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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의 길위의음악] 아프리카편⑪_모로코 아틀라스산맥 마을잔치

기사승인 2018.11.28  17: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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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따구닛 마을 잔치 구경하는 아이들

 

   말리와 세네갈 모리타니아를 거쳐 북아프리카에서 비교적 평온한 나라 모로코에 왔다. 모로코는 지리적으로는 아프리카지만 문화적으로는 아랍이며 대도시의 생활수준은 유럽에 가깝다. 그러나 남부 아틀라스산맥에 깃들어 사는 산골마을 사람들은 전기와 전화 정도를 제외하면 의식주 대부분을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하고 있어 민속박물관을 보는 듯하다.

오늘 소개할 장면은 마라케시에서 150km 남짓 거리이건만 대중교통이 없어 하루 왼 종일 여러 종류의 차를 갈아타고 들어가야 하는 깊은 산골 따구닛 마을에서 벌어진 마을잔치다. 이 마을은 지인인 프랑스 인류학자로부터 소개받은 전직 민요가수 레흐슨의 고향인데, 그는 건강이 좋지 않아 그의 아들 모함메드가 우리를 따구닛마을로 안내했다. 마을에 도착하여 마을 원로이자 모함메드의 당숙인 하산아저씨와 상의를 한 바, 우리가 염소를 한 마리 잡으면 결혼식 때 하는 것 같은 마을잔치를 한 판 벌여주겠다 하여 다음날 저녁에 잔치를 벌이기로 하고 연락이며 준비며 그런 것들은 하산아저씨가 맡기로 했다.

모로코 따구닛 밴드 (오른쪽 검은옷 입은 사람이 필자)

그날밤, 저녁밥을 먹고 쉬고 있자니 우리가 민속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하산아저씨가 일곱 명의 장정들과 함께 전통악기들을 주루룩 들고 와서는 작은 콘서트가 펼쳐졌다. 악기는 서로 돌려가며 연주하고 누구는 춤을 추고 누구는 노래하고 장단을 치며 노는데 열 시쯤에 시작한 놀이판은 새벽 두 시에나 끝이 났다. 사실 이들이 하는 신민요들은 음악적으로 그다지 심오하지 않고 리듬도 단순해서 가사를 못 알아듣는 사람들에게는 좀 재미가 없는 음악이다. 그런데 본인들은 술도 한 잔 안 걸치고도 지칠 줄 모르고 신나서 즐기니 우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그저 재미있을 따름이었다. 다음날 아침 간밤의 여흥이 덜 풀렸는지 열 시도 안 되었건만 어제 그 멤버들이 하나둘 우리방으로 모여 들더니 순식간에 또 새로운 판이 벌어져서 하산아저씨네 집에 점심상이 준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날 오후에는 우리가 내기로 한 새끼염소를 마을 우물가에서 잡아 우리가 묵고 있는 집 부엌에서 내내 요리들을 하고 부엌일 안 하는 사람들은 안마당에서 또 풍악을 울리니 골목에서 놀던 동네 꼬마들도 전부 들어와 구경하고 춤도 추며 잔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갔다. 

저녁밥 따진요리가 준비되어 만찬을 하고 상을 물린 후 한쪽에선 설겆이를 하고 한 쪽에선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전등을 설치하느라 분주하다. 밤 열 시쯤 되자 전통옷을 차려입은 남자들이 먼저 모여든다. 딸룬트라 부르는 북을 들고 온 남자들은 마당 한켠에 장작불을 지펴놓고 쉴 때마다 가서 북을 말리며 북소리를 짱짱하게 유지한다. 좀 있으니 여자들도 하나둘 들어와 남자들 맞은 편에 자리를 잡자 남자 소리꾼 열댓 명이 일렬로 서더니 대표 소리꾼이 선창을 하면 나머지는 받는 소리를 하는데 가사를 알아들을 순 없지만 오늘 이 잔치가 어떤 연유로 벌어지는 것인지 고하는 것이라 짐작된다.

악기 반주 없이 부르는 남자들의 노래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두어 곡을 그렇게 부른 후 북 반주팀들이 장단을 넣자 이제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전통 두루마기 차림의 남자들이 일렬로 서서 노래하며 추는 그 춤도 참 보기에 좋다.

삼십여 분간 남자들의 노래가 이어진 후 어느 순간 여자들이 남자들 맞은편에 일렬로 서더니 남자들이 노래 한 소절을 할 때마다 받는 노래를 한다. 여자들의 노래는 매우 고음으로 제창을 하는데 아마도 산이 가로막지 않는다면 그 소리는 인근 십 리 정도까지는 너끈히 들리지 않을까 싶다. 남녀혼성 합창이 몇 곡 이어진 후 남자들은 빠지고 무대는 완전히 여자들이 장악한다. 여자들끼리 부르는 노래는 둥글게 원을 만들어 조금씩 스텝을 밟으며 오른쪽으로 돌면서 부르는데 두 편으로 갈라 주고받는 식으로 부른다. 처음엔 열댓명이 나와서 춤추고 노래하던 대열이 나중엔 백 명도 넘게 나와서 함께 하니 그 넓은 마당이 좁아 제대로 대열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는 뜨거웠다.

마침내 새벽 두 시, 잔치는 마무리 되었다. 사실 이날의 잔치 준비며 저녁 요리며 설겆이며 그런 것들은 전부 남자들이 했다지만 공식만찬에 여자는 한 명도 초대되지 않았다. 대외적인 일에서 여자들은 철저히 배제되는 것이 이슬람 문화의 영향인지 베르베르 전통 문화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여자들의 억눌린 에너지는 어마어마해서 밤이 깊어질수록 더욱 정열적으로 분출하니 남자들이 중단시키지 않았더라면 밤을 샐 기세였다. 

이 축제의 백미는 억지로 판을 정리하고 떠나던 여자들이 골목길에서 남자들에게서 북을 빼앗아 한 이십여 분간 더 옴팡지게 놀던 모습이다. 달빛이 비치는 가파른 경사의 골목길에서 흉내내기조차 어려울 고음으로 내지르는 노래와 혀를 굴려 말울음처럼 내는 으즈가리뜨와 손뼉소리, 그 장면은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신경아(음악여행 칼럼니스트)

THE MOVE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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