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갑의 지금 좋은 음악] 한국 대중음악의 풍성한 현주소 _소울 딜리버리

한국 대중음악의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다. 케이팝의 세계적인 인기만이 증거가 아니다. 한국대중음악상 후보들의 음악이나, 국내 대중음악 페스티벌 출연진들의 퍼포먼스, 그리고 네이버 온스테이지에서 매주 소개하는 뮤지션의 라이브 영상을 보면 아니라 말하기 어렵다. 아직도 “요즘 음악이 음악이냐”거나 “옛날 음악이 진짜”라고 우기는 이들이 있지만, 그런 생각은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하지 않은 게으른 이들의 편견일 뿐이다. 물론 지금의 뮤지션들이 예전 음악의 ‘뽕끼’를 제대로 재현하지는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음악을 하는 젊은 뮤지션들은 훨씬 많은 음악을 호흡하고 흡수한다. 대중음악사 100여년 동안 쌓아놓은 수많은 지역과 장르의 유산을 손쉽게 확인하면서 빠르게 자기화하는 감각과 재능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넘나들며 소화해내는 뮤지션들이 적지 않다.

 

 

증거를 요구하는 이들에게는 소울 딜리버리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정규 음반 [FOODCOURT]을 내밀 생각이다. 

이 음반은 베이시스트 정용훈, 드러머 신드럼, 기타리스트 준스 세컨 라이프, 키보디스트 하은이 함께 만든 음반이다. 음반 소개글에 의하면 “각기 다른 개성과 성격을 지닌 4명이 모여 JAM을 하며 트랙이 쌓였고. 우리는 그것을 앨범으로 기록해두기로 했”다 한다. 12곡의 수록곡들은 소울 음악을 지향하는 이들이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아우른다. 이 음반에는 소울 음악의 과거가 있고, 현재가 있다. 한국 대중음악의 미래도 있다.

 

음반을 들으면 소울 음악에 기대하는 매끈함과 나른함, 그리고 펑키함과 리드미컬함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이어진다. 한정된 스타일을 반복하는 음악이 아니다. 뻔한 방법론을 되풀이하는 음악 또한 아니다. 소울 딜리버리의 음악 안에는 음악의 뼈대를 이루는 리듬과 멜로디의 기둥이 산뜻하고 탄력 있게 버티고 있다. 음악의 핵심을 간명하게 제시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음악은 소울 딜리버리가 누구이고, 이들이 어떤 음악을 해왔는지 알지 못해도 다 알 것 같은 만족감에 휩싸이게 한다. 선명한 도입부는 화려한 스킬을 선보이는 곡의 중심으로 직진하는데, 네 명의 연주자와 협연자들은 매순간 자신을 두드러지게 앞세우면서도 서로의 앙상블로 자신들의 발화에 풍부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변주하거나 확장하지 않고 완성한 음악은 없다. 대부분의 곡들은 준비했다는 듯 금세 시동을 걸고 예상하지 않았던 항로를 향해 성큼성큼 나아간다.

 

무겁거나 진지한 이야기가 아니다. <노가리>, <Fresh Air>, <하늘정원>같은 곡의 제목과 사연은 이들의 음악이 일상의 사소한 순간으로부터 싹텄으며, 그 순간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려 하는 마음으로 피어났음을 알려준다. 그렇지만 소울 딜리버리의 음악은 각기 다른 소재의 이야기를 구현해내기 위해 자신들이 연주하는 악기와 장비의 조합을 통해 다채로운 소리의 맛을 창출하는데 주력한다. 그 결과 <Dirty Table>와 <Delivery to Soul (with HolaSungho)>의 거칠고 묵직한 사운드나 <Colombia>의 펑키하고 찐득한 질감, 보컬이 함께 하는 <Life Soup>를 비롯해 다채로운 비트와 연주의 방법론을 그득하게 맛볼 수 있다. 음반의 제목처럼 음악의 푸드코트에서 다양한 국적과 재료와 요리법으로 준비한 소리의 만찬을 만끽할 수 있게 하는 음반이다.

 

한국 대중음악계에는 이렇게 매끄럽고 능숙하며 탄탄한 음반들이 곧잘 나온다. 이렇게 완성도 높은 음악이 나와도 반향을 얻지 못하는 일이 흔하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음악을 찾아 듣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일조차 음악 팬들에게는 지겹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즐거움을 다 알지 못한 채 살아갈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여전히 음악에 대해서만큼은 우겨보고 싶다.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