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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의 무용다이어리] 결혼식 축무의 선물

기사승인 2023.11.29  22: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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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은 결혼식을 많이도 다녔다. 날이 따스해지는 4월부터 추워지기 직전인 10월까지 조금 과장하자면 매주 다녔던 것 같다. 결혼식을 하는 연인들이 내 주위에 많아 결혼식을 자주 다닌 것이라면 너무도 축복할 이야기가 되겠지만 아쉽게도 그와는 거리가 멀다. 내가 참석한 결혼식의 부부들은 생전 처음 보는 남들이었고 난 결혼을 축하하는 축무를 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하객과 부부의 앞에서 춤을 추었다.

 

축무를 다니며 느꼈던 가장 큰 점은, 결혼을 할 수 있다는 부러움이었다. 그 부러움은 금전적인 부러움도 있겠지만 결혼이라는 약속을 결심할 만큼의 사랑을 한다는 점, 그 점이 그렇게 부러웠다.

 

부부의 연을 맺으며 많은 사람에게 축복을 받고 한 사람과 즐겁게 늙어 간다는 것. 글로 적자니 이렇게 쉬운 문장이 사실은 가장 어려운 문장이다. 평범한 학교에 들어가 눈에 띄지 않게 졸업을 하고 적당한 직장에 들어가 적절한 시기에 결혼을 하며 적당하게 벌며 늙어 간다는 게 누구보다 어렵다는 걸 다들 잘 안다. 난 결혼을 하는 수많은 이들을 보며 축하의 춤을 추었지만, 마음 한편엔 이러한 식장에서 사랑을 약속한 사람과 백 년의 약속을 맺을 수 있다는 그 용기가 부러웠던 것 같다.

하루는 영화사 디즈니의 음악들을 테마로 진행한 결혼식이 있었다. 그 결혼식의 신부는 무용수인 내게 디즈니 음악을 선정해 주었고 공연을 부탁했다. 디즈니 특유의 동화 같은 선율에 몸을 맡기며 안무했고 신부는 공연을 관람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 속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신부에게 디즈니 음악이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난 알 수 없었지만, 인생에 가장 큰 축제인 날인 결혼식에서 그녀에게 예쁜 선물을 주었다는 게 나에게도 큰 선물이 되었다.

 

그날 이후로 결혼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과 동경, 두려움은 줄었고 나도 언젠가 그런 사랑을 하는 날이 찾아와 남들과 비슷한 삶을 사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내겐 너무 어려운 단어였던 결혼이라는 말이지만 언젠가 나도 평범한 사랑과 삶이 곧 찾아올 거라 믿고 평범한 카페에서 적당히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평범한 한 줄을 적어내며 마치려 하고 있다. 내년 봄부터 많은 연인 앞에서 다시 춤을 출 내가, 이제는 그 틈에 섞여 같은 평범한 사람으로 날 부르고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THE MOVE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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