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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0개 악단 ‘한데 모임’의 즐거움! ‘오인된 대중성’ 아쉬움.. '제2회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

기사승인 2024.10.30  18: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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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레퍼토리 축적, 악단별 의미 고찰 기회, 편곡 · 완성도는 과제로 남아....


개막작, KBS국악관현악단

 

전국  지역 대표 10개 국악관현악단 한자리에 모여  각각의 색채  발산

각 악단마다  개성 묻어난 선곡, 다양한 레퍼토리 축적  확인 기회   

기획, 완성도 아쉬움, 리터치 필요 

특정 뮤지션  부각 보다  관현악  본연의 매력 발산되길.. 

 

 

2024년 10월 15일부터 26일까지 서울 광화문의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세종문화회관이 주최하는 <제2회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가 열렸다. 전국 여러 지역을 대표하는 열 개의 국공립 악단들이 하루씩 참여하여, 각각의 역사와 그 역사가 만들어낸 지금의 색채를 관객들에게 들려주었다. 

그렇게 열 편의 공연이 모임으로써, 장르로서의 국악관현악이 걸어온 역사와 그 역사가 만들어낸 지금의 모습을 관객이 즐기며 사유하게 했다.

 

영동난계국악관현악단

 

즐거움: 국악관현악 안의 스펙트럼과 변화를 펼쳐보인 축제

서구 클래시컬 관현악(Orchestral Music)의 통사적 문법을 참조하면서 20세기 중반부터 장르적으로 본격화된 국악관현악은 반세기를 넘는 동안 다채로운 결의 레퍼토리를 쌓아올렸다. 열흘간 무대에 오른 오십여 곡의 면면만으로 장르사(史)의 깊이와 넓이가 통째로 드러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으나, 복수의 공연을 본 관객들에게는 이 장르가 어떤 상이한 음악적 접근의 다발로 이루어져 왔는지를 귀와 눈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예를 들면 평자에게는, ‘전통’을 의식하고 사용하는 방식에 있어서의 서로 다른 창작적 선택들이 공시적 다양성으로 혹은 경향의 시대적 변화로 새삼 다가왔다. 장르 구조나 장단, 소릿길 등의 전통 음악요소를 중심 기반 혹은 조건으로 둔 채 관습 바깥의 음향적, 서사적 가능성을 모색하는 입장과, 클래시컬 오케스트레이션 및 그와 연계된 관습적 악곡 흐름을 기본 문법으로 염두에 두고 전통 장르 속 선율이나 장단 모티프(motif), 악기의 특색과 주법 등을 활용하는 입장, 국악관현악적 형식과 관련된 이슈의 지평에 대한 관심보다는 ‘컨템포러리 앙상블’로서의 작업을 지향하려는 입장이 혼재하며 각기 성취를 이루기도 하고 때로는 절충 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모습을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구시립국악단

평자에게는 박범훈 축제추진위원장 작곡의 관현악 <푸살>(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 연주) 및 <새산조>(대구시립국악단 연주), <가을을 위한 도드리>(이건용 작곡,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연주) 등이 첫 번째 접근으로, 노랫가락 주제에 의한 국악관현악 <영혼의 집>(황호준 작곡,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 연주)이나 김동진류 대금산조 협주곡 <부활>(이정호 작곡, 영동난계국악단 연주) 등이 두 번째 태도로, 국악관현악을 위한 <쇄루우>(홍민웅 작곡, KBS국악관현악단 연주)나 국악관현악 <청라>(강한뫼 작곡, 대구시립국악단 연주) 등이 세 번째 방향으로 다가왔다.

 

 ‘전통’을 쥐고 조물하는 자세의 차이는, 위에 언급된 작곡가들의 면면에서 보듯 다양성의 공존이라기보다 시대 변화의 반영으로 읽는 것이 온당할지도 모른다. 즉 ‘조건성’에서 ‘모티프’로, 또 ‘아이디어’로 전통 음악형식 요소의 위치가 장르 창작론 안에서 재설정되어 왔다는 (혹은 서서히 주변화되고 있다는) 평자의 기존 인식이 적어도 이번 공연 시리즈를 보면서는 지속·강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각각의 접근들이 지닌 미덕과 의미를 방대한 수의 레퍼토리 안에서 살피고 비교하며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하겠다.

 

KBS국악관현악단

 

한편 각 악단의 개성이 드러나는 선곡을 지켜보는 일도 흥미로웠다. 참여팀 중 유일한 방송악단으로 축제의 시작을 연 KBS 국악관현악단은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에 더하여 잘 알려진 팝 음악을 레퍼토리에 포함하였고,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은 경기 가락 기반의 작품들 그리고 얼후, 고토, 단쩡과 같은 아시아 지역 악기와의 협연을 보여줌으로써 평택이 낳은 고 지영희 선생과 그 제자인 박범훈 예술감독의 음악적 여정을 드러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소리꾼 이희문 협연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을 초대하여 재즈풍으로 기편곡된 민요 레퍼토리를 관현악에 얹기도 하였다.

