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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동주를 다시 기억하다

기사승인 2019.03.18  02: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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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시인 윤동주(1917.12.30.-1945.2.16)는 어두운 시대에 삶에 대한 고뇌와 철저한 자성적 자세로 자신의 내면 탐구에 골몰하며 삶과 정신이 일체된 시를 남겼다. 고고한 기품과 따뜻한 서정으로 우리 서정시 역사상 드문 특유의 작품을 남겼다. 3.1운동 100주년의 해에 즈음해 역사의 암흑기 속에서 ‘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며 ‘죽는 날까지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희구했던 저항 시인 윤동주의 대표적인 시(詩) 몇 편을 통해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 다시 음미해본다.

 

 

 

1936년

숭실학교가 신사참배 문제로 관에 접수케 되자 윤동주 시인은 용정으로 돌아와 광명중학교에 편입학 한다. 이 때, 동시 ‘카톨릭 소년’ ‘병아리’ 빗자루‘ ’아침‘ ‘무얼 먹구 사나’ 등 다수를 발표한다.

 

 

바닷가 사람

물고기 잡아 먹고 살고

산골엣 사람

감자 구어 먹고 살고

별나라 사람

무얼 먹고 사나.

- ‘무얼 먹구 사나’ (1936.10)

 

 

1937년

’오줌싸개 지도‘ ‘거짓부리’ 등을 발표한다.

 

 

 

 

1938년

‘슬픈 족속’ ‘아우의 인상화’ ‘사랑의 전당’ ‘비오는 밤’ 등 발표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골은 슬픈 그림이다.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 애딘 손을 잡으며 ‘늬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설은 진정코 설은 대답이다. 슬며시 잡았든 손을 놓고 아우의 얼골을 다시 들여다 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골은 슬픈 그림이다. - ‘아우의 인상화(印象畵)’ (1938.9.15.)

 

 

 

 

 

 

1939년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1938년)한 후, 1939년 산문 ‘달을 쏘다’를 조선일보에 발표한다.

시 ‘자화상’ ‘소년’ , 산문 <트루게네프의 언덕> 발표.

 

번거롭던 사위가 잠잠해지고 시계소리가 또렷하나 보니 밤은 저윽히 깊을대로 깊은 모양이다. 보든 책자를 책상 머리에 밀어놓고 잠자리를 수습한 다음 잠옷을 걸치는 것이다. <딱> 스위치 소리아 함께 전등을 끄고 창역의 침대에 드러누우니 이때까지 밖은 휘영찬 달밤이었든 것을 감각치못하였었다. 이것도 밝은 전등의 혜택이었을가.

....... 나는 곳곳한 나뭇가지를 고나 띠를 째서 줄을 메워 훌륭한 활을 만들었다. 그리고 좀 탄탄한 갈대로 화살을 삼아 무사의 마음을 먹고 달을 쏘다.

- ‘달을 쏘다’ (1939.10)

 

 

 

 

 

1941년

12월, 연희전문 문과를 졸업. 자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출간하려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서시’ ‘눈 오는 지도(地圖)’ ‘태초의 아침’ ‘새벽이 올 때까지’ ‘무서운 시간’ ‘십자가’ ‘별 헤는 밤’ ‘사랑스런 추억’ ‘쉽게 씌어진 시’ ‘봄’ 등 발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서시(序詩)’ (1941.2.20.)

 

順伊(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것처럼 窓밖에 아득히 깔린 地圖우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훌훌이 가는것이냐, 떠나기전에 일러둘 말이 있든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욱을 눈이 자꼬 나려 덮여 따라 갈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사이로 발자욱을 찾어 나서면 일년 열두달 하냥 내마음에는 눈이 나리리라 – ‘눈오는 地圖’.(1941.3.12)

.

 

다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을 입히시오.

다들 살어가는 사람들에게

흰 옷을 입히시오.

그리고 한 침대에

가즈런히 잠을 재우시오.

다들 울거들랑 젖을 먹이시오.

이제 새벽이 오면

나팔소리 들려 올게외다.

- ‘새벽이 올때까지’ (1941.5)

 

 

봄이 오든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털어트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었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동경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 ‘사랑스런 추억’ (1942.5.13.)

 

 

 

.

.

 

 

 

 

 

 

1943년

도쿄, 릿쿄대학 영문과에 입학(1942) 후, 가을에 교토 도시샤(同志社)대학 영문과에 편입학 한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귀향하기 직전 사상범으로 일본 경찰에 피검당한다. 사존 송몽규도 동시에 피검된다.

 

1945년

2월 16일, 28세 나이로 동형무소에서 별세

 

1946년

가을, 유작 <쉽게 씌여진 詩>가 경향신문에 발표됨.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줄 알면서도

한줄 시를 적어 볼가.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어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묵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 ‘쉽게 씌어진 詩’ (1942.6.3.)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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