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근의 리허설룸 4] <파르지팔> 두번째 이야기- 여주인공 쿤드리
예술의 산물은 지속해서 검증되고 새로 해석돼야 하는 것이 문화의 기능이기 때문이다.
나는 바그너의 대표적인 여주인공들인 젠타, 엘자, 엘리자베트, 브륀힐데, 이졸데, 쿤드리역을 맡은 소프라노들과 역을 준비하면서 보낸 시간이 비교적 많다.거대한 역만큼 방대한 텍스트와 음악, 그리고 살인적인 음역대를 소화해 내야하는 기본적인 훈련을 도와주는 작업 외에도 무대위의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극복해야 하는 바그너 여가수들의 정신적 부담감을 희석할 수 있는 대화의 상대도 되어줘야 할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극장에서 배정한 개인 연습시간을 통해 이러한 역들을 소화할 수 있는 소프라노들의 탁월한 음악성과 지성, 더욱이 초인적인 체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