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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오페라에 전통 시(詩)를 노래하다

기사승인 2018.05.04  16: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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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희 _가곡이수자

박민희 가곡이수자

 

<귀향>: 기다림의 미학, 고향의 의미를 묻다

옛날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는데.... 그 정서를 다른 언어로 동시대 두 대륙의 이야기를 한다.

                        ”

 

우리의 전통 성악인 가곡을 노래하는 박민희는 중요무형문화제 제30호 전통가곡-정가 이수자다. 가곡이라는 성악 장르에 대해 ‘시를 다루는 방법’이라는 정의를 내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박민희가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통영국제음악제 무대에 올랐다. 올해 통영국제음악제(2018 TIMF)의 주제는 ‘귀향(Returning Home)’ 이었고, 통영 출신의 작곡가 윤이상이 그토록 그리던 고향 통영에 돌아오는 귀향의 날이었다. 20년의 고난 끝에 귀환한 ‘오딧세이의 귀향’처럼, 윤이상의 여정이 교차하며,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율리우스의 귀향>에 한국 전통가곡이 곁들여져 음악극 <귀향>이 통영음악제에서 제작돼 신작으로 선보였다. <귀향> 공연이 끝난 다음날인 3월 31일, 통영음악당에서 박민희를 만나 <귀향>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본다.

 

 

Q. 이번 <귀향> 무대에서 서양의 전통음악과 콜라보를 하는데, 맡은 역할은?

특별한 캐릭터를 부여받지는 않았고, 지켜보는 입장이다. 오페라 가수들과는 다른 창법으로 ‘미네르바의 노래’를 한다. 전통 가곡과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율리우스의 귀향>은 17세기 같은 시기에 전혀 다른 두 곳에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기다림’이라는 정서는 같다. 옛날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다는 것인데.. 그 정서를 다른 언어로 두 대륙의 이야기를 한다.

 

- 정가에 속하는 전통 가곡과 서양 가곡(성악)의 대비와 조화에서 전통가곡의 확장된 가능성이라면?

가능성이라면 부정적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새로운 장르나 시도는 장르의 한계라기 보다 사고방식의 한계로 사고가 열려있어야 한다고 본다.

 

 

- 전통가곡와 서양가곡의 큰 차이는? 가곡의 유니크함이라면?

서양 가곡이 오페라에 기반한 멜로디와 가사의 내용을 충실하게 표현한다면, 가곡의 표현은 감정을 배제하고 시를 반어적으로 표현하려고 하는 특징이 있다. 은유적, 상징적인 시적 표현은 훨씬 더 이면- 그 안-에 숨은 뜻을 바라봐야 한다. 유럽의 전통음악은 전 세계 공통되는 상식인데,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음악인데, 그들의 음악은 동시대음악처럼 인지되는 것이 부러웠다. 감각도 훈련되는 것이고, 교육되는 건데,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도 또한 교육되는 것이니까. 바로크 음악을 듣다보면 편하고 좋은데, 가곡은 순간순간 불편한 부분이 들게 한달까. 음악적으로 작업하는 동안 동등한 태도로 임하려고 했다.

 

- 전통 가곡이 해외에 나갔을 때 잘 전달이 될까요? 가사 전달 등에 어려움이 있을듯한데..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다른 정서가 있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또 다른 정서로 작품 전체로 받아들여서 아름답다고 말한다. 가사 전달 때문에 감상이 온전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는 것 같다. 음악은 신기하려고 하는 게 아니고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느끼려고 하니까.

 

 

- 전통의 현대화 노력으로 가곡을 재해석한 <가곡실격: 나흘밤> <쓸쓸쓸> <사랑 거즞말이> 연작들을 해왔는데?

2013년 이전에도 개인 작품을 했지만 돌이켜보면 습작 같은 것이었고, <가격실곡>이 저 스스로도 시작이라고 본다. <가곡실격: 방>(2013) <가곡실격: 방5>(2014), <가곡실격: 나흘밤>(2015) 등 가곡실격 시리즈에서 지금은 <12가사> 시리즈로 넘어가 2016년 ‘처사가’ 에 이어 ‘권주가’ ‘춘면곡’을 하고 있다. <12가사>는 국악에서 전창되어 오는 12편의 속악인데, <12가사>가 워낙에 유흥가였다. 유흥적 성격이 정가라는 이름아래 통합이 되면서 그 가사의 유흥적 성격이 점차 탈락되면서 이미지가 퇴색된거죠. 예전에는 농한기에 십이가사, 시조 부르면서 놀았었는데,, 유흥이 살아있으면 좋겠다. 말초적인 즐거움이 없이 사람이 어떻게 견딜수 있겠냐? 거기에 지적인 충족이 되면 더욱 좋은 건데, 지금은 지적인 것만 강조되는 것 같아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하고 있는 작업도 유흥을 탐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옛날 양반들 사랑방 모임처럼 이들이 즐거울 수 있는 작품을 해볼까? 해서 그 안에서 해보고 있다.

