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중앙박물관, 한·일·중 삼국의 칠기를 한자리에서 비교
한・일・중 동아시아 삼국의 칠기를 한자리에서 비교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7월 10일(수)부터 9월 22일(일)까지 한·일·중 국립박물관 공동특별전 <三國三色-동아시아의 칠기>를 개최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나전 경함(보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마키에 국화무늬 상자>, 중국 국가박물관 소장 <흑칠 금> 등 46건을 전시한다.
‘한ㆍ일ㆍ중 국립박물관 관장회의’ 연계 특별전
- 우호적 협력과 소통 강화, 각 나라 고유 문화 소개 목적 -
이번 특별전은 한국, 일본, 중국의 국립박물관 관장회의와 연계해 개최하는 전시로 한.중.일 삼국은 2006년부터 박물관 사이 상호 협력과 교류 활성화를 위해 해마다 회의를 열었다. 2012년부터는 삼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공동특별전을 여는 것에 합의, 전시는 2년에 한 번씩 삼국을 돌며 열고, 주제는 한일중 문화를 포괄할 수 있는 공통의 주제로 공동 기획하기로 했다. 국가 표기 순서는 그해 전시 개최국 뒤에 다음 전시 개최국을 표기하기로 하고, 2014년 이래 지금까지 도자기, 회화, 청동기 등 삼국 문화를 포괄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전시를 열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칠기'다.
칠기(漆器)는 동아시아,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전통적으로 제작되는 공예품으로, 주로 나무, 대나무, 또는 다른 재료 위에 옻칠을 해서 만드는 기법이다. 삼국은 모두 공통으로 옻나무에서 채취한 천연 수액을 가공한 도료를 사용해 다양한 칠기를 제작했다.
옻나무는 세계 여러 곳에 자생하는데, 동아시아에서는 우루시올urushiol 성분이 들어간 옻나무 수액을 삼국이 공통으로 사용했다. 삼국의 칠기는 습기와 병충해에 강하며 쉽게 부패하지 않아 땅속에 묻혀도 천년을 넘게 견뎌낸다. 이는 옻산漆酸인 우루시올 성분 때문이다. 서양의 바니시varnish보다 한결 우수한 옻칠은 단연 아시아를 대표하는 전통 도료다.
중국_조칠매화무늬찬합 |
아시아의 칠기는 생활용품으로도 수준 높은 공예품으로도 널리 만들어졌다. 몇 천 년 동안의 칠기술을 집약한 삼국의 칠기는 단연 시간의 예술품으로서 만드는 사람의 인내와 솜씨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각국이 가려 뽑은 칠공예품을 각각 15건 내외로 구성하고 서로 다른 칠공예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어 상호 문화 이해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의 증거인 옻칠의 미래를 위한 환경 보호의 의미를 전한다.
4.나전 칠 봉황,꽃,새,소나무무늬 빗접 |
아시아의 옻칠 기술을 바탕으로 三國三色, 나라마다 다채로운 아름다움과 개성을 자랑하는 칠기 46건을 한자리에 모아 구성했다. 특히 단단한 옻칠 문화를 바탕으로 표면을 아름답게 장식한 삼국의 장식 기법에 주목하여 기획했다.
진주빛이 영롱한 자개를 붙여 꾸민 한국의 나전칠기,
금가루를 정교하게 가공하여 칠면에 뿌려 장식한 일본의 마키에(蒔繪) 칠기,
겹겹이 칠한 칠 층에 섬세하게 무늬를 새긴 중국의 조칠기彫漆器
가 대표적이다.
중국_.조칠 산수,인물무늬 운반 상자 |
전시의 구성은 3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3국의 각 공예품을 전시하고 있다.
1부 중국 – 오랜 역사와 다양한 기법, 정교한 조각 기술
중국은 고대로부터 명,청대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동안 옻칠기술을 발전시켰다. 단색으로 칠해진 소박한 실용품부터 화려한 장식의 공예품까지 많은 칠기를 만들었는데, 특히 조칠기법은 옻칠 기술, 회화, 조각이 결합한 독특하다.
붉은색과 검은색을 번갈아 겹겹이 칠한 후 조각한 척서剔犀 기법, 붉은색의 칠을 여러 번 하고 조각한 척홍剔紅 기법, 다양한 색깔의 칠을 겹쳐 칠한 후 조각하는 척채剔彩 기법 등이 있다. 명대 척서 기법의 <조칠 구름무늬 탁자>, 청대 건륭제 시기의 척홍 기법 <조칠 산수・인물무늬 운반 상자> 등이 출품됐다.
