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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마술봉의 플렉시블한 시간_최나경

기사승인 2018.10.12  05: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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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루티스트 최나경 Jasmine Choi

   

                              Just you wait!
                                      ”

 

환하고 밝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타고 나는 사람이 있다. 자스민 최(Jasmine Choi 36), 최나경, 그녀는 플루티스트다. 플룻이라는 맑고 고운 음색의 피리로 세상의 무대를 누비는 그는 늘 환하게 웃는다. 일년의 1/3을 연주로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꾸준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일찌감치 16세에 미국 커티스 음대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할 정도로 공부 잘하는 것이 특기였던 그는 재주가 많았고 재능을 타고 났다. 그럼에도 그녀는 멈추지 않는 노력으로 지금도 연습을 늦추지 않는다. 
음악을 즐기고 전달하는 데에 국경과 장르의 벽이 없다고 생각하는 최나경은 솔로 리사이틀과 협연, 실내악과 오케스트라의 객원 수석으로 세계 무대를 누비며 전성기에 있다.


일년에 100여회의 연주를 소화하고 있는 그녀는 오스트리아 조용한 호숫가 마을에서 살고 있다. 연주가 없을 때는 크루즈배의 선장인 남편과 선상에서 석양을 보며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좋아서 하는 음악, 최선을 다하는 열정, 그 다음은 기다리는 일이라며, 잘 풀리지 않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just wait! (두고 봐)”이라고, 잘 될거라는 확신을 주는 곁에 있는 사람과 좋은 이웃들과 평화롭게 살며 보내는 고요한 그 곳에서의 쉼의 시간으로부터 그의 찬란한 은빛 마술봉의 음악이 시작된다. 플룻을 드는 순간, 그 음악 속으로 변하게 되는 그녀의 음악이 이 가을의 우수와 함께 클래시컬한 재즈의 시간 속으로 안내한다.  

 


- 올해 국내 활동이  많으셨지요? 근황이 어떠신지요?
 세종 상주아티스트로 선정돼 10번쯤 온 것 같아요. 내일도 연주가 있고요.

- 브레겐츠에 살고 계신데, 다들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 곳은 살기가 어떤가요?
평화로워요. 휴양지니까 연주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은 쉬러 가는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새소리 들리고, 알프스의 눈 쌓인 전경도 볼 수 있고요. 날씨가 너무 좋으니까요. 제일 편안한 것은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고, 음악 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으니까 정말 어디 놀러온 것 같아요. 큰 도시에 가면 연주하는 친구들이 계속 전화 오곤 하는데, 특별한 일이 없이 조용하니까 침대에서 계속 뒹굴게 되죠. 힐링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 남편 분이 오스트리아 선장이라고 들었는데요
네, 1913년에 만들어진 배인데, 그때 그 시절에 만든 배를 보존해 증기로 가는 배로, 타이타닉호가 제작된 연도와 비슷한 해에 제작된 배를 몰고 있어요. 호수 위를 왔다갔다 하는 배니까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오곤 하죠. 선상에서 파티도 하는 크루즈 같은 종류로 세계 3대 셰프가 있어서 맛있는 요리를 맛볼 수도 있죠.
 
- 여행객처럼 사시는 것 같아요
정말 여행객이에요. 연주 끝나고 집에 가면 피곤해서 쉬고 있으면 남편이 저녁 먹으로 배로 오라고 해요. 저는 관심 없는데 정말 이런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하는 거죠. 하하
저는 어려서부터 음악이 좋아서 하는 거지, 무엇이 되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플룻이 없으면 안되지만, 플룻만 있으면 어디에 있어도 상관 없었어요. 브레겐츠라는 아무도 모르는 땅끝 마을에 살고 있어도 플룻이 있으면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도 괜찮다 여겼어요. 연주가 있으면 그 곳으로 가면 되니까요.

남편과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지요? 그 곳에서의 삶은 어떤지요?
오케스트라가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이 시작을 하게 된거에요.
남편을 만나고 나서 결혼은 2년전, 만난 건 5년 전인데, 맨날 놀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의 폭이 넓어진거에요. 마을에서는 저를 음악가가 아닌, 남편의 여자 친구로 대해줬는데,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좋은 사람들과 우정을 쌓고 하는 게 너무 아름다운 생각이 들어서, 이런 사람들이라면 평생 곁에 두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몇 달이 지나며 이렇게 살다 잊혀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했죠. “지금 너무 행복한데, 바쁘게 연주다니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
그러면, 남편은 항상 이렇게 얘기 해줬어요.
“너는 실력이 있는 한 괜찮을 거다, 그냥 just wait! ”
그것에 대해 자기는 항상 확신을 한다고.
 또, 그는“어떤 삶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결국에는 모든 일은 잘되게 되어 있다. 잘되지 않았다면 그건 아직 끝이 아니다고 말했어요. 항상 조급함이 없는 사람이에요. 
처음 1-2년은 제가 살아온 때보다 삶이 느리게 흘러갔는데, 뮤지션이라는 일이 악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에게 들려줄 음악이 있어 좋았어요.
지금은 세계 여러나라에서 1년에 100회 정도의 연주가 있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시차 적응도 잘하고 잘자고 잘 먹고 하죠. 

