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립무용단체들, 왜 티켓 판매에 열 올리고 있나?
국립현대무용단 <스윙> |
최근 몇 년 동안 국립무용단체(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 국립현대무용단)의 공연에 대한 무용계 내부자들의 평가와 언론에 보도된 평가가 사뭇 달라지고 있습니다. 무용계와 단체 관계자들의 의견, 그리고 언론보도 등을 조합해보면 세 단체에 대한 평가지표가 객석 점유율과 티켓 판매율(두 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언론에 과대 홍보), (단체에 우호적인) 전문가에 의한 (형식적인) 평가서에 의존하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 갑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무용계 내부에서 생성된 전문적인 비평이나 따가운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으로 세 단체가 객석 점유율과 티켓 판매율에만 열을 올리고 있을까요?
현재 세 단체의 공연들은 관련 분야의 예술적 수준을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성과 유명성을 쫓아가는 모양새입니다. 근 몇 년간 세 단체의 안무 수준과 무용수의 기량은 분명 내림세를 보입니다. 왜 대중성을 타분야 예술가들(패션디자이너, 영화감독, 음악가 등)의 요란한 영입 혹은, 기량에 관련 없이 대중매체에 알려진 무용수들의 고용, 단체의 정체성을 망각하게 만드는 크로스오버(장르 불문, 국적 불문) 안무에 있다고 여기는지 무용계 전문가들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무용계 전문가들의 지적과 의견은 세 단체의 공연제작, 레퍼토리 선정, 라인업에 전혀 유효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배후에는 세 단체의 예산권을 쥐고 관리 감독하는 상급기관의 비전문적인 간섭이나 실적을 강요하는 압박이 있지 않은지 의심을 품게 합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무용계에서 국립단체의 존재감은 유명무실해지며, 세계무대에서의 경쟁력 또한 바닥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국립무용단체라면 우리나라 무용가들이 성취하고 있는 현 수준의 창작과 기량, 그 이상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관련 분야 안무가들과 무용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무용창작의 수준을 향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동시대 한국 예술가들에게 수준 높은 안무와 움직임으로써 창의적인 영감을 제공하여 한국예술의 발전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수준 높은 공연으로 대중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높이고, 명품 공연으로 세계공연시장이 앞다투어 초청하는 단체로 자리매김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연의 창작, 레퍼토리의 선정, 예술가와 무용가의 라인업을 통찰력과 비전을 갖춘 전문가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공연에 대한 사후 평가 또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일반언론계, 무용비평/이론계, 해당 분야 안무계, 극장/기획 전문가 등 다양한 층위에서 평가와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평가와 진단은 비단 객석 점유율, 관객 반응뿐만 아니라 안무의 창의성, 무용수들의 기량, 무대 예술(세트, 조명, 음악, 분장, 의상 등)의 종합성, 예술적 성취도, 해당 분야 기여도, 레퍼토리로 발전할 가능성, 세계무대에서의 경쟁력 등 세부 지표를 설정하여 엄밀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최해리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춤과지성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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