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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에 나타난 미식학적 인용과 향연들

기사승인 2018.05.04  14: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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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도락의 제왕 조아키노 로시니 2편

미식학적 인용들과 향연들이 로시니의 오페라,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집 등등에서 빈번하게 등장한다. 특히 <노년의 과오>에는 앙뜨레(entrée) 전에 먹는 전채요리에서 이름을 차용한 <오르 되브르(Hors d'oeuvre)>, <네 개의 말린 과일 디저트>, 심지어 작은 독일 케이크와 같은 제목의 피아노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음식 재료를 음악으로 만든 작곡가는 아마도 로시니가 유일무이할 것이다.

 

 

 

《뚜르느도 로시니》처럼 이름을 갖게 된 다른 많은 음식들이 존재하고, 로시니가 직접 자신의 미식적 조리법을 제시한 것 또한 사실이다. 한 위대한 주방장은 로시니에게 《Poached Eggs alla Rossini》, 《Chicken alla Rossini》, 《Filletto alla Rossini》와 같은 많은 음식을 헌정했다. 이밖에 로시니의 불멸의 캐릭터인 ‘피가로’에 헌정된 과자는 최상급 패스트리 혹은 파스티치니(pasticcini)의 한 종류이고, 오페라 <기욤 텔, Guillaume Tell>에 헌정된 파이의 일종인 타르트(tart)는 1829년 파리에서 열린 오프닝 나이트 행사에서 첫선을 보였다. 당연히 이것은 윌리엄 텔을 상징하는 사과를 사용한 애플 타르트로서 사과 한 가운데로 설탕으로 만든 활 옆에 놓인 설탕 화살이 사과를 관통하는 장식으로 만들어졌다.

 

현대 부엌의 성서라고 말할 수 있는 책으로서, 오귀스트 에스꼬피에(Auguste Escoffier, 1846~1935)의 여러 레시피를 모아놓은 유명한 저서에는 로시니에게 헌정한, 전체 메뉴 모두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레시피를 담고 있다. 이들 가운데 많은 수의 레시피는 고품격 프랑스 주방으로 넘어갔고, 이들 일부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국제적인 주방으로 퍼져갔다. 소고기 골수 리조또(Beef Marrow Risotto)를 포함한 마에스트로가 만들어낸 여러 레시피들은 그의 고향인 마르체(Marche)에서 아직도 판매되고 있고, 저 유명한 메뉴인 《Cannelloni alla Rossini》는 여전히 로시니가 원했던 것 그대로 트뤼프와 프와 그라가 얹어져 나오고 있다. 19세기 파리의 캐리커처들은 쇼세 당탱(Chaussée d'Antin)에 있는 집이나 빠시(Passy)에 있는 별장에서 음악-식도락을 위한 이브닝 파티에 손님들을 초대해서 은으로 만든 패스트리-튜브(Pastry-Tube)나 시린지(Syringe)를 들고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고 대접하는 로시니를 종종 묘사하고 있다.

 

오페라와 식도락의 만남

지극히 부엌 중심적이고 식도락적인 언급들은 로시니의 음악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그는 풍족한 부자와 배고픈 가난뱅이를 대조시키곤 했는데, <라 세레넨톨라>에서 돈 마그니피코(Don Magnifico)는 자신의 딸을 왕자와 결혼시킴으로서 얻을 수 있는 달콤한 과실을 열망하는 듯한 식도락적인 우아함을 꿈꾼다. 노래 내용은 다음과 같다.

 

“Sarò zeppo e contornato (나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네)

di memorie e petizioni (추억과 청탁)

di galline e di storioni (암탉과 철갑상어)

di bottiglie di broccati (술병과 브로케이드)

di candele e marinati (양초와 마리네이드)

di ciambelle e pasticcetti (빵과 케이크)

di canditi e di confetti (달콤한 과일과 사탕)

di piastroni, di dobloni (슬레이브와 더블룬)

di vaniglia e di caffé.“ (바닐라와 커피)

 

미식학적 인용들과 향연들이 로시니의 오페라, <알제리의 여인, L'Italiana in Algeri>부터 <결혼 어음, La Cambiale di Matrimonio>까지, <랭스 여행, Il viaggio a Reims>부터 <바빌로니아의 키로스, Ciro in Babilonia>, <노년의 과오, Péchés de Vieillesse>와 같은 마에스트로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집 등등에서 빈번하게 등장한다. 특히 <노년의 과오>는 200여편에 이르는 로시니 말년의 작품 컬렉션으로서, 여기에는 앙뜨레(entrée) 전에 먹는 전채요리에서 이름을 차용한 <오르 되브르(Hors d'oeuvre): 무, 절임오이, 안초비, 버터로 구성>, <네 개의 말린 과일 디저트: 무화과, 건포도, 아몬드, 헤이즐넛으로 구성>, 심지어 작은 독일 케이크와 같은 제목의 피아노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음식 재료를 음악으로 만든 작곡가는 아마도 로시니가 유일무이할 것이다.

