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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요즘음악] 유라와 만동이 펼치는 새로운 기운_'이런 분위기는 기회다'

기사승인 2023.01.24  05: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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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 '이런 분위기는 기회다' (2022.11)

음악을 들을 때 음악의 기운을 중심으로 들을 때가 많다. 이 “무슨 도를 아십니까” 같은 이야기냐고 따지지 마시라. 음악을 듣다 보면 그 음악이 발산하는 기운이 얼마나 싱싱하고 역동적이거나 내밀한지, 얼마나 생동하고 침잠하는지 느끼기 마련이다. 이건 장르의 문제가 아니고, 비트의 문제도 아니다. 사운드 메이킹의 문제도 아니다. 록이나 힙합이라고 반드시 역동적이지 않고, 비트가 느리다고 기운이 무디지도 않다. 기운은 새로움에서 비롯하고, 치열함이 떠받치며, 음악에 참여한 이들의 앙상블로 타오른다. 반대로 새롭지 않다면,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준비하지 않았다면 기운을 느끼기 어렵다. 뮤지션들은 생동하는 기운을 만들어내기 위해 새로운 어법을 학습하고 실험하며 상상한다. 그 중 다른 장르의 뮤지션과 함께 작업을 하는 방식은 음악에 청신한 기운을 불어넣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알앤비 보컬리스트인 유라와, 재즈와 록 사이를 오가는 밴드 만동의 의외인 만남으로 만들어낸 음반 [이런 분위기는 기회다]를 들으면 남다른 기운이 몰려온다.

 

나른하고 농염하게 노래하는 유라의 보컬이 전달하는 아우라 때문이기도 하고, 유라와 함께 음악을 만드는 밴드 만동의 세 멤버 함석영, 서경수, 송남현이 연주하는 곡의 음산함과 강렬함, 자유로움 때문이기도 하다. 유라가 쓴 노랫말은 제목과 노랫말 모두 생경하고 모호하다. 명징하고 일관된 서사를 제시하기보다는 은유화한 상황과 사적인 토로로 채워진 노랫말은 유라의 보이스컬러에 잘 어울린다. 이 노랫말을 노래하기 위해 유라의 목소리는 더 흐릿해지고 흐느적거리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보컬리스트와 연주자들의 밴드가 손잡은 음반답게 만동의 연주는 백밴드의 자리에 웅크리지 않는다. 노래가 멈추었을 때는 더더욱 그렇지만, 노래가 흐르고 있을 때에도 이들의 연주는 무작위와 부정기의 길을 간다. 수록곡들의 전개와 구성의 의외성은 유라보다 만동에게서 솟구친다. 만동은 리프를 반복하고 동일한 리듬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연주하지 않고, 재즈 즉흥연주를 수행하듯 연주의 순서를 풀어헤치고 등퇴장의 규칙을 무너뜨린다. 사운드의 고저와 명암, 속도 역시 그다지 일관되지 않는다. 아니 만동과 유라의 음악은 일관되지 않기 위해 만든 음악처럼 다가온다. 일관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기 위해 만든 음악, 일관되지 않은 소리의 접합과 충돌이 선사하는 의외성과 아름다움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음악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음반이다.

음악의 가치는 음악이 담지하는 메시지의 깊이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어떤 음악은 인간의 실체와 사회의 모순을 적시하면서 가치를 만들어내는데, 어떤 음악은 다른 소리의 집합과 연결로 가치를 만든다. 좋은 아티스트는 두 가치를 연결하거나 한 쪽의 가치를 극대화한다. 그 때마다 새로운 음악의 길이 열린다. 새로운 장르, 새로운 스타일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정형화된 어법을 거부하고 다른 어법의 가능성을 탐지하는 음악들 덕분에 우리의 귀 역시 굳지 않는다. 세상이 변하고 생활이 변하고 마음이 변하고 내가 변하니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다고,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고쳐먹게 된다. 새로운 감각을 장착하게 되거나 적응하게 된다.

새로울 뿐 아니라 자유롭고 설득력 넘치며 자주 아름다운 음악이다. 강렬하고 개성 있는 음악임은 물론이다. 유라와 만동이 펼치는 기운이 이와 같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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