 

강원특별자치도립국악관현악단, 소리꾼 김준수 협연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새로운 위촉곡, 즉 천안시충남국악관현악단의 국악관현악 <그대는 꽃이라>(김백찬 작곡), 강원특별자치도립국악관현악단의 <국악관현악을 위한 동해랩소디>(박한규 작곡), 영동난계국악단의 <월하무인>(강한뫼 작곡) 등을 매일같이 경험하는 일도 이러한 대규모 시리즈에서만 가능한 즐거움일 것이다.

 

부산시립국악단이 첫 곡으로 내민, 악단의 역사 속 대표적인 위촉곡 다섯을 모아 만든 국악관현악 <1984., 그날의 시작>(김창환 작·편곡) 역시 악단의 그리고 국악관현악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객석에 건넨 멋진 예였다. 각 곡에 대한 감상과 비평적 판단은 관객마다 다를 것이나, 적어도 하나의 판, 혹은 계(界)로서의 장르 경험을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악단과 레퍼토리를 한데 좋은 연주로 모아낸 그 자체야말로, 2회를 맞은 이번 축제가 관객들에게 준 가장 큰 의미일 것이다.

 

아쉬움: 오인된 ‘대중’과 ‘대중성’

이번 축제는 사전 보도자료에서부터 ‘대’중이라는 키워드가 강조되었다. 공식 팸플릿에 커다랗게 적힌 ‘국악관현악이 일상이다!’라는 표현 역시 보다 많은 이들의 삶에 이 장르가 친근하게 다가가기를 원하는 축제 주체의 바람을 담았다고 하겠다. 주최측에서의 전체적인 주문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러한 키워드에 부합한다고 여겨지는 연행곡 및 협연자에 있어서의 선택이 거의 매공연마다 포함된 듯 보였다. 모든 장르의 연행에서 (고유명사화된 “대중음악” 장르 연행의 경우를 포함하여) 해당 음악가나 장르를 깊이 좋아해 온 애호가를 넘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예술가와 작품을 정규 레퍼토리에 혹은 앙코르에 포함하는 것은 매우 흔하고 어쩌면 당연한것이며, 그 자체로 기획에 있어 정성을 내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한 친근함을 ‘통하여’ 새로이 장르의 문턱을 넘는 애호가가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말로, ‘대중 지향적 선택’을 행하는 한 근원적 이유일 것이다.

 

개성적 기획에도 디테일 강화 필요

이러한 관점에서, 평자에게는 의아하거나 안타까운 순간들이 몇 있었다. KBS국악관현악단은 공연 후반부를 ‘방송 삽입가요’와 ‘팝 메들리’로 구성하였는데, 이는 악단만이 가진 정체성과 개성을 멋지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획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곡들 사이 연결 부분을 이어놓은 것 외 편곡적 터치의 미비, 오케스트라를 잡아먹는 록 드럼 셋의 삽입(과 드럼 편곡 부재)으로 인한 음향 불균형, 가창자의 부분적인 음역 문제 및 해석없음으로 인한 원곡의 미감 저하 등으로 인해 국악관현악만의 색깔을 인식하는 이들에게도 만족을 주지 못하고, 장르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그 매력을 어필할 수 없었을 것이라 주장하고 싶다. (마치 판소리 눈대목 연행이 그러하듯) 귀에 익은 레퍼토리일수록 ‘리터치’와 ‘디테일’의 완성도가 주는 매력이 즐거운 감상, 나아가 장르 입문의 관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간 보아온 악단의 충분히 뛰어난 기량과 기획을 떠올렸기에 더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다음에는 방송국 악단만이 시도할 수 있는, 위트 넘치는 기획과 편곡이 축제에 오르기를 기대한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관현악 편곡 없어 아쉬움, 특정 뮤지션  부각 앞서 편곡 준비 보강해야

