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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천재 기인화가 칠칠이

기사승인 2017.01.13  18: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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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북(崔北), 풍설야귀인도(風雪夜歸人圖), 종이에 수묵담채, 66.3 x 42.9 cm, 간송미술관

 

'예술가' 하면 떠오르는 모습.ㅡ 현실 보다는 꿈을 쫒는 사람, 그래서 생활력이 없고 상식이나 일반 규범을 과감하게 뛰어넘어도 용납이 되는 사람, 술을 엄청나게 잘 먹어야 되고 지저분한 외모를 지녀야 하며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창작에 몰두해야 하는 사람, 성격은 거칠거나 괴팍해야 하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상한 행위나 버릇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사람.

평생 가난하고 외롭고 불행하며 처절하게 살다가 일찍 죽거나 비참하게 죽어야 하는 사람. 이런 모습은 특히 화가에게 많이 적용된다. 우리에게 이처럼 왜곡된 예술가상을 심어 놓은 데에는 매스컴의 역할이 크다.

그런데 꼭 이런 모습으로 살다간 화가가 있다. 한국미술사상 최고 기인(奇人)화가로 꼽히는 최북(1712-1786?)이 그 사람이다. 중인출신 화가로 조선시대 의 엄격한 신분 사회를 헤집어온 그의 일생은 가난했고 외로웠으며 처절하게 살다가 비참하게 죽어서, 우리나라 TV드라마에 화가의 모델로 등장하는 꼭 그런 삶을 충실하게 보여주었다.

사실 그는 작품보다 자기 눈을 찌른 미치광이 화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무리한 그림을 요구하던 고관대작에게 대적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런 성정 탓에 천재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불우한 삶이었다.

자신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는 세상에 대해 최북은 자조적이며 반항적인 흔적을 많이 남겼다. 그의 호는 ‘호생관’이다. 풀이 하면 ‘붓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름의 북(北)자를 둘로 쪼개 ‘칠칠’(七七)이라는 자를 썼다. 스스로 ‘그림이나 그려 먹고 사는 칠칠이’라는 비하를 통해 세상에 대한 울분을 삼켰던 것이다.

이런 성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그림이 바로 '風雪夜歸人圖'이다. "눈보라치는 밤을 뚫고 돌아오는 사람"이라는 화제가 말해주듯 이 그림은 매우 거친 필치로 단숨에 그린 듯하다. 천재성이 없다면 불가능한 그런 그림이다. 폭풍소리라도 들릴 것 같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토해내듯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그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그림의 영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작업 방식인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도 이런 작업 태도로 격렬하게 솟아오르는 감정을 그림에 담아냈다.

최북을 그토록 주체할 수 없게 만들었던 그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진정한 천재성을 알아보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절규는 아니었을까. 사실 최북은 당대에 상당한 명성을 얻었고, 평생을 전업작가로 살만큼 그의 그림은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림들은 최북의 진가가 나타난 작품은 아니었다. 품위 있고 얌전한 화풍으로 선배화가들의 영향이 배어 있었다. 어쩌면 생계를 위한 그림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뜻대로 살 수 없었던 최북의 삶은 눈보라치는 밤길이었으며, 작달막한 노인은 영락없이 최북 자신일 것이다. 비루먹은 모습의 강아지조차도 이 노인의 행로를 업신여기듯 사립문 앞까지 뛰어나와 사납게 짖고 있다. 바람은 산과 들을 흔들듯이 요란하게 분다. 휘어지고 꺾여진 나무의 모습에서 호된 바람의 위세를 가늠할 수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밤 길 같은 평생을 살았던 최북은 자학적 기행과 위악적 술주정으로 세상으로부터 불어오는 눈보라를 뚫었던 것이다. 이 그림을 통해 최북은 그러한 심사를 풀어놓은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최북은 이 그림같이 눈보라치는 밤길을 만취 상태로 걸어오다 객사하고 말았다.

 

전준엽 (화가. 저술가)

 

THE MOVE webmaster@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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