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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편①] 아프리카 뮤지션들의 생애 첫 악기

기사승인 2018.01.13  16: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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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기려고 좋아서 하는 음악 ‘세걀라레(segalare)’

아펠 보쿰

 

별이 쏟아지는 들판에서 밤새워 연주하는 아버지와 삼촌들의 음악에 춤추고 노래하고 놀다가 스르르 잠이 들면 꿈결에서도 그 음악의 마디마디가 온 몸에….

                                                     ”

 

이번 아프리카 여행은 사하라사막의 서쪽, 대서양에서 멀지 않은 내륙국 말리에서 시작하여 세네갈 모리타니아를 거쳐 모로코의 페즈페스티벌 참가를 끝으로 하는 4개월간의 대장정이었다. 파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 도착한 우리는 프랑스인 지인의 소개로 음악 및 연극예술 NGO인 악뜨세뜨(Acte-Sept)의 대표 아다마 트라오레씨를 찾아갔다. 아다마는 말리 음악인 대부분을 알고 있고, 그들의 연락처를 보유하고 있어 전화 한 통화로 누구든 불러 올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도움으로 만난 많은 뮤지션들 가운데 가수 아펠 보쿰(Afel Bocoum)부터 소개할까 한다.

 

아펠 보쿰은 10대 중반에 저 유명한 알리파르카 투레 밴드의 멤버가 되면서 프로 뮤지션이 된 싱어송라이터 기타리스트다. 학교공부가 하기 싫어 개구쟁이 짓을 일삼던 어느 날, 동네잔치에서 연주하는 뮤지션들이 멋져 보이더란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프리카 뮤지션들이 그러는 것처럼 주변에 있는 재료로 뚝딱뚝딱 악기를 만들게 되는데, 울림통은 학교 교실의 천장을 몰래 뜯어서 만들고, 자전거브레이크선으로 현을 걸고, 못을 구부려 그 현을 고정하고, 깡통 따개로 튜닝 장치를 만든 장난감 같은 기타가 그의 첫 악기가 된다.

그의 부친은 바이올린처럼 활대로 연주하는 전통악기 은쟈르카 연주자였는데, 여기저기 떠돌며 연주활동을 해야 해서 그랬는지 아들을 친구네 집에 양자처럼 맡겼다. 그래서 한참 클 때까지 양부모를 친부모로 알고 살던 어느 날, 친아버지가 은자르카 연주자인걸 알게 되고 그의 공연을 따라다니면서부터 은자르카 소리를 귀 기울여 들었다.

 

은자르카

그는 지금도 음악을 쓸 때면 늘 은자르카를 상상하며 곡을 쓴다고 한다. 시김새가 독특한 현악기 은자르카는 소리 자체만으로도 그의 고향 니제강 상류 델타 지역 전통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악기다. 그렇다면 왜 은자르카를 연주하지 않고 기타를 치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처음엔 자신의 노래에 반주를 해 줄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 기타를 직접 치기 시작했는데, 쓰다보니 튜닝하는 것이 전통 악기들보다 합리적이라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고 한다. 전통 악기들은 아직도 돌멩이나 손가락 또는 이빨로 튜닝을 한다. 대표적인 선율악기인 은자르카는 노래 반주 악기로는 적합하지 않기도 하다.

 

알리파르카 투레

그의 고향은 말리 북부 니제르강 상류 델타지역에 있는 니아푼케라는 도시이다. 그 곳은 그를 데뷔시켜준 멘토 알리파르카 투레가 죽기 전까지 시장으로 복무했던 곳이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시 소개하자면 알리파르카 투레는 아프리카의 존리후커라고 불리며 90년대 중반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으로 유명한 미국인 뮤지션 라이쿠더의 눈에 띄어 세계시장에 알려지게 되었고, 음반을 내기만 하면 빌보드챠트에 수 개월 또는 일 년 이상 연속으로 올랐던 말리의 국민영웅 싱어송라이터 기타리스트이다. 그는 안타깝게도 2005년에 서거했다. 아펠 보쿰이나 알리파르카 투레가 하는 음악을 ‘데저트블루스’라고 하는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블루스 음악의 원류를 찾아가는 다큐멘터리에서 이들의 음악이 미국 블루스 음악의 원조라고 얘기한 바 있다.

아! 이런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다.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그가 묘사한 아름다운 장면을 얘기하려고 이 글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의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다. 농사일이 바쁜 우기가 끝나고 추수도 끝날 즈음, 달이 휘영청 밝을 기간으로 날을 잡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통신문을 돌리면 동서남북 수십킬로미터 반경에 소문이 퍼지고 음악 꽤나 한다는 쟁이들이 악기들을 둘러메고 별이 쏟아지는 들판으로 모여든단다. 그 때부터 몇 날 며칠이고 밤이면 밤마다 연주 배틀이 벌어지는데, 그들 중 누군가 아무도 모르던 새로운 선율이나 테크닉을 선보이면 그것에 맞춰 각자 자기 악기 버전을 만들어내고, 그렇게 새로운 튠이 또 하나 만들어지면서 그들의 음악은 점점 풍성해져 갔다. 그중엔 어줍잖은 실력으로 끼어들려 했다가 바로 비토되어 짐 싸서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단다. 이들의 음악은 우리가 아는 음악처럼 악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승전결이 있는 음악이 아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어서 아무데서나 시작하고 아무데서나 맺을 수 있다. 선율을 이끄는 리더가 그 날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즉흥으로 연주하면 반주자들 또한 즉흥으로 맞출 수 있는 것은 기본이다.

남편 최선생이 궁금해 하던 것을 물어보았다. 음반을 내고 투어를 다닐 정도가 되면 아무래도 음반에 있는 그대로 연주하게 되지 않느냐고. 그러자 그가 말하길 "음반 녹음할 때 내가 어떻게 연주했는지 어떻게 기억해? 방금 전에 연주했던 것도 똑같이 하라면 못 해."

인터뷰 중에 그는, 자기네 음악은 ‘세걀라레(segalare)’ 음악이어야 한다고 여러 번 언급했는데, 이 단어는 불어도 아니고 말리 공용어 밤바라어도 아닌 소수민족 쁠(peul)의 단어라는데, "우리가 즐기려고 좋아서 하는" 이란 뜻에 가깝단다. 음악 본연의 모습은 바로 "좋아서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별이 쏟아지는 들판에서 밤새워 연주하는 아버지와 삼촌들의 음악에 춤추고 노래하고 놀다가 지쳐 따뜻한 모래바닥 아무데서나 스르르 잠이 들면 꿈결에서도 그 음악의 마디마디가 온 몸에 각인되었을 소년이 성장해 뮤지션이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신경아 (음악여행 칼럼니스트)

 

말리 바마코의 아이들

 

[감상 음악]

- 알리파르카 뚜레의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곡 Roucky:

https://www.youtube.com/watch?v=LstVURcYIDc

 

- 아펠 보쿰의 Inkey (은자르카가 선율을 주도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CKRWmKOT890

 

- 아펠 보쿰이 알리파르카 투레를 추모하는 음악 Ali Farka:

https://www.youtube.com/watch?v=mGmAfb-2Egg

 

* 아프리카엔 장비가 흔치 않아 세계적인 뮤지션들임에도 불구하고 화질 좋은 동영상이 많지 않다. 음악 위주로 감상하면 좋겠다.

 

 

THE MOVE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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