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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문화부 기자의 리얼 세상탐색기_<세상은 맑음>

기사승인 2021.04.08  12: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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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22인 문화 인물의 생생스토리 <세상은 맑음> : 박태해

기자라는 직업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특히 문화부기자의 경우 훨씬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들의 삶과 스토리를 들여다보게 되어인생역정의 풍부한 이야기가 쌓이게 된다.

29년차 언론인으로, 세계일보에서 문화선임기자로 사회,문화 분야 일을 해오며 3년간 취재 활동 중 만났던 인물들 중 치열한 삶을 살아온 인물 탐구를 통해 삶의 전범을 모색하는 책을 냈다.

필자는 이정하 시인의 ‘길 위에서’라는 시의 한 구절 ‘돌아가자니 너무 많이 걸어왔고/ 계속 가자니 끝이 보이지 않아 너무 막막했다“를 인용하며 누구나 삶을 살다 보면 맑은 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번쯤 절망의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고, 이러한 때에 그가 인터뷰하며 만난 사회 다방면의 사람들 중 22인의 인사들을 통해 그들이 극복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에게 이 사람들과의 만남은 ’일‘ 이라기보다 충전과 힐링,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대학총장, 병원장, CEO, 화가, 의사, 연예인 등 일선에서 리더로 활동하는 인물들의 인생길에도 크고 작은 고비가 있었고, 이들은 각자 나름의 노력과 절제, 인내로 극복하여 현재 봉사로, 예술로, 양보와 나눔으로 인생을 풍요롭게 꾸미고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을 확인한다.

그럼으로써, 이들이 우리 사회의 소중한 인적자원이자 멘토라고 말한다. 각자의 영역에서 향기를 발산하는 이들의 삶을 엿보며 우리 삶에 용기와 지혜를 얻기를 희망한다. 

 

 

저자소개 : 박태해

29년차 언론인이다. 세계일보에서 사회·문화 분야 일을 주로 했으며, 2013년부터 문화부장, 선임기자, 사회2부장, 논설위원, 문화선임기자를 거쳐 현재 문화체육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녹색언론인상(2005년), 한국장애인인권상(2014년), 근로평화상(2014년), 대한민국의학기자상(2018년)을 수상했다. 수년 전부터 치열한 삶을 살아온 인물 탐구를 통해 삶의 전범을 모색하고 있으며, 문화예술 저변 확대와 정신건강도 주 관심사다

 

 

출판사 서평

# 문화선임기자가 만난 22인의 생생한 라이프 스토리

이 책은 2018년 4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거의 3년간 문화선임기자인 저자가 인터뷰이로 만난 22명의 걸어온 길과 삶을 담고 있다(각자의 글 시작 페이지에 인터뷰 당시의 소속과 직책, 신문에 실린 날짜를 표기해놓았다).

저자가 처음 인터뷰한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휠체어 장애인 대학생, 최초의 휠체어 방송인이다. 지체장애 1급인 그는 한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와 왼팔을 못 쓴다. 그나마 온전한 오른손 기능도 40%밖에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늘 웃는다. 어릴 적 어머니가 “너 같은 장애아를 보면 사람들이 불쌍해하며 불편해한다. 그런 사람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웃어야 한다’고 웃는 연습을 시켰다”는데, 본능이나 다름없는 미소는 그의 심벌마크가 됐다. 그는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 없는 법과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그리고 장애인 누구라도 노력하면 주류사회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날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박영관 세종병원 회장은 도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40대 초반, 잘 나가던 의과대학 교수직을 내던지고 ‘돈이 안 되는’ 심장병원을, 그것도 서울이 아닌 경기도 부천에서 열어 30여 년간 ‘심장’이란 한 우물만 파서 대표적인 심장전문병원으로 키웠다. 그는 단순한 병원 경영자에 머물지 않고, 국내외를 합쳐 2만5천여 명의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를 무료 치료하며 인술(仁術)을 실천해왔다. “남북 관계가 개선돼 북한 심장병 어린이를 치료해주겠다”며 건강관리에 남다른 신경을 쓰는 의료계 존경받는 원로다.