 

로시니의 엄청난 식재료

로시니는 다양한 미각을 가진 미식가였다. 그는 고향 마르체의 이탈리아 요리와 프랑스 요리, 더 나아가 국제적인 요리 모두의 고유 요리법을 음미했다. 그리고 각각으로부터 그는 자신의 감별력 뛰어난 코스모폴리탄적인 미각을 만족시키는 것만을 선택했다. 아스꼴리(Ascoli)로부터는 올리브를, 밀라노(Milano)로부터는 이탈리아 트뤼프와 파네토네(panettone: 건포도 설탕에 절인 과일과 건과류를 넣어 만든 밀라노의 대표적인 밀가루 발효빵)를, 롬바르디(Lombardy)로부터는 스트라치노(stracchino: 롬바르디 지방 고유의 소우유로 만든 치즈의 일종)를, 모데나(Modena)로부터는 잠포니(zamponi: 뼈를 제거한 돼지족발에 음식으로 속을 채운 모데나 지역 특산품), 이탈리아로부터 모르타델라(mortadella: 인산염을 첨가하지 않고 곱게 다진 돼지고기 살코기와 목비계로 만든 볼로냐 지방 고유의 소시지의 일종)와 까펠리 델 쁘레떼(cappelli del prete: 성직자의 모자라는 뜻으로서, 기름기가 적고 길쭉한 송아지 어깨부위)를, 세빌리아로부터는 하몽(Harmon: 스페인 고유 햄의 일종)을, 영국으로부터는 스틸턴(Stilton: 푸른곰팡이 치즈의 일종)을, 마르세이유로부터는 누가(nougat: 결정이 맺어지지 않은 설탕과 꿀로 만든 시럽), 마지막으로 친구들이 로시니에게 경쟁적으로 보내려고 다투기까지 했던 로얄 사르딘(Royal Sardine: 정어리의 일종)도 포함된다.

 

미식적 소믈리에 1호

로시니의 와인에 대한 취향은 대단히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와인 셀러에는 카나리아 제도에서 보르도까지 이르는 지역에서 그가 직접 병에 담은 것들을 비롯하여, 메테르니히(Metternich: 오스트리아의 정치가)가 말라가로 보낸 요하네스버그의 화이트 와인부터 저 희귀한 마데리아(Maderia) 와인까지, 그리고 이탈리아 시실리산 마르살라(Marsala) 와인부터 광적일 정도로 로시니를 존경했던 포르투갈 왕이 보낸 로열 하우스홀드(Royal Household), 즉 왕가에서 직접 재배하여 숙성시킨 포트와인에까지 이른다.

 

1864년은 그의 숭배자였던 로쉴드가 로시니에게 자신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보냈다. 그런데 로시니는 최대한 예의바르지만 풍자 섞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즉, 감사하지만 “총알처럼 생긴 와인”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브리아-사바랭의 표현을 인용해서 대답한 것이다. 이 말에 힌트를 얻은 로쉴드는 지금까지도 ‘포도주의 왕’이라고 일컬어지는 최고급 샤또 라피뜨(Château Lafite Rothschild)를 가득 담은 상자를 보냈다. 그제서야 로시니는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한 잘 알려진 연회장에서 디저트와 함께 와인을 마시던 로시니는 그 와인에 사용된 말바지아(Malvasia) 품종의 포도를 “천상의 하모니”라고 극한하며 “어렴풋이 떠오르는 듯한 분위기”를 높이 평가했다.

 

식도락의 세계에 있어서 로시니의 정신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을 뿐더러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활기차게 타오르고 있다. 그가 태어난 도시 페사로(Pesaro)는 매년 여름마다 그를 기리는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이 때마다 도시의 대표적인 레스토랑에서는 현대적인 취향에 맞추어 그 맛을 발전시킨《Lo Scudiero》와 《Luigi's》와 같은 로시니 스타일의 요리를 내놓는다고 한다.

 

현재에는 전 세계의 모든 식당에서 로시니의 요리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스의 살로니카에서는 곱게 간 야채에 시라(蒔蘿)의 잎으로 향을 낸 《Soup alla Rossini》을 맛볼 수 있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는 아르헨티나 주방장들과 협력해서 새롭게 맛을 낸《Cannelloni alla Rossini》를 주문할 수 있다. 뉴욕의 ‘San Domenico’에서는 새끼사슴을 재료로 부드러운 곡물과자 카나페(canapé)처럼 만든《Tournedos alla Rossini》의 최신 버전을 주문할 수 있다. 로스 앤젤레스의 ‘The Pazzia'에서는 캘리포니아의 새로운 조리법과 조화를 이룬《Fillet of Sole alla Rossini》를 만날 수 있다.

 

한편 싱가포르 슬링(Singapore Sling, 진을 베이스로 체리 브랜디와 레몬 주스를 넣어 만든 칵테일)을 처음으로 제조한 저 전설적인 싱가포르의 ‘Raffles'에서는 《Pheasant Suprême alla Rossini》를 주문할 수 있으며, 도코의 ’New Otani'에서는 《Asian Tournedos》를, ‘Porto'에서는 엄격한 이탈리아 스타일로 조리한 《Risotto alla Rossini》를 서빙받을 수 있다. 이렇듯 마에스트로 로시니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대형 레스토랑 문화에 큰 족적을 남기며 식도락가들의 마음에 잊지 못할 불멸의 이름을 새겨놓았다.

 

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

 

https://www.youtube.com/watch?v=IfkNsCsNXck

 

https://www.youtube.com/watch?v=N4xqLvT-Esk

 

https://www.youtube.com/watch?v=y4oWmCoAw5c&list=PLDA1D6BE6C9E8EE42

 

 

https://www.youtube.com/watch?v=PvrEYkwEHQg

 

https://www.youtube.com/watch?v=QaLhcc6Bh5k

 

https://www.youtube.com/watch?v=xeQJxPLP1rg

 

https://www.youtube.com/watch?v=WPKVC8BTrAA

 

 

THE MOVE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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