남 작곡가의 '뱃노래', 현제명 작곡가의 오페라 '춘향전' 중 '한번을 보아도 내사랑' 등 총 12곡이 울려퍼졌다. 그중 김성국 작곡가의 25현 가야금 협주곡 '바람과 바다'는 개작 초연되었고, 최우정 작곡가의 '꿈'은 세계 초연되어 더욱 의미 있었다.

 

프로그램의 구성이 '양악의 향악화'라는 목적을 명백히 드러내고 있는데, 먼저 우리나라의 모두가 알고 있는 아리랑의 선율을 환상곡 풍으로 재구성한 '아리랑 환상곡'으로 시작하여 동해안 별신굿을 재료로 작곡된 '바람과 바다'로 이어진 연결이 인상 깊다. 특히 '바람과 바다'에서는 25현 가야금임에도 불구하고 가야금의 다양한 주법을 구현하여 우리 국악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새야 새야 파랑새야', '밀양아리랑'은 유명한 국악을 소프라노 서선영이 부르며 색다른 국악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바리톤 김기훈이 부르는 '나뭇꾼과 선녀'로 분위기를 풀어주며 뒤이어 '뱃노래'와 '한번을 보아도 내사랑'을 구성해 국악과 성악의 교집합을 제대로 선보인다.

 

다음의 '제비노정기', '사랑가'로는 대중들이 사랑하는 국악의 깊은 맛을 드러내며 '북'에서 우리 국악, 특히 판소리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고수와 창자의 호흡, 그리고 구음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동백타령'에서 오케스트라 악기들과 국악의 조화를 보이며 마지막 '꿈'에서는 앞서 등장한 소프라노 서선영, 바리톤 김기훈, 판소리 김율희, 고영열이 함께 오펜 바흐의 호프만 이야기 중 '뱃노래', 남도 민요 '거문고 뱃노래', 경상도 민요 '뱃노래 및 자진 뱃노래' 등 6곡의 동서양 뱃노래가 혼합된 4중창 곡을 부른다.

 

나는 이 '꿈'이라는 곡이 전주세계소리축제 위촉인 만큼 축제의 주제와 이 개막공연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앞서 소프라노, 바리톤, 판소리를 거쳐오며 프로그램 단위로 양악과 국악을 섞어오다, 마지막 곡인 '꿈'에 이르러서는 하나의 곡 안에 모든 의미를 담아내는 과정이 흥미롭다. 또, '생명이 탄생한 바다를 더 이상 병들게 하지 말고 이제부터는 치유하는 쪽으로 가자'라는 작곡가의 바람이 '상생과 회복'이라는 키워드와도 맞물리며 어울린다.

무대 장치들도 특색 있다. 마을 수호신의 상징이며 경사가 있을 때 축하의 의미로 세우는 솟대가 사회자 측과 무대 뒤편에 줄지어 관객을 바라보고 있다. 천장에는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하나씩 긴 나뭇가지가 있고, 아래에 조명이 매달린 형태다. 마지막 곡 '꿈'이 연주될 때는 전통적인 모양의 조명이 겹겹이 쌓여 내려온다. 무대 자체에 큰 정성을 쏟은 것이 피부로 생생히 느껴졌다.

다양한 작곡가들의 곡을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연주로 경험할 수 있어 무엇보다 뜻깊었다. 앞으로 국악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과 양악과 국악의 교차, 그 속에서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해 심도 있게 탐구하는 시간이 되었다.

여러 행사의 음악감독,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올림픽 개막식의 음악감독을 꿈꾸는 내게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개막공연은 큰 감동이자 공부였다. 이토록 아름다운 국악을 내 손끝으로 탄생시키고 싶다는 욕구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에게 감사하며, 앞으로 남은 공연들도 잘 마무리되기를 기원한다.

 

2023.9.15  Fri.  19:00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전주에서

 

 

김태희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한국음악작곡과 1학년 재학중

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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