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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사랑하라! 행복하라! _류선정 (Chris Ryu)

기사승인 2018.07.08  23: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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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최우선입니다”

 

류선정 (Chris Ryu. 해외투어 매니저, 코레아뮤저 대표)

 

여름이 시작되면 세계 곳곳에서 여름 예술축제가 펼쳐진다. 세계 최대 공연예술축제가 열리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페스티벌에 가면 늘 환하게 웃는 얼굴로 바쁘게 움직이는 류선정 매니저를 만나게 된다. ‘크리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녀는 세계 여러 공연예술축제 현장에서 해외 마켓에 한국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한국 아티스트들에게 예술가들과 해외 축제 관계자들 사이에서 낯익은 얼굴인 그녀는 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무대가 좋아, 공연이 좋아 이 일에 뛰어든 지 어언 10여년이 지난 지금, 해외전문매니저로 그녀는 공연예술시장 그 한가운데 있다. 이제 곧 극단 ‘모시는사람들’과 함께 인도 투어를 준비하며 한창 바쁜 그녀를 만나본다.

 

 

Q. 곧 여름 해외 투어 공연을 간다면서요? 어떤 팀들과 어떤 곳에 가게 되나요?

-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어린이극 ‘강아지 똥’이라는 작품으로 2018년 7월 중 2주에 걸쳐 인도 5개 도시, 어린이 축제들에 초대받아 공연투어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7월의 인도는 무더위가 한풀 꺾여 축제들이 많은 시기라고 합니다. 올해로 18년째 공연 중인 ‘강아지 똥‘은 일본, 싱가포르, 영국, 아프리카 케냐를 넘어 이번에는 인도관객까지 만나게 되었습니다. 에딘버러 유학시절 2009년 프린지축제에서 당시 스태프로 일하던 극장에서 ‘강아지 똥’이 공연하게 되면서 극단 ‘모시는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이후 2010년 프린지축제부터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해외투어매니저로 시작한 일이 지금의 ‘코레아뮤저’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만큼 ‘강아지 똥’은 개인적으로도 각별한 작품입니다.

 

 

Q. 코레아뮤저라는 컴퍼니의 대표로 또“국제교류 전문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데, 국제교류전문 매니저 라는 직업은 어떤 일을 하나요?- 코레아뮤저

[coreamuser] 는 Corea + amuser 의 합성어로 한국의 훌륭한 공연예술을 국제무대에 선보이는데 도움을 주고자하는 취지로 만든 컴퍼니입니다. 세계적인 큰 무대에서 공연하길 원하는 한국의 중·소규모의 공연예술가에게 실질적인 비전과 방법을 컨설팅하고, 해외 공연의 전반적인 매니지먼트와 현지 가이드맵을 제공하며, 국내외 다양한 국제 쇼케이스와 마켓을 통해 작품을 소개하여 지속적인 진출기회를 탐색하는 일을 합니다. 또한 ISPA와 같은 국제공연예술협회를 참가하여 해외 공연예술계의 주요 인사들과의 네트워킹과 교류를 통해 각국의 공연예술현황에 대한 정보와 이슈를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해외공연 시에 발생하는 모든 전반적인 일들을 담당하는 “해외공연 전문매니저”와 국제 공연예술계의 현황을 교류를 통해 끊임없이 체크하는 “국제교류 전문가”로 분류하여 설명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공연예술의 지속가능한 해외진출과 투어루트를 모색하고 쌍방향 국제교류를 지향하는 에이전시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Q. 흥미로운 직업 같아요. 어떤 재미와 보람이 있을까요?

-많은 한국 공연예술 팀들이 처음으로 국제교류작업을 시도하다보면, 스스로의 가치가 얼마나 훌륭한지 잘 깨닫지 못하고, 자신없어하며 소심하게 문을 두드리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우리처럼 유명하지 않은 작은 단체가 국제무대에서 부끄럽지 않을까’하며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불확실한 상황을 응원하고 모니터링하면서, 해외무대에 선보이고,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 내고, 국내외에서 새롭게 재평가 받으며, 국제적인 역량을 갖춘 공연예술 팀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 이 일의 가장 큰 보람이자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될 것 같은데, 어떤 자격 요건과 준비가 필요할까요?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는지요?

