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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댄스포에지] 삶의 편린을 예술의 매듭으로 잇다

기사승인 2022.06.25  15: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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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희의 정재만류 허튼춤 ‘脈’

맥(脈)을 제대로 잡았다. 서정춤세상 대표이자 삼육대 교수인 이미희는 ‘정재만류 허튼춤’을 통해 맥잇기를 시도했다.

기획의도와 프로그램이 일치된 면모를 보여준 이번 공연은 전통춤의 길과 길을 또 하나의 길로 연결했다는 의미가 있다. 2022년 5월 22일, 한국문화의집(KOUS)에서는 총 8작품이 맥박을 뛰게 했다. ‘2022년 이수자 지원사업 선정작’ 공연을 통해 이수자의 역할과 가치 또한 보여주었다. 그 시간을 촘촘히 매운 주인공들은 주최자인 이미희 선생을 비롯해 서정춤세상의 단원, 그리고 특별출연자들이다. 정용진(승무), 안귀호(김백봉부채춤), 최유진(처용무)은 각 해당 종목 이수자다.

예술의 범주에서 ‘허튼’이란 말이 들어간 것이 있다. ‘허튼춤’, ‘허튼가락’, ‘허튼굿’ 등 다양하다. 변주의 속성을 지니되 장르와 맥락속에서 간파해야 될 여지도 있다. 이번 공연은 ‘정재만류 허튼춤’이다. 정재만 교수는 허튼춤은 ‘고통’이란 표현을 쓴 바 있다. 예술은 슬프고도 기쁜 역설의 고통을 늘 주고받는다고 하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한 것은 고통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17년 이미희 선생이 쓴 글에도 나와 있듯, ‘감정의 끝, 극한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고통속에서 본연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 이 춤이다. 삶의 편린을 예술의 매듭으로 이어야 되는 춤이라 할 수 있다.

허튼춤 관련, 이미희는 2015년 첫 번째 헌정공연을 했다. 2017년에 허튼소리춤의 복원 및 재현, 2022년 이번 공연에서 다시 한 번 맥을 잇는 춤판을 가진다. 이번 무대에서는 ‘허튼입춤’, ‘허튼춤’을 선보였다. 재인계춤인 ‘허튼입춤’은 정재만 선생에 의해 2012년 처음 선보였다. 특히 이미희에게 맞는 동작으로 만들어 낸 입춤으로 2015년 이미희에 의해 ‘허튼입춤’이 재정리된 의의를 지닌다. 느릿함 속 춤 표정이 유장하다. 무채색과 유채색을 결합한 느낌이다. 정재만류 특유의 입춤의 정형성에 더해 허튼입춤이 주는 맛이 깊다.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한 ‘허튼춤’. 이미희는 객석에서 등장하며 주목도를 서서히 높인다. 자유로움 속 예술적 성취가 상당하다. 번뇌와 고뇌의 춤인 ‘정재만류 허튼춤’을 역사적으로 보자면, ‘허튼소리춤’까지 가야만 한다. 정재만 교수는 허튼춤 연습 시, “원래 허튼춤은 허튼소리춤이 시작이야. 나중에 허튼살풀이춤이 된 것이지”라고 말씀한 바에서 흐름을 잡을 수 있다. 1980년에 정재만 선생이 허튼춤을 만들기 시작한 것을 시작으로 1993년에 허튼살풀이춤을 추었다. 1994년에는 허튼살풀이춤을 창작화 한 ‘허튼소리춤’을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당시 무대는 1994년의 ‘춤작가 12인전’이다. 전통살풀이 기법을 남성적인 허튼가락을 풀어낸 이 춤은 번뇌와 고뇌가 예술적으로 승화된 춤이라 할 수 있다.

서정춤세상 단원인 최윤정, 김혜승, 황윤재는 한영숙-정재만으로 이어지는 ‘태평무’를 선보인다. 최윤정이 솔로춤으로 격조있게 리드한 후, 두 명이 합류해 태평무의 미학성을 전달한다. 2021년 대한무용협회 명작무로 지정된 ‘청풍명월’은 역시 서정춤세상 단원인 이예림, 변혜령이 은은함 속 고고함을 현의 선율을 타고 넘으며 춤적 가치를 높인다. 이 춤은 송범 산조를 정재만이 ‘청풍명월’이라 명명한 춤으로 단아함과 절제미를 서정성있게 담아낸다. 차분한 마음이 장삼자락에 흘렀던 ‘승무’를 이미희는 곡진하게 담는다. 한성준-한영숙-정재만으로 이어지는 춤의 숨을 맥으로 다시 한 번 뛰게 했다.

 

특별출연 무대는 각 레퍼토리가 지닌 무게감만큼 출연자들은 최선을 다해 무대에서 보여줬다. 이날 첫 문을 연 ‘처용무’는 김중섭 보유자가 새로이 구성한 일인처용무를 제자 최유진이 처음 선보인 자리였다. 김백봉부채춤 이수자이자 안귀호춤프로젝트 예술감독인 안귀호 선생은 ‘김백봉부채춤’을 김백봉-안병주로 이어지는 춤맥으로 부채춤만이 지닌 예술성을 집약해 구현했다. 거장의 숨결이 예혼의 춤결로 치환된다. 승무 이수자로 벽사춤 대표인 정용진 선생은 정재만-정용진으로 이어지는 ‘광대무’를 선보였다. 벽사류 춤 특질이 잘 나타나는 작품으로 즉흥성과 현장성이 강하다. 힘찬 음악과 함께 사선에서 시작된 춤은 시종일관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밀도를 높인다. 활달함 속 진중함을 제대로 보여준 무대다.

맥은 역사의 줄기를 타고 능선을 지나 유유히 흘러가는 바다와 같다. 춤의 바다에서 맥을 건져 올린 소중한 시간이었다. 정재만류 맥이다.

 

 

 

 

이미희

 

서정춤세상 대표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

삼육대학교 교수

정재만 춤 보존회 회원

정재만 춤 연구회 회원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 부회장

무용역사기록학회 부회장

한국장애인무용협회 부회장

대한민국전통예술전승원 부이사장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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