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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허리 시조 ‘님 그린 상사몽이’

기사승인 2017.05.17  00: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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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웅순의 시조이야기 27

 

님 그린 상사몽(相思夢)이 실솔(蟋蟀)의 넋이 되어

추야장(秋夜長) 깊은 밤에 님의 방에 들었다가

날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워 볼까 하노라

 

박효관의 시조이다. 님 그리워 꾸는 꿈이 귀뚜라미 넋이 되어 추야장 깊은 밤, 님의 방에 들어가 날 잊고 깊이 든 님의 잠을 깨워보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랑과 이별의 시조이다. 그리운 님을 어찌하면 만나볼 수 있을까.

님은 무정하게도 나를 잊고 깊은 잠에 빠져있다. 그럴 리가 없다. 밤을 새워 우는 저 귀뚜라미는 잠든 님을 깨우려고 슬피 울어대는 것이다. 여기에 님이 없으니 꿈길 밖에 길이 없고 귀뚜라미 밖에 길이 없다. 그래야 잠든 님의 방에 들어가 깨울 수 있지 않겠는가.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잠 못 이루는 화자의 애절한 모습이 안쓰럽다.

 

산촌에 밤이 드니 먼데 개 짖어온다

시비를 열고 보니 하늘이 차고 달이로다

저 개야 공산 잠든 달을 짖어 무삼하리요

 

천금의 시조이다. 산마을에 밤이 찾아오니 먼 데서 개 짖는 소리 들려온다. 그 누가 나를 찾는가. 사립문을 열고 보니 하늘은 차고 휘영청 달만 밝게 떠있구나. 저 개야 공산에 잠든 달을 보고 짖어 무엇하겠느냐. 개 짖는 소리에 님에 대한 기대감은 일순 무너지고 만다. 깊은 규방에서 님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처연하다. 밤은 길고 고적하다. 탄식과 체념으로 고독을 달랠 수밖에 없다.

이 두 시조는 중허리 시조의 가락에 얹혀야 제 맛이 난다. 깊은 가을밤에 불러야만 맛인가. 봄밤 달빛 비치는 매화 창가에서 부르는 것도 한결 운치가 있으리라.

가곡 중거는 이삭대엽에서 파생된 곡이다. 중허리 시조는 이 중거의 영향을 받아 평시조에서 파생된 시조창이다. 초장 중간을 드러내는 중허리(중거)에서 그 명칭과 형식을 땄다. 초장 첫째 장단 중간에서 높은 음으로 드러내는 데 비해 중허리 시조는 초장 셋째 장단 제1박에서 청황종으로 높이 드러내어 부른다. 이 점이 또한 평시조와 다르다. 처음엔 평평하게 부르다가 중간에서 높여 부르는 맛은 평시조와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시조의 원형은 평시조이다. 『유예지』시절에는 현행 평시조 하나뿐이었는데 『삼죽금보』에 이르러 시조와 소이시조 두 곡으로 늘어났다. 시조는 이렇게 원래가 한 곡조였는데 이것이 가곡의 영향을 받아 여러 가지 형태로 발전하여 많은 종류의 시조가 파생하게 되었다. 평시조는 평거에서, 중허리시조는 중거에서, 지름시조는 두거에서, 사설지름시조는 언롱․언락에서, 수잡가는 언편에서, 휘모리잡가는 편수대엽에서 각각 파생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하늘엔 달만한 것이 없고 음악엔 거문고만한 것이 없으며 동물에는 두견새만한 것이 없고 나무에는 버드나무만한 것이 없다는데, 여기에 꽃에는 매화나무만한 것이 없다는 것 하나 더 추가하면 어떨까. 그러면 봄밤 매화 창가에서 부르는 중허리 시조의 운치도 그 격이 한층 달라지리라. 남창 중허리시조에 ‘신선이 있단 말이’ ‘여창 중허리시조’에 ‘사랑 뫼어 불이 되어’ 등의 시조창이 있다.

 

석야 신웅순

THE MOVE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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