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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지금 좋은 음악] 정교한 연주와 아련한 보컬로 쌓은 열망- 코토바

기사승인 2022.06.21  15: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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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스록 밴드 코토바의 [4pricøt]

밴드 코토바의 첫 번째 정규 음반 제목은 [4pricøt]. 살구다. 그래서인지 음반의 표지에 물 위에서 부유하는 사람의 얼굴 대신 살구를 그려 넣었다. 음반을 들으며 살구의 맛과 향, 감촉을 떠올려본다. 코토바의 음악이 살구처럼 새콤하거나 주황빛으로 환한지 가늠해본다. 매스록을 지향하는 밴드의 음악은 듣는 내내 아찔하다는 점에서 살구의 맛을 연상시킨다. 어떤 이들은 살구의 부드러운 과육 안에 단단한 씨앗이 박혀있다는 점에서 과연 매스록밴드답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밴드의 기존 곡을 새롭게 다듬고, 새로운 곡을 넣어 발표한 정규 음반은 록 밴드의 음악임에도 강렬하게 이글대거나 지글대지 않는다. 일렉트릭 기타, 베이스, 드럼, 보컬이라는 일반적인 편성으로 연주하고 노래하는 밴드 코토바는 대부분의 곡에서 청명한 일렉트릭 기타와 아득하고 간절한 보컬을 앞세우고, 베이스와 드럼의 능숙한 리듬을 정교하게 연결한다. 둥둥 떠다니거나 떠오르는 듯한, 혹은 날아오르는 듯한 사운드의 울림, 그 너비와 부피는 매번 빼어난 연주와 노래의 이중주를 통해 빚어진다. 전형적이지 않고 자유로운 연주의 전개, 상승과 하강을 명확하게 대비하는 극적이며 돌발적인 구성, 내내 멜랑콜리한 음률의 흐름에는 우리가 록의 전형이라고 여겨왔던 소리의 파괴와 변형이 드물다.

대신 음악에 넘치는 것은 갇혀버린 세계에서 자유를 꿈꾸는 사람의 막막함이다. 간절함이다. 코토바는 지금 세계가 망가졌음을 안다. 그리고 그 곳에 갇혀버렸음을 인정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희망은 절망과 맞닿아 있다. 눈을 뜨고 희망을 향해 나갈 때마다 절망을 마주하기 마련이다. 

음반의 노랫말에 혼자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있다. 코토바는 이러한 상황을 고스란히 감당함으로써 음악의 깊이와 무게를 창출한다. 외면하지 않고 부정하지 않고 단념하지 않는 정직한 태도는 인내와 각오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코토바의 노래는 희미한 희망을 찾아 애써 고개를 돌리지 않으면 부를 수 없는 노래다.

 

“너와 나 둘이서 만들어요 의미를”이라는 노랫말마다 코토바의 의지는 선명하다. “사실은 난 한순간도 잊은 적 없었어” 같은 노랫말에 울컥거리게 되는 게 당연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BgPuuoCfZMM

코토바의 지향은 곡에 따라 노랫말과 보컬로 선연하게 드러내기도 하지만, 반복과 돌출로 쌓은 연주의 구성과 변형을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 각각의 악기가 뿜어내는 톤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어떤 기승전결을 만들면서 등장하고 분출하며 소멸하는지 응시해야 한다. 

대부분의 록 음악이 리프를 반복하고 변형하면서 전형적으로 곡을 마감할 때, 코토바는 비트의 드라마를 수없이 다시 쓰면서 장르의 계승자임을 분명히 한다. 수록곡마다 다르게 펼쳐지는 등퇴장과 비트의 횡단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이 음반을 들을 가치는 충분하다.

반면 됸쥬의 보컬은 살구의 과육처럼 섬세해 정교하고 화려한 연주로 전달할 수 없는 아우라를 창출하며 음악의 아름다움과 개성을 완성한다. 강인하지 않은 사람의 고투는 더 치열하게 다가오는 법이다. 대부분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됸쥬가 부르는 노래를 들을 때, 코토바의 음악은 감상용 음악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과 이어진다. 무대 아래에서 추앙하는 음악이 아니라 삶의 순간들을 엮고 묶게 되는 음악이다.

 

이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송가가 될 것이다. 그만큼 격렬하게 서정적이다. 투명하게 열정적이다. 마음을 들키게 되는 음악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늘 놀랍고 신비롭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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