 

가곡 실격 이후 변화의 과정이라면?

가곡실격 까지는 음악에 모든 것이 기반 했다면, 십이가사에서는 음악을 둘러싼 시대적 상황으로 관점이 옮겨왔고, 관객이 보기에 비주얼적 측면이 강화됐다. 2월에 아르코 창작산실 실험지원작으로 ‘권주가’, ‘춘면곡’ 쇼케이스로 했다. 서울문화재단 다원예술 부문 지원을 받아 올 여름에 7월말 경 두 작품을 묶어서 정식 무대에 올린다.

 

 

 

오늘날 지금 이곳의 풍류라는 의미에서 박민희 예술적 지점과 방향성?

전통가곡을 하는 사람으로서 사명감을 안가지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서부터 주입받은 사명감이 조금은 있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안에서 막 싸우는데, 옛날부터 예술은 본디 전시대의 사조를 전복시키면서 생겨나고 그것을 지키는데서 계속해서 전복시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특별히 다른 사명감과 2018년 살아가는 동시대 아티스트로서 예술적 욕망,. 이런 것들이 부딪히고 타협하면서 생겨나는, 전복시키고자하는 욕망이 살아가게 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한다. 어떤 날은 확신했다가 또 어떤 날은 의구심이 일고, 왔다갔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존재하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내가 전통예술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겠지 스스로 위안을 하며 버티는 중이다.

 

- 정가에서 오늘날 동시대적 상황을 보여줄 수 있다면 무엇일까?

지금까지는 음악은 바꾸지않고 동시대적 색채를 입혔었는데,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가끔 현대오페라를 보면 무척 재밌는데, 음악은 옛날 것이라도 무대가 모던해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발단은 아마 외국에서 이전에 오페라 <룰루> 무대의 미장센이 너무 아름다웠던 걸로 기억되는데, 무대디자인이 함축적이어서 작품을 다시 보게 됐다. ‘바라보면서 음악을 다르게 들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어떤 식으로 바라볼 것인가? 청취를 다르게 하려면 어떤 관람 방식인가?를 모색하게 됐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관람방식을 바꾸면서 동시대적 음악을 시도했었는데, 몇 년 안에는 새 가곡을 만들고 싶다.

 

- 가곡실격: 나흘밤>에서 가곡의 해체를 시도했는데, 어떤 방식이었는지?

가곡의 아름다움의 정체라면?

아름답다고 말한 부분은 교육받은 아름다움이었다. 아름다움은 느끼는 거고, 학습하는 것이 아닌데, 어릴 때 그렇게 배웠다. 가곡은 형식이 아름답고, 발성이 아름답고, 구조가 아름답다고. 그 아름답다고 배웠던 구조, 형식- 가만히 앉아서 하는 퍼포먼스-을 해체해서 표정이 없거나 서있거나 하는 등의 재배치를 해보고 음악적으로는 음악 한곡을 분절해서 작은 요소들을 반복한다든지를 시도했다,

 

- 이번 <귀향>에서 정가 무대의 파격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처음에 그런 오더를 받고 문화적 불이해가 있는 것 같아 연출에게 “한국에서는 한복을 입고 그런 춤을 추는 것이 TV쇼용 클리셰다.”라고 항변을 했다. 그러자 연출의 말이 한복을 입었다고 해서 갑자기 평소와 다르게 한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복을 입으면 고정화된 이미지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디렉션이 납득이 되어 진행을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봐야 훈련이 되고, 지금은 불편할 수 있는 고정화된 관념들이 변할 수 있고, 그런 시도들이 많아지면 좋아질 것 같다.

 

 

- <귀향> 공연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통음악을 하는 전공자로서 음악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하다. 평조나 계면조의 완벽한 전통음악 안에서의 조성에 대한 이해가 완벽하게 없는 상태에서 작업이 된 것들이 있고, 노래하는 사람으로서는 두 가지 조성이 왔다가는 하는가 하면, 특히 ‘미네르바의 노래’에서는 조성감이 안에서 무너졌다. 마치 영어랑 한국말을 동시에 하고 있는 느낌이라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이런 시도가 흔치않았다는 점에서 건강한 시도였다고 본다. 연출자나 음악감독 입장에서도 이를 통해 공부를 많이 했을테니 혹 다음 기회가 온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이번은 씨뿌리기였다고 할까.

 

- 특별히 좋았던 씬을 꼽는다면?

가곡 배음이 끝나고 페넬로페가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그 바뀌는 순간이 굉장히 재미있고,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임효정 기자 / 통영 사진제공 TIMF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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