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와 확장, 지역 연계 주효, 관객 변화에 과제 남아....
5일간의 전통예술 중심, 여름축제로 자리매김
변화와 확장, 지역성(Local)과 세계성(Global) 연계 주효
대중적 야외 공연 관객 줄어,, 기획과 특화 프로그램 강화에 더 주력해야..
무더위가 절정인 8월, <2024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로컬 프리즘: 시선의 확장(Local Prism: Enlarging Perspectives)’이란 키워드로 8월 14일(수)부터 18일(일)까지 5일간의 축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 <소리축제>는 지역성을 살린 농악을 특화한 공연과 전승의 의미를 살린 폐막 공연 등, 전라감영 한옥 선화당에서의 마티네(전주의 아침),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과 연계한 나바위성당 등의 공연을 통해 축제의 의미와 정체성을 부각했다.
그럼에도, 성공적인 축제에도 과제는 남았다. 야외공연에서 줄어든 관객은 변화한 축제의 흐름으로 향후 축제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었다. 많은 인파가 몰렸던 예전 야외공연과 달리 최근 축제 관객들은 특화된 소규모 공연에 더 매력을 느낀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불특정 다수 관객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앞서, 더욱 특화된 프로그램과 신선한 아이디어의 기획력이 중요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북 농악, 판소리 소재 개·폐막 공연
소리축제 색깔‘잡색X’ 조상현&신영희 판소리로 깨우는 아날로그 감성 ‘빅쇼’
23회째 맞은 올해 소리축제는 전통과 현대음악이 함께 어우러지며 동시대성의 의미를 통해 세계의 음악가들과 교류하며 ‘확장’의 의미를 더했다. 특히 전북 예술의 뿌리인‘농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개막공연 <잡색X>를 시작으로 개막식에 앞서 모악광장에서 펼쳐진 이리농악(풍물굿열전)과 지역의 명소 곳곳에서 음악회를 전개해 ‘로컬 프리즘’의 색을 부각했다.
개막 공연 <잡색X> |
축제위는 개막공연 <잡색X>로 공연예술제로 전환한 소리축제의 방향을 선언적으로 상징하며 임실필봉 풍물굿을 중심으로 한 제작 공연 <잡색X>(연출 적극)로 공동체의 장에서 펼쳐지던 임실필봉 풍물굿을 현대극장의 프로시니엄 무대 위에 세워 강렬한 예술적 미장센을 남겼다. 연주자와 관객의 경계 없이 모두가 어우러지는 농악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농악에 참여하는‘잡색’(가면 등으로 가장해 농악판을 휘어잡는 뒤치배 놀이꾼을 일컫는다)을 콘셉트로, 전북특별자치도민 50여 명이 ‘커뮤니티 잡색’으로 참여해 농악의 공동체 정신을 전했다.
폐막 공연 <조상현&신영희 빅쇼> |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 두 국창의 소릿길 인생사에, 젊은 소리꾼들이 함께해
미래 세대에게 우리 소리가 전해진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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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현 명창 |
축제의 피날레는 <조상현&신영희의 빅쇼>로 꾸며졌다. 1995년‘KBS 빅쇼’에 조상현·신영희 명창이‘소리로 한세상’이라는 타이틀로 무대를 선보였던, 당시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 대중음악의 음악 쇼였던 만큼 두 국악인의 출연은 당시 그들의 인기와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지금, KBS아카이브에 묻혀있던 아카이빙 영상을 꺼내 두 국창을 초청해 판소리 당대사를 해석하는 아날로그한 작품을 선보여 흥미를 끌었다.
두 국창과 함께 전북 지역에서 활동하는 10명의 젊은 소리꾼과 KBS국악관현악단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 두 국창이 오랜 세월 쌓아온 소릿길 인생사를 중심에 두고, 젊은 소리꾼들이 함께하며 미래 세대에게 소중한 우리 소리가 전해진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았다.
세대·장르·지역의‘변화와 확장’
2024소리축제는 전북 예술과 예술인을 키워드로‘농악’과 판소리를 소재로 한 개·폐막 제작 공연을 비롯해 판소리-창극-음악극-오페라-연희-전통 풍물굿-풍물굿 현대극까지 닷새간 80개 프로그램에 106회 공연의 풍성한 향연을 펼쳤다. 여름 시즌으로 시기를 옮기며 예술성을 강화한 작품들은 낮 시간대 실내 공연장에, 축제성의 대중적 공연은 밤 시간대 야외공연장에 배치해 여름밤을 즐길 수 있도록 이원화 전략을 펼쳤다.
또한, 장르의 다양화를 통해 예술성과 대중성의 작품의 다양화를 통해 폭넓은 관객층의 만족도를 높였다. 전통의 원류는 깊이 있게 알리되 구성을 다양화했다.
<판소리 다섯바탕>은 30대부터 70대까지 세대별로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함으로써 매진행렬을 이루었으며, 전북을 포함한 지역별 특징을 담아낸 농악 다섯 마당은 관객들의 신명을 더욱 이끌어냈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성자, 정회천 두 가야금 명인의 가야금 산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던 <산조의 밤>, 전북 예술가들로 구성된‘호남오페라단’이 새롭게 시도한 콘서트 오페라 <녹두>는 음악적으로 호평을 얻었다.