 

외교부나 문화부에서 주관하는 친선, 문화교류사업을 통한 국제교류가 아닌 실질적인 해외마켓을 통해 이루어지는 공연예술의 국제교류사업은 각 국제시장의 특성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와 이해도를 바탕으로 특성에 맞는 활발한 마케팅과 네트워킹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를 위해서 소개하려는 작품의 특장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과 소양은 기본입니다.

당연히 국제어인 영어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야하고, 되도록 실제 통용되는 전문용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현지 업무에 훨씬 유리합니다. 마케팅과 네트워킹에서는 화려한 언변보다 오히려 친근하고 적극적인 애티튜드와 진심어리고 섬세한 친절이 더욱 필요한 덕목입니다. 아울러 다른 나라의 문화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글로벌한 비즈니스 매너도 필수죠.

또한 문화예술사업의 특성상 해외 관계자와의 지속적인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긴 호흡으로 함께 일해 나가려는 성실함과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무작정 공연이 무대가 좋아서 무대 뒤 허드렛일이라도 하고 싶었던 저는 무대스태프로 현장에서 일했습니다. 다양한 크고 작은 공연의 스태프로 때로는 무대감독으로 조감독으로 일하면서 많은 작품을 접했고, 많은 관련 예술인들을 만났습니다. 현장은 항상 힘들었고 예술가는 가난했고 배고팠습니다. 경영학도였던 저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불합리한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들과 함께 땀 흘리고 한솥밥을 먹으면서 예술가들은 경제적인 부를 원하기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예술을 공감해주고 가치를 인정받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차차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예술경영이라는 공부를 하기위해 유학길을 떠난 목적은 이 미련하고도 사랑스러운 예술가들이 가난을 벗어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보자 라는 단순한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이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해외전문매니저로써 일하면서 ‘코레아뮤저’를 창업하고 어느 덧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습니다. 부끄럽지만 경영학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낙제를 면치 못할 수준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함께 해온 이들과 힘든 일들을 극복하고 이루어 낸 성과를 돌아보면 또다시 힘을 내서 하게 되는 일입니다. 이 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이 일을 하기 위한 가장 필요한 요건은 그 무엇보다 공연예술과 예술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최우선입니다 라고 한다면 너무 숭고한 걸까요?

 

 

예술가로써의 진정성 있는 도전을 결심하셨다면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해외 마켓을 찾아 영리하게 진출하시고, 반드시 관객과 평단의 호평까지 얻어내야 합니다.

                            ”

 

 

Q 한국 아티스트를 해외에 소개할 팀으로 선정할 때, 기준이랄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한국적인 색깔, 냄새, 선을 가진 팀을 선호합니다. 한국적이란 전통적인 것만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해학과 따뜻하고 세련된 듯 자연스러운 훌륭한 공연작품을 만나게 되면, 아 이 사람들의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할 때 자연스레 손을 내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직업상 기쁨을 느낄 때는 어떤 때 인가요?

함께 첫 발걸음을 내딛었던 팀들이 자생력을 가지게 되고, 국제적인 명성과 함께 국내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해나가시는 모습을 만나면 아주 뿌듯한 마음입니다. 더불어 저희 ‘코레아뮤저’를 기억해주시고, 좋은 소문도 내주시고, 매체에 언급해주시고 그럴 때는 쑥스럽지만 정말 기쁘답니다. 저 역시 이런 분들은 가는 곳마다 한번이라도 더 언급하고 소개하고 추천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애프터서비스를 해드립니다. 이런 게 선순환 아닐까요?

 

 

