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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지금 좋은 음악] 노래를 잘하는 또 다른 목소리_웨스턴 카잇의 [hi love]

기사승인 2022.11.25  10: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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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노래를 잘하는 보컬리스트를 좋아한다. 세상에 음정이 맞지 않고 박자가 틀리는 뮤지션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너무 당연한 얘기일까. 그런데 노래를 잘한다고 인정받는 이들은 대체로 시원시원하게 내지를 줄 알고, 노랫말을 또렷하게 전달할 줄 안다. 김범수, 이선희, 장사익, 조용필, 하현우 같은 보컬의 공통점이다.

여기에 하나 더, 자신만의 보이스 컬러가 있어야 한다. 김광석, 이소라, 전인권, 한영애 같은 이들의 목소리에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 그 목소리에는 특정 시대와 장르와 보컬리스트 개인의 삶이 종잡을 수 없는 비율로 버무려져 있다. 명 보컬리스트의 삶이 곧잘 신비화하거나 신화가 되는 이유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의 노래를 아무리 잘 소화해내더라도 보컬을 기예처럼 화려하게 선보이지 않으면 널리 인정받지 못한다. 김일두, 백현진, 소금, 이윤정, 조동진 같은 이들이 폭넓고 열광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힘차지 않은 목소리, 명료하지 않은 목소리는 일부의 환호밖에 얻지 못한다.

그렇다면 웨스턴 카잇은 어떨까.

2017년 정규 음반 [Subtitle]을 냈고, 2021년에는 [ultraviolet!]을 발표한 여성싱어송라이터. 올해 10월 14일 EP [hi love]를 발표한 그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할까. 그가 발표한 곡들 가운데 유튜브 조회수가 가장 높은 곡이 9만회 정도의 조회수를 보이고 있으니, 결코 유명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알앤비의 여운이 배어 조금은 지쳐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나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보컬에는 평이하지 않은 기운이 있다. 예쁘게 들리려 한다거나 가창력을 뽐내려 한다는 가식이 없고, 삶의 씁쓸함을 외면한 채 해사하게만 노래하려는 강박도 없는 목소리이다. 그러면서도 현재의 보컬리스트다운 세련됨이 있는 목소리는 노래 속 사랑 이야기의 달콤함과 씁쓸함을 다 뿜어낸다. 이미 여러 번 했던 이야기이지만, 사람들이 어디에 이런 목소리가 숨어 있었냐고 반문할 때, 본의 아니게 숨어 있던 목소리의 역할을 담당하기 충분한 목소리다.

 

웨스턴 카잇이 이번에 내놓은 EP [hi love]는 음반의 제목처럼 사랑과 만나며 인사하고, 사랑을 보내며 인사한다. “선선한 가을에 듣기 좋은 사랑 노래 4종 세트”를 표방하는 곡들은 팝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인기 차트의 최상위권에 올라와 있는 곡들과 흡사한 방식으로 연주하고 노래하지 않는다. 자신이 노랫말과 곡을 쓰고 편곡까지 해낸 웨스턴 카잇은 기타, 베이스, 드럼이라는 익숙한 악기들로 헐거워 자연스러우면서도 상투적이지 않은 사운드를 연결한다. 연주와 보컬 모두 조금은 어둡고 흐린 빛을 발산하며 다가온다.

네 곡 뿐이라 금세 들을 수 있는 음반에서 타이틀곡 <하늘색>보다 인상적인 곡은 <I LOVE YOU>이다.

 

사랑을 고백하고 사랑에 대한 열망을 발산하는 곡은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곡을 시작하지만, 리듬을 더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겹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분출하고야 만다. 이 소리의 질감이 바로 사랑에 빠진 이의 혼란이며, 기쁨이고, 갈증이 아닐 리 없다. 그래서 연주가 격렬해지고 사운드가 중첩되는 순간, 노래를 듣는 이들은 싱숭생숭 해질 수밖에 없었던 연애의 순간으로 회귀하거나 웨스턴 카잇이 짜놓은 연애의 사연으로 잠입한다.

 

음반의 마지막 곡 <심.장.박.동>에서도 청량한 사운드와 리듬으로 노래하지만 노래의 사연은 그다지 달콤하지 않다. 이 노래에서도 웨스턴 카잇은 짐짓 무심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항변하면서 자신만의 러브 스토리 음반에 마침표를 찍는다. 세상에는 완전한 기쁨만으로 가득차지 않은 사랑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더 풍부하고 생생한 사랑이야기가 있다. 덕분에 100% 로맨틱하지 않은 사랑이야기, 볼품없고 초라하고 찌질하기까지 한 사랑이야기를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위할 수 있다. 별 볼 일 없고 별 수 없었던 사연들이 충분히 노래가 될 수 있듯, 이런저런 사랑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우리는 사랑은 모두 진짜이고 어떤 사랑도 연습일 수 없음을 배운다. 노래 잘하는 보컬리스트의 이름도 진작 추가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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