‘흙수저 신화’로 불리는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장은 방송대 출신 최초의 모교 총장이 된 인물로 졸업생 67만 명, 재학생 11만 명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시골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농사일을 천직으로 알다, 뒤늦게 주경야독으로 공부해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방송대에 진학한 자수성가의 전형이다. 그에게선 폐목강심(閉目降心),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내공이 묻어난다.

‘국민 MC’ 송해 선생은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어디를 가나 항상 나이를 내려놓는다. ‘전국노래자랑’ 30년을 하면서 연출가 300여 명을 겪었지만, 그들에게 맞추고 양보해왔다 한다. “90년이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 버렸다. 하루하루가 금쪽같아요. 다들 양보하고 웃으며 사세요. 싸울 일이 있어도 피하세요.” 그가 말하는 영원한 현역의 비결이다.

기생충학자 채종일 한국건강관리협회장은 “세상은 넓고 연구할 기생충은 많다”를 모토로 왕성한 활동을 자랑한다. 세계기생충학자연맹(WFP) 회장이기도 한 그는 50년간 기생충 연구와 교육, 국제교류에 헌신한 인물이다. “‘평생을 갑갑하게 산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도 많으나 지금도 기생충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더 파헤치고 싶은 열망이 가득하다”고 말한다. 그에게선 ‘한 우물’ 인생의 경건함이 묻어난다.

과학계의 유리천장을 깬 이로 유명한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고희를 넘긴 나이임에도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 〈팬데믹과 문명〉 등 역저를 내며 왕성한 집필활동을 자랑한다. 나이를 잊은 집중력이 놀랍다. 팬데믹에 관한 그의 진단은 명쾌하다. “치료제와 백신이 나오면 사회적으로 안정이 될 것이나 또 다른 팬데믹이 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대비해야 한다.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지루한 업(業)을 예술로 만든 이도 있다. 김한겸 고려대 병리과 교수는 온종일 현미경만 들여다봐야 하는 병리의사란 직업이 갑갑하고 힘들었지만 오히려 역발상으로 그 일을 재미로 만들게 한 기막힌 아이템을 찾아냈으니, 인체의 병든 조직에서 예술 작품을 발견하는 일에 매료돼 현미경 사진작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또한 국내 최초의 엑스레이 아티스트로 명성을 얻은 정태섭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직업을 밥벌이로써 방어적으로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다른 발상으로 예술과 융합해 새 예술 장르를 개척한 이들이다.

배고프던 어린 시절 단돈 7만원을 들고 상경, 의수족 기술을 배워 보장구업체 사장이 된 선동윤 서울의지 대표는 20여 년간 장애인의 손과 발이 되고 있다. 탈북장애인 의족 지원, 절단장애인 히말라야 백두산 원정 지원, 동남아 절단장애인 지원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그간 6만여 장애인에게 의수족을 만들어준 그는 ‘장애인이 행복한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말한다.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장은 전문직업인의 봉사정신을 실천하는 글로벌 명사다. 안면윤곽 수술 최고 권위자인 그는 1996년부터 매년 베트남을 찾아 태어날 때부터 구순(입술이 갈라지는 병)이나 구개열(입천장이 갈라지는 병) 등의 얼굴 기형으로 웃음을 잃은 어린이들에게 24년째 무료수술을 해주고 있다. 베트남 의료계에선 박항서 축구 감독보다 유명하다.

저자는 이들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많은 분들을 만나, 그들이 살아온 인생에서 우리가 삶의 지표로 삼을 값진 인생의 지혜를 들었다. 인터뷰이로 만난 한 분 한 분이 모두 세상을 맑고 따뜻하게 하는 이들이다. 모두에게 감사하며, 바라는 바 각자의 영역에서 스스로 향기를 뿜으며 주변에 위안과 희망 주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작은 용기와 지혜를 얻었으면 한다.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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