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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힘 프라이어의 뚝심과 우화적 연출 <라인의 황금>

기사승인 2018.12.24  16: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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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오페라극장의 연출 트렌드 연장선, 한국 성악가의 발현

세계 오페라극장의 연출 트렌드 연장선, 한국 성악가의 발현

리하르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를 아힘 프라이어의 연출로 한국에서 공연한다고 했을 때 그의 L.A오페라 버전을 본 사람들은 걱정을 많이 했었다. 과연 가능할 것인가? 아힘 프라이어가 2011년 창극 ‘수궁가’ 연출로 대히트를 쳐서 국내에 그의 팬들이 많지만 L.A오페라의 ‘니벨룽의 반지’가 평단의 좋은 반응을 얻는데는 성공하지 못했고, 대작의 스폰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작품이 초라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저지르는 사람의 것이라고 했던가! 우여곡절 끝에 ‘니벨룽의 반지’중 첫 번째 작품인 ‘라인골트’(라인의 황금)가 올 가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되었다. 11월 14일 이날 공연 전 리셉션장에 나타난 84세의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는 운동화를 하얀색과 초록색으로 짝짝이로 신고 등장하면서 자신의 이번 연출의 동화적 스타일의 컨셉을 미리 의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참 초지일관하신 분이다.

저녁 8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랫동안 상연을 기다려온 ‘라인골트’가 시작됐다.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며 야심적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던 4일 간의 ‘니벨룽의 반지’가 한국에서 상연된 첫 ‘반지’였고, 그 수입 반지의 뒤를 이어 한국에서 제작된 첫 국산 ‘반지’(자세히 들여다보면 연출, 출연진, 스폰서에서부터 독일문화원의 후원 등등 한독 합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품이 바로 이번 ‘라인골트’였다. 서곡에 이어 라인의 세 처녀의 등장부터 재미있는 의상이 즐거움을 주었고, L.A오페라 버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라인의 황금이 나타났다. 첫 장면을 보는 순간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괜찮다. 작품 잘나왔다. 재미있겠다.”하는 긍정적인 생각들로 머리속은 덮였다. 물론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의 세계가 신들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묵직한 작품이라고만 생각한다면 프라이어의 해석이 가벼워 보일 수 있겠지만, 프라이어는 자신의 강점인 우화적 해석을 누가 뭐라고 하던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서곡에서부터 그래픽과 조명이 어우러지면서 우주적인 세계가 나타났고, 라인의 세 처녀들의 유희가 펼쳐졌으며, 라인의 처녀들은 자신들이 마땅히 보유하고 있어야하는 관능성도 획득하고 있었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의 세 시녀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한 라인의 처녀들이 희롱하며 라인강에서 즐기고 있는데 난쟁이 알베리히가 찾아와서 구애를 한다.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나 낯익은 것이 아닌가! 로열 오페라 하우스 코벤트 가든의 ‘오텔로’에서 도밍고와 함께 고품격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며 마린스키 극장의 솔리스트로 차이콥스키의 ‘스페이드의 여왕’에서 톰스키 역을 압도적으로 불러주었던 그 바리톤. 최장신의 세르게이 레이페르쿠스가 난쟁이 알베리히로 등장한 것이다. 카디프 콩쿠르의 단골 심사위원으로 등장할 정도로 영국에서 인기와 지명도가 높은 이 상트 페테르부르크 출신의 바리톤은 현재 나이가 72세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래는 싱싱했고, 한 번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개성적인 목소리와 숙성한 연기로 관록의 알베리히를 들려주었다. 이번 공연에서 특히 한국 가수들의 독일어 발음이 상당히 좋았던 것도 괄목할 만 했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출신의 전승현의 거인 파졸트는 볼륨면에서 만족스러웠고, 10kg에 이르는 무거운 데코레이션 의상을 입고 나온 보탄 역의 바리톤 김동섭은 볼륨이 압도적이지는 않았으나 고뇌하는 보탄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표현, 은근하고 푸근한 매력을 발산했다.

반신반인인 로게는 테너 아르놀트 베주엔이 불렀는데 그야말로 기대하던 독일 테너가 부르는 중간자 로게의 간사한 듯한 목소리였다. 2013년 다미아노 미키엘레토가 연출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라 보엠’이라든지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군중들을 모두 나비와 벌 등 곤충으로 묘사한 ‘로엔그린’이라든지 객석에 아이들이나 청소년은 전혀 없지만 오페라를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로 만든 프로덕션들이 주요 오페라 극장의 연출 트렌드를 이뤄왔는데, 신연출 스타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아힘 프라이어의 이번 ‘라인골트’도 이런 최근 연출의 삼촌 뻘 또는 연장선상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생각해보면 이 ‘라인골트’ 자체가 거인 나라에 갔다가 난쟁이 나라에 갔다가 하는 ‘걸리버 여행기’처럼 판타지적이고 우화적이다. 바그너의 음악은 격조 높으나 신화 세계의 다신주의와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연출에 이미 오락적 요소가 다분하다. 이런 작업이 결코 낯선 작업은 아니다. 프라이어의 특이한 분장과 의상을 통한 인물묘사는 어렵지 않고 명확했다. 검은 색으로 얼굴을 칠하고 나온 보탄은 또 하나의 자아를 업고 나온 신으로 무거운 의상만큼이나 이 세상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것은 거인 형제 파졸트와 파프너도 마찬가지였다. 랄프 바이커트가 지휘한 프라임필은 최선을 다하며 열정을 다했으나 바그너 음악의 무게감과 감각적인 측면에는 도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내년에는 ‘니벨룽의 반지’의 두번째 작품인 ‘발퀴레’가 6월에 상연될 예정이다.

 

장일범

음악평론가, 팟빵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팟캐스터, 국악방송 ‘창호에 드린 햇 살’ 진행자

 

THE MOVE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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