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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영혼의 에너지 전통의 가치에 연결되다_김상돈

기사승인 2021.05.26  14: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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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돈 작가

김상돈 작가

신체와 영혼의 에너지, 전통의 가치에 연결되다

 

<2021광주비엔날레> 프리뷰 행사로 진행된 프로그램 ‘행진: 저 문들을 지나 The Procession: Through the Gates’은 라이브 커미션과 전시 작품으로 구성되어 전시장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의식적 장소가 됐다.

김상돈 작가는 그리스 아티스트 안젤로 플레사스(Angelo Plessas)와 뉴욕에서 활동하는 안무가 키라 노바(Kira Nova)와 함께 알칸타라(ALCANTARA 유럽 감성의 럭셔리 신소재 이태리 브랜드)를 재해석한 작품 ‘행진’에 참여해 자신의 설치 신작 <행렬>을 통해 한국 샤머니즘, 식민 기억, 현대 정치, 과잉 소비 회로의 요소를 동원했다. 그는 “인류 문명 전체가 위기를 맞았을 때, 우리는 다시금 집단적 카타르시스와 화합에 기반을 둔 장구한 영적 문화에 눈을 돌린다.”고 말했다. 공공 프로그램 ‘행진: 저 문들을 지나’에 포함된 김상돈의 신작 퍼레이드 <지옥의 문>(2021)은 진도의 전통 장례 문화인 ‘다시래기’를 모티브로 삼아 제작돼 애도와 위기 극복의 집단적 행위를 강조한다. 이 앙상블에 포함된 화려한 ‘상여’는 사회의 편의에 가려진 현대 자본주의와 매스미디어의 힘 등 불안정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프로젝트를 통해 김상돈은 집단성과 공동생활이 인간의조건에 내재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의 주제전의 외부전시로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 설치된 <불수레>(2017)에는 혼성적인 탈것과 안테나가 그의 실천에 중요한 역할을 하다는 것을 나타냈다. 비엔날레 개막 전 지난 3월 31일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에서 김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 이라는 주제와 연관해 ‘행렬’은 어떤 뜻이 담겼나?

 

두 예술감독이 이야기했듯이 샤머니즘이 아니고, 샤머니스틱한 공연을 만들려고 했다. 삶 속에서의 죽음, 죽음에서의 삶, 사실 우리가 웰빙, 웰빙.. 하지만, 중요한 건 웰 다잉(well-dying)이다.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것인가? 우리 전통에서는 죽음이 늘 곁에 있었다. 상가집도 옆에 있었고, 누가 돌아가시면 항아리에 담아 선반 위에 두었는데, 그게 초상화가 되었고, 항상 죽음을 우리 곁에 두었고, 그래야 잘 살 수 있다고 믿었다. 주제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결이 있다고 본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주로 필리핀 작가를 비롯해 동남아, 남미, 그리고 여성 작가들이 대거 많이 참여했다. 딴따라 현대미술이 만들어 내는 결핍들을 제3세계가 보충하는 듯도 보인다,

나타샤 진발라 감독이 말한 “너희들의 동쪽은 우리의 서쪽이다.” 라는 말은 일종의 전초적인 개념이지 않았을까. 보완하고 결핍을 발견하는 것- 문화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페미니즘적이다. 위계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무너지거나 부러질 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고 보충하는 것, 균형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부드러운 걸 딱딱하게, 딱딱한걸 부드럽게 하는 것,

여러 관계에서, 동-서양 철학의 관계, 위계, 공익, 제도권의 기획자,,, 등등 코로나에 우리가 무엇을 맞이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만남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관계적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 오프닝 프로그램으로 ‘행렬’은 어떻게 준비됐나

풍어제에 만선처럼 입항하는 것처럼 하려고 했다. 장례의 느낌으로 막대 들고 죽음에 다가가듯이.. 상여는 오윤 작가에 대한 오마주로 준비했다. ‘지옥의 문’은 현대 버전의 쇼핑 카트위의 ‘지옥도’인 셈이다. 자본주의와 거대한 미디어 지옥에 대한 반영이다.

 

- 첨단 럭셔리 소재로 알려진 알칸타라의 만남은 어떠했나? 꼴라주 작업으로 조각난 누더기처럼 사용되기도 했는데?

소재가 너무 좋으니까 누더기를 해도 좋았다, 심지어 잘라도 끊어지지 않고, 노끈보다 더 강하고 질기다는 면에서 영속성이 강하다. ‘알칸타라’는 명품이 되기 위한 여러 가지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고 본다. 기능에 더해 미학적이고 감각적인 특성으로 디자인 측면에서 표현의 가능성을 새롭게 한다. 백남준 선생이 과학과 기술과 예술이 만나 바이올린을 내리쳐 부술 때, 바이올린이 아니라 그 생각의 가치를 내려친 것이라 본다면, 그 방식과 일맥 비숫하다. 알칸타라는 습득한 가치에서 다른 가치를 주고 싶었다.

 

 

내재된 집단성, 신체와 영혼의 에너지로 활기차게 연결되어 있다.

                                      ”

 

 

- 무속- 왜 전통 작업을 하는가?

너는 왜 전통 - 옛날 것에 대한 작업을 하나? 전통으로 돌아가는가? 전통을 쓰는가? 하는 질문을 받곤 한다. 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의 어머니..... 토기에 박힌 지문처럼 시간의 영속성은 꿈을 공유하며 DNA에 들어 있는데, 사라진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현재의 시간이 분리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전해져오는 그들의 정신에 나의 정신을 등록해오고 싶다. 다시래기 ‘행렬’에 쓰인 소재로 대나무-알칸타라는 결국 같은 것이다. 전통 구조물인 이 앙상블에는 집단성과 공동생활이 내재되어 신체와 영혼의 에너지가 활기차게 연결되어 있다.

 

 

인터뷰  임효정 기자 / 광주

 

 

김상돈  작가

베를린 국립예술대학교(Universitat der Kunste Berlin)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베를린에서 로타르 바움가르텐을 사사한 뒤 2004년 귀국해 국내 여러 도시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하거나 오브제를 채집해 설치 조각작품으로 제작하는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사회 현실을 개념적으로 시각화해왔다. 불, 용, 물, 바람, ‘허구’의 토템 등 애니미즘, 한국의 신화와 동화와 긴밀하게 관련된 재료나 비유로 작업하며, 2009년 이후 사진과 영상 조각을 하나로 설치한 <장미의 섬>, <불광동 토템>(2003-2010)과 <솔베이지의 노래>(2011), <약수> 등의 시리즈를 발표해 독특한 시선으로 과거의 거친 한국의 영혼을 되살려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1년에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을 받았다.

 

임효정 음악평론가. 두산백과사전 클래식 집필위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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