열흘 중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일렉기타 협주곡 <산조 판타지>(이준호 작곡) 연행이었다. 과거 산조 장르와의 협업을 수차례 경험한 바 있는 기타리스트 김도균은, 이번이 해당 곡의 초연이 아님에도, 산조의 소릿길을 그린다기보다 기본 마이너 코드와 간헐적인 블루스 코드를 터치하다 메탈 스타일의 피킹(picking)과 스트럼(strum) 연주로 이행하였고, 그 뒤의 피아노는 맥락없는 텐션(tension) 코드를 내내 반복 부가함으로써 곡의 제목을 무색하게 하고 불협을 가득 만들었으며, 무대 가운데의 관현악 단원들은 곡의 대부분에서 사실상 역할이 없다시피했다. 원곡이 대규모 관현악 앙상블 형태로 쓰이지 않은 곡이라면, 그에 맞는 편곡과 준비가 이루어졌어야 할 터이다. 해당 무대는 전통음악을 즐기는 이로서의 평자에게는 당혹감만을 남겼고, 다른 음악들 및 크로스오버를 즐기는 사람으로서의 평자에게는 김도균이라는 음악가의 카리스마만이 남았다. 국악관현악축제 공연의 한 피날레에서 막상 관현악과 그 매력은 완전히 사라져있는 셈인데, 그렇다면 그러한 공연이 상정한 ‘타겟’은 누구였고, 기대한 ‘효과’는 무엇이었을까?

 

반대로, ‘대중’이라는 키워드와 관련하여 즐거움과 의미를 건네준 공연들도 여럿 있었다. 

전주특별자치도립국악원이 마지막 순서로 보여준 국악관현악을 위한 교향시 <춘향>(임교민 작곡)이 예를 들면 그러하였다. 문학이나 회화 작품을 음악적으로 그리는 단악장의 교향시 형식을 참고하여, 모두가 아는 춘향과 이몽룡의 이야기를 장면마다 스케치들이 넘어가듯이 구성한 작품이었다. 어렵지 않은 화성 기반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구상(具象)적으로 그리어졌고, 뒤에 현시되는 간단한 이미지들은 이 음악의 장면 전환을 더더욱 쉽게 관객들에게 알려주었다. 특정한 악기가 도드라지거나 어마어마한 스펙터클이 비추어지지는 않았지만, 익숙한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국악관현악이라는 포맷으로 낼 수 있는 소리-효과들을 활용함으로써 드러나는 이러한 시청각적 연행작품이야말로 효과적인 ‘대중 친화’적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판소리와 국악관현악 <자룡, 만경창파를 가르다>(박상우 작곡) 역시 같은 맥락에서 즐겨볼 수 있었다. 

영동난계국악단

 

영동난계국악단과 국립창극단의 소리꾼 최호성이 함께한 이 작품에서, 내용은 알려져 있으나 사설 자체는 어려울 수 있는 적벽가 텍스트가 벽에 현시되어 관객들이 그것을 보며 음악적 묘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내되었다.

한편, 몇몇 악단들에서 선택한 (협주곡이 아닌) ‘민요 메들리’의 레퍼토리 삽입 (및 그에 맞춘 관현악의 느슨한 반주) 등은, 일시적으로 (상정된 ‘대중’의) 익숙함에서 오는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할 수는 있겠지만, 대중의 일부이기도 한 애호가 관객들의 기대에도 부합치 않고, 새로이 경험하는 이들에게는 축제의 테마와 관련한 매력을 경험할 수 없는 태생적으로 휘발적인 무대라는 점에서 최선은 아니라는 생각을 (이전부터 늘 해왔지만) 새삼 하게끔 하였다.

 

다음을 기대하며: 슬로건 대신 해마다의 ‘기획특집’이 있었으면....

여러 즐거움과 아쉬움 속에 열흘간의 공연을 관람하며, 국악관현악의 다면적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는 스스로를 여러 차례 발견할 수 있었다. 한반도 관현악의 지금이 하나의 커다란 현재진행형으로 모여 매해 축제를 이룬다면, 팸플릿의 모토대로 보다 청자들의 ‘일상’에 가까워지는 목표를 점진적으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대중, 일상과 같은 다소 추상적인 슬로건 대신 국악관현악이라는 컨텐츠 자체에서 우러나는 기획의 언어로 축제를 묶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구시립국악단

예를 들면, 가장 즐겁게 본 공연 중 하나인 대구시립국악단의 레퍼토리는 가야금, 생황, 퉁소, 타악기 등 개별 전통악기들의 매력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협주곡들을 대거 포함하였는데, 관객의 반응도 매우 좋았다. ‘협연’, ‘타악’, 혹은 ‘고전’, ‘소리’, ‘크로스오버’ 등등과 같은 보다 구체적인 단어를 두고 각 악단이 당해 기획과 관련된 레퍼토리를 한 작품씩 포함하여 드러낸다면 축제의 초점도 보다 명확해지고, 애호가 및 대중의 관람 및 향유 포인트도 확실해질 수 있지 않을까? 

내년 가을, 보다 더 풍성한 공연 시리즈로 <제3회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가 돌아오기를 바란다.

 

- 박종현 (전통음악 평론가, 대중음악가, 국민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

 

사진 제공_세종문화회관 

 

 

 

 

박종현 음악평론가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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