Q. 세계 곳곳을 많이 다녔을 텐데, 주로 어떤 나라, 몇 곳의 축제 등지를 참가했는지?

멍 때리기를 하는 유일한 시간은 세계지도를 볼 때인 것 같습니다. 세상은 넓지만 공연예술 산업시장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주로 유럽지역과 미주권 그리고 아시아가 될 것 같습니다. 한국의 공연예술 팀들은 유럽시장과 미주시장을 많이 선호하셔서 코레아뮤저의 주요시장은 유럽과 북미시장입니다. 제일 주력하는 공연예술마켓은 71년의 전통을 가진 영국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 축제의 프린지를 10년째 참가하고 있고, 프랑스의 아비뇽축제, 독일의 뒤셀도르프의 무용마켓인 인터네셔널 탄즈메세, 세계음악인의 최대마켓 WOMEX,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음악축제 마켓 MMVV, 스페인 피라타레가 연극축제마켓, 미국의 공연기획협회 주체의 예술마켓 APAP, 그리고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CINARS 비엔날레, 호주 브리즈번의 호주공연예술마켓 APAM과 아델레이드 프린지축제, 또 올해로 12회를 맞이하는 서울의 서울공연예술마켓 PAMS도 아주 중요한 공연예술마켓으로써 정기적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Q. 가장 좋았던 기억은?

세계시장에 한국작품의 소개하는 동안, 여러 가지 문화효과 (K-pop, K-film, K-arts 등)를 통해 한국작품에 대한 기대와 신뢰도가 많이 높아졌습니다. 그 위상이 높아진 것이지요. 매해 참여하는 에딘버러의 공연예술축제에서도 지속적으로 한국작품을 다시 찾아주는 관객층이 생겼고 그들을 다시 만났을 때 정말 뿌듯하고 감사했던 것 같습니다.

 

Q. 투어가 없을 때, 여가 시간에는 뭐하세요? 즐기는 취미가 있다면?

겸임교수로 강의를 하는 입장이어서 학기 중을 제외하고 해외투어와 출장은 주로 여름과 겨울 방학기간을 이용합니다. 그러다보니 여가시간은 그야말로 금쪽같은 시간이네요. 직업상 공연관람은 필수로 챙겨야 하는 일이구요. 요즘은 그동안 해온 국제교류와 에딘버러 관련 책 집필을 구상 중이어서 서점에도 자주 방문합니다. 인근에 있는 창경궁이나 낙산공원 등 산책을 주로 많이 하고, 그 외에 가족, 친구, 지인과 시간 보내고, 여행하는 등 평범합니다.

어릴 때에는 당구, 볼링, 수영, 레프팅, 스키, 복싱에 재즈댄스와 발레까지 다양한 운동취미를 가졌는데 나이가 드니 차차 시들해져서 이제 건강상의 이유로 수영과 헬스정도만 정기적으로 합니다. 그나마 학부 때 사진동아리 시절부터 사진 찍는 일이 가장 오랫동안 유지해온 취미생활이겠네요.

 

Q. 해외 진출을 꿈꾸는 국내 아티스트들에게 조언 한마디?

먼저, 무엇보다도 왜 해외진출을 해야 하는지, 왜 하고 싶은지, 그 이유를 스스로도 또 타인에게도 납득· 설득시킬 수 있어야합니다. 왠지 해외진출을 하면 무조건 국내에서 대박이 날 것 같아서라면... 죄송하지만 해외진출로 인한 대박행진은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못합니다. 단 상관관계는 존재합니다. 따라서 막연한 기대보다는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과 이유를 가지고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그만큼 힘들고 값비싼 도전이기 때문입니다. 예술가로써의 진정성 있는 도전을 결심하셨다면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해외 마켓을 찾아 영리하게 진출하시고, 반드시 관객과 평단의 호평까지 얻어내야 합니다. 그저 해외 공연 자체에 의미를 두신다면 지속가능한 성과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시간과 투자대비 최고의 성과를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마케팅과 적극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관객과 평단에게 예술성을 인정받으시길 바랍니다.

 

인터뷰 임효정 기자

 

 

류 선 정 SEONJEONG RYU, Ph.D.

성균관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박사,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경영학석사, 영국 에딘버러 퀸마가렛대학 축제예술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현재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겸임교수,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로 출강하며 국제공연예술컨설팅 ‘코레아뮤저’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간 국제교류의 해외투어 매니저로서 주요 활동은 극단 모시는사람들 <강아지똥>(2009), 옹알스 <Babbling Baby>(2011), <숙영낭자전을 읽다>(2013), 고래야 <Whale of a Time>(2013), <호랑이의 꽃길>(2016), <소녀> <강아지똥> (2016), 극단 끼리&윈즈 <몽키댄스>. 후 댄스컴퍼니<After 4> (2017) 등이 있다.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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