음악극 <적로> |
클래식 라인업으로 <정경화&임동혁 듀오 리사이틀>과 16년 만에 다시 찾은 <세종솔로이스츠>, 우천 속 우비를 입고 객석을 가득 메운 <대니 구&조윤성 트리오> 등은 관객들에게 추억을 선사했다. 음악극 <적로-이슬의 노래>,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국적 정서를 표현한‘호남오페라단’의 오페라<녹두>, 외에 대중적 라인업으로 윈디시티×이박사, 글렌체크/타이거 디스코 등과 탈춤과 공중퍼포먼스, 불꽃극과 라이브 연주가 더해진 프로젝트 날다와 천하제일탈공작소의 합작 <니나내나 니나노>는 신나는 축제 분위기를 띄웠다.
나바위성당_볼로시X 채수현 |
특히, 월드뮤직 분야에서 올해 한국-폴란드 수교 35주년을 맞아 특별 프로그램‘폴란드 포커스’가 주목받았다. 독창적이고 역동적인 남성 현악 5중주‘볼로시’와 경기민요 소리꾼‘채수현’의 콜라보 공연은 소리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함으로 익산 나바위성당에서는 장소적 특성과 함께 이색적인 무대로 만석을 이루었다. 민족 음악의 동시대성을 담아내 자신들의 음악적 언어로 표현한‘피오트르 다마시에비치-Into the Roots with Highlanders’도 눈길을 끌었다.
세계 음악의 크로스오버도 다채로워 인도네시아 전통음악을 중심으로 독창적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네덜란드×인도네시아] 누산타라 비트, 아일랜드와 이탈리아 전통음악을 결합한 [아일랜드×이탈리아] 타란타켈티카도 이국적인 음악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주기접놀이와 일본 이시가와현 타케베 시시마이의 콜라보 무대도 전통예술의 흥과 멋을 전했다.
이밖에 <청춘예찬 젊은판소리>, 국악뮤지션 발굴 프로젝트 <소리프론티어×소리의 탄생2>와 <세계음악여행>, <소리캠프> <어린이소리축제>등도 호응을 얻었다. 전북의 관광 활성화를 위한 1박 2일 연계 마티네 프로그램 <전주의 아침>은 리코더와 정가, 월드뮤직, 한국 전통춤까지 한옥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전라감영에서 이색적이고 다채로운 무대로 열려 도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각 기관과의 프로그램 협력과 후원도 폭넓게 진행됐다. 볼로시를 비롯한 폴란드 팀 공연들은 폴란드 문화부 산하기관 아담 미츠키에비츠 문화원의 후원으로 진행되었으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차세대 아시아 음악인 교류사업을 통해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의 차세대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선보였다. 이 밖에도 일본 이시가와현, 주한이탈리아 문화원 등과 협력해 공연을 올렸다. 전주MBC,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과는 프로그램 관련 협력을 위한 협약식을 진행했다. 8월 17일 집계 기준 판소리 다섯바탕을 비롯해 전주의 아침, 어린이 소리축제, 폴란드 포커스 마웨 인스트루먼티, 소리썸머나잇 3일차 4일차 등 10개 프로그램 16회 공연이 매진됐다. 야외공연장 포함 객석 점유율은 82.5%(총 좌석 1만 1467석 중 9466석 예매)을 기록했다.
이왕준 조직위원장은“음악의 확장을 통해 로컬의 가치를 재발견하고자 했다”며,“내년 소리축제는 축제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고, 한층 더 발전된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소리축제의 가장 주목되는 점은 무엇보다도 지역 전통예술에 기반한 특색있는 기획의 개막공연과 전승의 의미를 되새긴 폐막공연, 그리고 한옥마을 전라감영의 <전주의 아침> 프로그램의 특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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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아침_리코더와 정가 |
볼로시 x 채수현 |
선화당에서 울린 고대의 리코더 음악과 정가가 들려주는 심오한 선율과 노래는 깊은 감명을 전했다. 익산 나바위성당의 폴란드 포커스는 관광과 연계한 지역의 장소적 특성이 음악과 어우러질때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니나노 |
야외공연장_볼로시 |
한편, 개막날 고난도의 공중퍼포먼스 <니나노> 야외공연이나 야외공연장의 <볼로시&채수현> 에서의 다소 한적한 관객석은 오늘날 축제의 흐름에서 이제는 더 이상 불특정 관객을 대상으로 한 엔터테인먼트성 공연이 유효하지 않음을 증명했다고 보여진다. 볼로시 공연을 보더라도 같은 연주단체임에도 개막한 밤의 야외공연보다 주공연장이 아닌, 익산 나바위성당에서의 공연에 더 호응이 높았던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80개 프로그램, 106회의 많은 횟수는 더이상 축제의 흐름에서 중요한 관점이라고 보기 힘들다.정체성에 주력한 특화된 프로그램 강화가 더욱 지속적인 축제의 생명력을 갖는다는 걸 알 수있지 않을까.
이수민. 임효정 기자 / 전주
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