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르멘 같은 정열적 초초상 , 일본 전통 문화 미흡 아쉬워 .."
2022 Bregenzer Festspiele
오페라 <나비부인 MADAME_BUTTERFLY>
2년마다 작품이 바뀌는 오스트리아 보덴 호수 위에서 펼쳐지는 브레겐츠페스티벌의 호상 오페라가 올해는 어떤 작품을 올릴까 하는 것은 늘 호기심을 부른다. 지난해 <리골레토>에 이어 새롭게 시작하는 2022-23 무대는 푸치니의 <나비부인>이다.
올해도 메가박스에서는 스크린으로 만나는 한여름밤 클래식 페스티벌로 유럽의 브레겐츠페스티벌, 잘츠부르크페스티벌, 베로나의 아레나 디 베로나 무대를 <2022 썸머 클래식 페스티벌>로 중계 상영한다. 그 첫 번째로 7월 31일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상영했다.
무대미술의 미니멀리즘 트렌드는 호상오페라에도 반영되어 22-23 시즌 브레겐츠페스티벌 오페라 <나비부인>은 지난 작품들 ㅡ <안드레아 셰니에> <마술피리> <리골레토> 등- 에 비해 매우 단순(미니멀)했다.
한 장의 구겨진 종이에 동양화의 이미지를 담아 조명에 주력한 무대는 기존의 웅장하고 거대하면서도 섬세한 디테일의 복합적인 장치와는 많이 달랐다. 플로팅 무대의 어려움이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면, 역동적이고 액티브한 재미는 다소 약한 편이었다.
특히, 여름철 관광상품인 점을 고려하면 심플한 무대는 다소 심심했는데, 담백한 이미지 연출에 포커스를 맞춘 듯 했다.
물론, 극장에서의 영상이 아닌 드넓은 보덴호수의 자연풍광이 어우러진 현지에서의 감상은 또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밤하늘 호수 물빛과 첨벙대는 물속으로 뛰어드는 청량감은 호상오페라의 백미이고, 하얀 백지 위에 색색 조명으로 변화하는 무대는 또 다른 판타스틱함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2022년 <나비부인>은 무대디자인뿐만 아니라 연출적 해석에서도 내용을 많이 축약해 주변 인물보다 나비부인의 캐릭터에 주력해 많은 비중을 몰았다. 상대적으로 각 캐릭터의 특징과 복합적인 다양함의 재미가 약했다.
미카엘 레빈 무대디자이너는 한 폭의 동양화를 담은 높이 23미터, 폭 33미터의 거대한 무대를 한 장의 종이로 표현해 압도적인 호상 무대를 펼쳤다.
한 통의 편지를 이미지화한 백색 무대 위에는 색색 조명에 의해 수시로 변화하는 배경으로 동양화 담긴 화폭이 산이 되었다가, 구름이 되었다가, 벚꽃잎이 날리기도 한다.
바닥에는 붉고 흰 벚꽃잎들이 깔려 한갓 사랑의 가볍고 허무함을 표현한다.
핑커톤이 미국 영사에게 보낸 편지 한장 _300톤 종이 한 장의 형상화
“카르멘 같은 열정적 초초상”
연출의 포커스는 처음부터 명확해 보인다. 연출가 안드레아스 호모키는 15세 소녀 게이샤 초초상의 부서지고 찢어진 불안한 영혼에 대해 표현한다.
호모키는 "뒤틀린 종이는 쉽게 찢어질 수 있는 것처럼 연약하고 섬세해 보인다. 나비부인이라고 불렸던 일본 게이샤 초초상의 영혼과도 같다"고 말했는데,, 무대에 오른 가수 초초상은 연약하고 섬세한 어린 영혼의 초초상이라기보다는 마치 '카르멘' 같은~~정열적 '나비' 처럼 보였다.
거의 혼자 노래하듯 많은 비중을 둔 초초상은 수줍고 순종적인 일본 게이샤의 슬픔보다는 정열적이고 반항적인 카르멘의 분노처럼 노래하고 연기했다.
덧없는 사랑과 희생도 분연하고 정열적으로 노래했다.
피날레의 자결 장면 후 불타는 무대는 마치 바그너 4부작 시리즈 오페라<Ring>의 마지막 <신들의 황혼>에서 불타는 발할라성을 연상케 한다.
또, 무대 상단에 꽂힌 미국 성조기의 이미지나 미국 영사를 통해 미국 해군 핑커톤의 경박한 사랑과 무책임한 행위를 경고하는 등 서구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메시지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단순화한 무대는 통상 오페라 <나비부인> 무대에서 일본식으로 치러지는 결혼식 장면이나 몰락한 가문의 자존심으로 미국 군인과 결혼하려는 초초상을 힐난하는 등, 일본 문화(오리엔탈리즘 등)에 대한 색채감 등을 동양화적 이미지에 뭉뚱그려 담은 것은 미약했다고 보여진다.
또, 일본 전통 연극 가부끼의 이미지를 담은 가면과 회백색 얼굴 화장은 그렇다치더라도 꽃 같은 게이샤들의 얼굴과 의상이 죽음의 정령처럼 일관한 것은 지나치게 경도된 해석이라 보여졌다.
초초상의 의상이 전통복식 없이 슬립(잠옷) 같은 두 벌의 드레스로만 보인 것도 조명의 빛을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 같기도 했지만,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2022 브레겐츠 <나비부인> 극장 관람은 가수들의 우수한 가창과 클로즈업되는 장면들의 생생한 표정 연기 등으로 무더운 여름날 즐거움이었고, 실제 보덴 호수의 호상오페라로 가보고 싶은 열망을 느끼게 했다.
한편,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호상오페라를 표방하는 야외오페라들이 국내 무대에서도 종종 시도되면서, 최근 다시 붐이 일어날듯한 소식들이 전해진다.
최근 춘천에서 야외오페라 <카르멘>이 공연되고, 올가을에는 서울시에서도 한강 노들섬의 야외오페라로 <마술피리>(10.1-2 예정)를 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야외오페라가 단지 야외무대에서 하는 오페라가 아님을 특히 유념해주면 좋겠다.
극장무대에서도 그렇지만 오페라 무대 자체가 압도적인 대형무대가 기본이고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야외오페라에서는 특히 기술과 융합한 아트워크 작업이 기본일텐데, 무엇보다 충분한 예산으로 볼거리 있는, 극장무대와 다른 특색있고 탁월한 무대로 보여주기를 바란다.
출연 성악가들이야 이미 우리의 성악가들의 기량이 세계적이기 때문에 예산만 충분하다면, 최고 성악가들의 포진은 안정적일 것이고,
미니멀리즘을 활용한 무대라면 상징적 이미지와 부합한 동시대적 해석의 참신성과 더불어 은유적 미학적 무대가 되어야 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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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