- 지금의 삶은 어떠세요? 만족하나요?
언젠가 헝가리에서 인터뷰 할 때, 누가 롤모델이었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당시는 플룻 하면 골웨이 음반 밖에 없었고, 또 업적도 대단했고, 그렇지만 그보다 플룻 하나로 전 세계로 자유롭게 연주를 다니는 삶이 좋아 보여서 그렇게 대답했는데, 그러면서 그 때 문득 깨달은 것이 제가 지금 바로 그 꿈을 살고 있는 거예요, 감사한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지금은 다른 사람이 볼 때, 제가 연주도 많고 하니까 휴양지에 사는 것이 좋아보일 수 있겠죠. 그러나 그 때는 쟤 지금 뭐해?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그 때 느꼈던 것은 어느 순간 음악도 잡job 이 되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마음에 들지 않는 프로그램도 해야 하고,,  

브레겐츠페스티벌에서 <마술피리>를 할 때, 그 배에서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남편을 처음 만났었지요. 이후 몇 번 만나게 되면서 서로 좋아하게 된거죠. 운명적 만남이 아니었나 싶어요. 남편은 그 마을에서 나고 자란 사람인데, 어릴 때부터 선장이 꿈이었대요. 배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매일 다르다며 꼭 선장이 되고 싶었는데, 꿈을 이룬거죠. 

- TLI아트센터에서 이번에 하는 공연은 재즈 프로젝트인데, 어떤 프로그램을 담았나요?
아무래도 저를 보러 오시는 분들이 클래식 애호가들이라 그 분들이 소화할 수 있는 재즈를 골랐어요. 재즈곡을 편곡한 것 등 클래식 애호가들의 재즈 입문이랄 수 있어요.

- 최근 세종시즌 등에서도 재즈 콜라보 공연을 많이 했었지요?
클래식이 모국어라면 재즈는 외국어라고 할까요. 클래식으로 돌아왔을 때 프레쉬한 느낌이에요. 많은 언어를 알수록 삶이 더 컬러풀 해지는 것처럼 마음이 뚫리고 세계가 더 커지는 느낌이 들어요.

- 올해의 세종 상주음악가로 공연도 남아 있지요?
4번을 했고 이제 2번의 무대가 남아 있어요. 세종시즌에서는 주제를 ‘ 마이 시크릿 다이어리’로 잡아서 제목처럼 20년 활동에서 중요했던 일,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들려드릴 예정이에요. 

- 최나경에게 ‘플룻’이란 어떤 의미 인지요?
공기 같은 거죠. 연주방식에 따라 달라지는데, 어떤 곡을 불든지 카멜레온처럼 플렉시블(flexible)하게 되는 것 같아요. 플룻은 마술봉 처럼 드는 순간 변신해 연주하는 그 곡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는 음악 하는 후배들이 불안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과 관련해 “나는 왜 음악을 하는가”를 생각하라고 말한다. “불안하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에요. 무엇이 되려고 하기 보다 정말로 좋아서 하다 보면 실패해도 열정이 있는 거니까 근본 이유를 생각하면 더 편하게 할 수 있을거예요.”  라고 말한다.
하반기에도 뉴욕 공연을 비롯해 음반 발매와 TLI아트센터, 세종 시즌 등 바쁜 일정을 앞두고 국내 무대를 몇 번 더 찾아올 듯 하다. 가을 바람과 함께 실려올 그녀의 재즈 선율이 더욱 기다려진다. 

임효정 기자  사진제공 TLI아트센터
  

 


최나경은 예원학교를 거쳐 서울예고 재학 중 플루트의 거장 줄리어스 베이커로부터 “커다란 센세이션”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만 16세에 미국 커티스음대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이후 줄리어스 베이커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4년을 공부하며 거장의 마지막 제자가 되었다. 졸업 후 줄리어드 음대에서 제프리 케이너를 사사했으며, 이후 커티스 음대, 줄리어드음대를 비롯해 콜번 스쿨, 맨하탄 음대, 인디애나 주립대, 플로리다 대학, 비엔나 음대, 뮌헨 음대 등에서 초청 마스터 클래스를 가진 바 있다. 한국인 관악기 주자로서는 최초로 미국 메이저 오케스트라(신시내티심포니, 음악감독 파보 예르비)와 유럽 메이저 오케스트라(빈심포니, 음악감독 파비오 루이지)에 수석으로 임명되어 세계 정상급 플루트 연주자로서 우뚝 섰으며, 한국 관악 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음악을 즐기고 전달하는 데에 국경과 장르의 벽은 없다’고 생각하는 최나경은 솔로 리사이틀과 협연은 물론, 실내악과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객원수석으로 세계를 누비고 있다. 그녀는 레퍼토리의 확장을 위해 바이올린 곡들을 플루트로 편곡하여 연주하기도 하며, 재즈와 팝, 즉흥연주 등으로 청중에게 신선한 감흥을 안겨 주고 있다. 430만의 조회 수에 달하는 유튜브 연주 영상들로 그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 지 확인할 수 있다.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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