흑칠 '중화' 글자가 있는 금 |
중국, 조칠 구름무늬 탁자,, 중국 명 14-17세기, 중국국가박물관 |
매우 아름다운 조형미를 보여주는 '조칠 구름무늬 탁자'는 명대 가구를 대표하는 양식이다. 붉은색과 검은색을 겹겹이 칠하고 깍아서 만들었는데, 조칠기법 가운데 하나인 척서기법(붉은색과 검은색을 번갈아 겹겹이 칠한 후 조각)으로 장식했다.
2부 한국 – 1000년을 이어온 빛, 나전칠기
한국은 고려·조선시대를 이어가며 나전칠기를 독보적으로 발전시켰다. 진주빛, 무지개빛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나전칠기는 1000년을 이어 한국인의 사랑을 받은 대표적인 전통 공예품이다. 세밀가귀細密可貴로 불리는 정교한 고려 나전칠기는 지나친 화려함과 사치를 경계하는 화이불치華而不侈의 조선 나전칠기로 전통이 이어진다.
한국_나전 칠 십장생무늬 이층 농 |
조선 나전 칠기는 16-17세기의 양란을 거치며 무늬와 형식에 변화가 생겼으며, 19세기에 이르면 다양한 기종의 기물을 나전칠기로 제작하는 등 저변화된다. 고려시대 나전칠기 기법을 볼 수 있는 2점의 고려시대 나전칠기 <나전 칠 모란·넝쿨무늬 경전 상자>(보물 등)와 <나전 칠 봉황・꽃·새 소나무무늬 빗접> 및 고故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인 <나전 칠 십장생무늬 이층 농> 등 다양한 무늬와 기법을 보여주는 조선시대 나전칠기가 출품됐다.
일본_마키에 칠 가을 풀꽃무늬 물부리 그릇, 16-17세기,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
3부 일본 – 마키에(蒔繪) 칠기, 금과 은으로 그린 그림
일본의 대표적인 칠공예 마키에 기법은 헤이안(平安) 시대(8~12세기)에 큰 발전이 이루어졌다. 헤이안 시대 내내 유행한 도기다시 마키에(硏出蒔繪)는 칠기 표면에 옻칠로 무늬를 그리고 굳기전에 그 위에 금은 가루 등을 뿌린 후 표면에 전체적으로 옻칠을 한 후 그려진 무늬를 갈아내는 기법이다.
가마쿠라(鎌倉) 시대(12~14세기)에는 마키에의 무늬를 돋우는 다카 마키에(高蒔繪)가 등장하여 마키에 표현에 깊이를 더했다. 도기다시 마키에 기법을 사용한 <마키에 칠 연못무늬 경전 상자>를 비롯한 다양한 기법의 마키에 칠기와 유럽으로 수출된 남만칠기南蠻漆器, 차 문화에 관련된 칠기 및 소유자의 신분과 취향을 드러내는 인롱印籠 등의 유물이 나왔다.
기독교 성인이 새겨진 수출용 상자 |
16세기 중반 무렵부터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수출하기 위해 일본에서 만들어진 많은 칠기가 바다를 건넜다. 예수회 선교사가 일본 장인에게 명해 크리스트교의 성물등을 주문했다고 한다. 당시 '남만'이라 불린 동남아시아를 통해 들어오는 포르투갈, 스페인 사람을 남만인이라 일컬어 수출용 칠기를 '남만 칠기'라 불렀다. 검은 옻칠을 한 뒤 히라 마키에 기법으로 장식하고 전복 껍데기를 이용한 나전 기법을 더해 전체를 무늬로 채웠다.
관람객이 옻칠로 꾸민 장신구 -'마키에 칠 화장솔무늬 안장과 발걸이'(일본), 일본 에도시대, 17세기 -를 살펴보고 있다. |
17세기 일본은 나라가 통일되어 큰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되자 말갖춤은 전쟁도구에서 신분을 나타내는 수단이 되어 권력자들은 금. 은을 사용해 호화로운 마키에 기법으로 장식해 과시했다.
사진제공_국립중앙박물관
7.10(수)-9.22(일)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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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